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는 노동자들
「오늘날의 사회주의(Socialism Today)」11월호 와이즈먼 해밀턴
지난 8월 24일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붕괴된 이후 가장 큰 시위가 벌어졌다. 거의 6십만 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남아공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행진을 벌이며 노조가 요구한 7.3%의 임금인상률 이하로 결정해버린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1994년 ANC(아프리카민족회의)가 집권한 이래 코사투(COSATU, 남아공노조회의)가 정부에 대항하는 전국적인 대중 파업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사투 산하 3개의 공공부문 노조와 그 외 보수적 성향의 9개 노조는 전례 없는 단결력을 과시했고 이는 남아공 역사상 처음 있는 공공부문 총파업이었다.
이러한 대중 파업의 배경에는 경제의 제 분야에 걸친 삭감 정책으로 인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ANC 정부는 지난 6월 2일 총선에서 승리(ANC는 66.36%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이는 지난 1994년에 얻는 과반수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이다)한 후 채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 통신, 철도, 광산 부문의 5만개의 일자리를 삭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ANC 집권 5년 동안 일자리는 대폭 삭감되었다. 올 상반기 토목분야에서 2만 9천 개의 일자리가 삭감되었고 1998년에는 섬유직에서 2만 개, 그리고 1997년 이후 건설 분야에서 5만개가 줄어들었다. 또한 광산분야에서는 지난 2년 동안만 15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1987년부터 산정해봤을 때 총 35만개의 일자리가 삭감된 것이다. 공공부문 또한 지난 5년 동안 1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새로운 노동법과 농지소유법 하에서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백인 농민들에 의해 수많은 농민들이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을 감안해 합산하면 결과적으로 5십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삭감된 것이다.
공공부문 분쟁에 있어서 정부가 취한 일자리 삭감의 시기와 도발적인 전술은 정부가 민중주의적 조치들을 취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던 기업주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타보 음베키 정부는 (ANC, 코사투, 그리고 공산당(SACP)으로 구성된)삼자동맹의 주요 파트너인 코사투의 힘과 정치적 권한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공세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가 광폭한 공격을 계속하자 몇몇 일간지는 그러한 행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정부에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가 협상에 임하면서 공공부문 노조에 보인 태도는 거의 경멸에 가까운 것이었다. 6개월 이상의 협상과정에서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15%에서 7.3%로 양보했을 때도 정부는 애초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공서비스 장관인 제랄딘 프레이저-몰레케티(SACP 전국 부의장)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축소시키라는 의미 이상도 아니라고 일축하며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음베키 정부는 기어정책(Gear, 성장, 고용, 재분배 정책)의 추진에 가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사를 기업주들에게 분명히 시사했다. 기어정책은 민영화, 다운사이징, 임금 삭감, 기업세 인하, 관세장벽 철폐, 외환규제 완화를 수반했다. 그러나 외자를 유입하기는커녕 주요 기업들이 증권거래를 런던으로 이동시키면서 돈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새로운 흑인 엘리트들이 부를 독자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빈곤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남아공은 유엔이 제출한 지표에 의하면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다.
삼자동맹에 결합하고 있는 코사투 지도부는 정치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말로는 기어정책을 비난했지만 노동자계급에 대한 이 총체적인 공격에 대해 어떤 강력한 저항을 형성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또한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정부에 들어간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코사투 임시 대의원대회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일주 전에 열렸다. 노동자들의 분노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코사투 지도부는 ANC 정부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특별히 대변인으로 나선 ‘테러’ 레코타 국방장관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시키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가 ‘혁명적 기율’이 해이해져있다고 비난했다.
총파업을 벌일 수 있었던 데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과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코사투라는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공적인 파업에 코사투 지도부는 오히려 뒤로 물러서 후퇴했다. 노조들은 언론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던 행동을 중단했다. 정부의 완강함은 노조를 다시 거리로 불러낼지 모르지만 그때처럼 파고를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사투 중앙집행위원회는 2000년 5월을 총파업의 최고점으로 설정하면서 매달 각 부문과 지방에서 행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분쟁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전투적인 목소리는 떠들썩했지만 코사투 임시 대의원대회 결과 코사투는 이념적으로 오히려 오른 쪽으로 더 이동했다. 예를 들어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기어정책에 관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일자리 삭감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공산당 또한 입으로는 기어정책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행동을 조직하지는 않았다. 공산당은 스스로를 노동자계급의 지도부로 칭하고 있지만 사실상 노동자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선봉에 서있다. 공산당 중앙위원들은 기어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공기업 장관인 제프 라데베는 ‘우리는 민영화를 지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목매달고 있다’고 말했으며 알렉 어윈 무역산업장관은 섬유 및 의류 산업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삭감되는 결과로 나타난 관세 장벽의 철폐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 장관인 시드니 무파마디는 요하네스버그의 공공서비스를 매각할 계획이고, 전 코사투 사무총장인 샘 실로와는 가우텡의 지방 정부를 민영화할 예정이다. 로니 카스릴스는 세계적으로 진행된 민영화 조치로는 가장 큰 규모인 광활한 면적의 삼림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부문 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7월 18일에 열린 SACP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중앙위원은 어려운 협상 과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정부 및 공공부문 노조 상위급 인사들을 포함한다. 중앙위원회는 공산당이 임금문제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갖는 것에 대해 불쾌히 여길 것이다. 노조와 정부는 협상해야 한다’!
ANC 정부가 정부의 임금안을 노동자들에게 강제한 것은 단체협상과 노조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공격이다. 코사투는 소수 백인에 의한 통치와 아파르트헤이트를 붕괴시킨 노동자 운동의 중추였으며 코사투가 없었다면 ANC의 승리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회가 공공부문의 임금을 결정하는 위험한 전례가 만들어졌고 공공부문 단체협상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 이로써 삼자동맹은 조직화된 노동자계급에게 정치적 함정임이 드러났다.
조직화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주의 공격은 자신감이 더해졌다. 광산회사인 더반 루드푸트 딥은 ‘아브골드사로부터 하트비스폰틴 광산을 매입한 이후 가격 문제와 이행 조건을 이유로 광원 1만 명을 이미 해고했다. (「스타 비지니스 리포트(Star Business Report)」1999년 8월 21일자) 최근 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일어나 협상 위반 사례 중 하나인 콜럼버스 스테인레스사는 17명의 광산노조(Numsa) 조합원을 해고시켰고 연대행동을 하면 누구든 해고시키겠다는 위협을 했다. 텔콤(Telkom)은 백인이 우세한 보수적 성향의 노조와 협상을 벌인 이후, 새로운 노동법에 있는 직장폐쇄 조항(노동법에 처음 생겨난 조항)을 이용해 (코사투 산하) 통신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빈곤이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ANC 정부는 이제 부채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리아 라모스 재무부 사무총장은 이 부채가 ‘적법하게’ 발생한 것이며 따라서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르트헤이트 범죄를 저지른 부패 정권으로부터 계승된 이 빚을 상환하기 위해 정부 지출의 20%를 쓰고 있다.
트레버 마누엘 재무장관은 3월 예산에서 기업세를 이전의 최고 감면 수준에서 5% 더 낮춰주었다. 이는 2십만 랜드에 달하는 금액으로 ‘예를 들어 남아공 맥주같은 회사는 1년 동안 하루에 5십만 랜드 이상의 세금 감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스타 비지니스 리포트(Star Business Report)」1999년 8월 6일자) 이 돈이면 공공부문에서 10%의 임금 인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군수조달을 위해 2백 7십만 랜드를 지출하겠다는 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의 대안은 코사투가 투쟁, 연대, 그리고 사회주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과거의 위대한 노조운동으로 되돌아가도록 평조합원들 내에서 사회주의적 갱신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총파업을 조직한다면 대중적인 호응을 얻게될 것이다. ANC 정신을 지키기 위한 전투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늦어버렸다. 지금은 삼자동맹을 끝내고 사회주의적 강령에 기반한 노동자 정당의 건설을 준비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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