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는 하룻만에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29일
의 보도가 나간 직후 미국 정부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이었다. 국방부 대변인은 “육군이 올해초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았으나 보도내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계속하기에는 의 보도가 너무 완벽했으며, 미국 언론의 반응 또한 엄청난 것이었다. 은 당시 기관총을 난사한 병사들의 증언을 포함해 100여명의 관련자와 회견을 했고,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명령을 담은 기밀해제 문서까지 입수했던 것이다.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게 언론관계자들의 평가였다.
<뉴욕타임스>도 이례적으로 보도를 1면에 주요기사로 크게 다뤘으며, 등 미국의 주요 텔레비전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병사들의 증언까지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는 보도가 나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 “보도내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전날의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30일 아침 윌리엄 코언 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 사건을 브리핑했으며, 클린턴 대통령과 코언 장관은 사건 전모를 파악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다. 코언 장관은 루이스 칼데라 육군장관에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조사를 명령했으며, 칼데라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사결정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칼데라 장관은 “우리는 미국 국민들과 예비역 장병들, 그리고 우방국인 한국의 국민들에게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며 “자신은 이번 조사를 통해 그러한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 결과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이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보상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전쟁 초기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또한 당시 참전 미군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말해, 양민 학살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생길 개연성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미국의 저명한 군사 역사학자인 스티븐 앰브로스도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접한 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훈련받지도 못한 젊은이들 손에 총을 쥐어준 뒤 이들을 낯선 땅에 보내면 나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워싱턴/정연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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