대우 – 세계는 넓고 돈은 없다
이미 지난 4월 19일 41개 계열사(98년 말)를 99년 말까지 8개 안팎으로 줄인다는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던 대우그룹이 7월 19일 이를 한층 가속화시킨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대우는 자동차와 무역 중심의 독립계열그룹만을 남기고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할 전망이다. 또한 김우중 회장은 사재 10억을 담보로 내놓고, 대우를 자동차 중심의 전문기업으로 전환시킨 뒤 퇴임할 것을 약속했다.
대우 측은 이러한 구조조정안에 대해, ‘그 동안 수익성 높은 자산을 과감히 매각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현금흐름의 악화와 삼성자동차와 대우 전자간의 빅딜의 장기지연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장에서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위크(Asiaweek)](6월18일자)지에 따르면 문제는 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국가 채무를 합친 것보다 많은 5백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융비용만 연 60억 달러에 이른다. 대우의 현 부채/자산 비율은 약 500%에 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정상태가 심각한 불신을 낳고 있다. 또한 선두적인 분야를 갖고 있지 못하며, 연구개발 투자도 비교적 낮은 전형적인 한국형 재벌의 형태가 대우가 풀어야할 또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우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매우 부진하다. 한국 재벌계열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보유 비율이 50% 이상 증가한 반면 대우계열사의 증가율은 5% 미만이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이 대우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의 핵심정책인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수용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의 선택이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우그룹 채권단이 19일 회의에서 일단 대우측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그 속사정은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채권단은 올해말까지 4조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단기여신의 만기연장을 합의했으나, 누가 얼마씩 지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기업어음과 회사채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투신사들은 고객의 재산을 수탁관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특정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자산운용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4조원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가 6조원이 되기 때문에, 결국 4조원의 담보로 약 10조원을 가량의 단기여신을 만기 연장해야 한다. 여기에 담보의 실제 가치가 10조원에 이를지에 대해서도 채권단의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채권단과의 협상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해외언론들은 대우계열사의 매각가격과 대우에 대한 한국정부의 처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지는 “대우그룹이 일련의 계열사를 매각하는 급진적인 방안을 발표했지만, 외국기업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계열사 매각가격이 너무 높게 매겨져 있어 거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자 1면 기사에서 “대우에 대한 신규대출은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한국의 은행들은 재벌에 대한 대출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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