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절반이 의존하는 쌀, 기후 변화로 ‘독성 작물’ 될 수도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증가가 이 주요 작물 속에 포함된 중금속 비소의 농도를 높이면서쌀이 점점 더 독성을 띠게 된다고 새로운 연구에서 밝혔다.

2025년 1월 16인도네시아 동자바 말랑(Malang)의 한 음식 노점에서 해산물 삼발 요리와 함께 제공된 흰쌀밥 한 팩출처: Aman Rochman/ NurPhoto / Getty Images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곡물인 쌀이 대기 온도 상승과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따라 점점 더 유독해지면서수십억 인구가 암 및 기타 질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란셋》(The Lancet)이 수요일 발표한 새 연구가 밝혔다.

매일 수십억 명이 섭취하고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쌀은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 작물이라 할 수 있다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식량의 대부분을 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물에 잠긴 논에서 재배되며 다공성이 높은 쌀의 재배 방식은 비소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흡수하게 만든다비소는 특히 유아에게 치명적인 발암성 독성 물질이다.

식물 생리학자이자 컬럼비아대학교 부교수인 루이스 지스카(Lewis Ziska)는 30년 동안 쌀을 연구해왔고최근에는 기후 변화가 쌀을 포함한 주요 작물들의 영양소 수준을 어떻게 낮추는지에 집중하고 있다그는 중국과 미국의 연구자들과 협력하여쌀의 다양한 품종이 온도와 이산화탄소 증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최초의 연구를 진행했다온도와 이산화탄소 증가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이 연구는 《란셋 플래니터리 헬스》(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되었다.

이전 연구들은 CO2나 온도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췄고둘 다를 동시에 고려하거나 다양한 쌀 유전자군을 포함한 연구는 없었다고 지스카는 말했다. “우리는 온도만으로도 비소 농도가 올라가고이산화탄소는 약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가지를 함께 적용했을 때그 효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매일 수십억 명이 먹는 주식 작물에 독성 영향이 생긴다는 건 엄청난 문제다.”

지스카와 중국 및 미국의 대규모 연구진은 6년에 걸쳐 제어된 환경의 논에서 쌀을 재배하며 다양한 이산화탄소와 온도 수준에 노출시켰다그 결과기후 과학자들의 예측과 일치하는 조건에서 재배했을 때쌀 속의 총 비소와 무기 비소 농도가 모두 증가했다.

비소는 생선이나 조개류토양과 수질 등 일부 자연 식품과 환경에서도 발견된다.

무기 비소는 산업 재료에서 발견되며쌀 논을 적시는 물에도 섞여 들어간다.

쌀은 잡초와 다른 작물에 쉽게 침범당하지만물속에서 잘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농부들은 씨앗을 발아시킨 뒤 모를 진흙에 심고 논에 물을 채운다이렇게 하면 잡초를 억제하고 쌀이 잘 자라게 된다쌀은 물과 그 속의 모든 성분(자연 발생이든 아니든)을 빠르게 흡수한다전 세계 대부분의 쌀은 이런 방식으로 재배된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이러한 비소 농도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점을 입증했다.

토양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생지화학적 과정 때문에온도와 이산화탄소가 상승하면 쌀 속의 무기 비소도 함께 증가한다고 지스카는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이 무기 비소가 건강에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한다.”

무기 비소에 노출되면 피부암방광암폐암심장병그리고 유아기 신경계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쌀 소비량이 높은 지역에서는 무기 비소로 인한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기존 연구들은 지적해왔다.

지스카와 그의 동료들은 현장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쌀 소비량이 가장 많은 7개국의 1인당 소비 데이터를 적용해 질병 위험이 얼마나 높아질지를 예측했다그 결과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방글라데시필리핀미얀마인도 — 이 7개국 모두에서 질병 위험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기후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량 중 하나에 독성학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스카는 말했다. “그리고 그 식량을 얼마나 소비하는지가 그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을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쌀 속 비소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규제 당국은 특히 많은 양의 쌀을 섭취하는 유아들을 위해 노출 한도를 제안해 왔다이번 새로운 연구는 규제 당국이 더욱 엄격한 기준치를 설정하도록 추가 압박을 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식품 속 비소 함량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 적이 없다.

연구진은 또한 무기 비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개입 방법도 제안했다여기에는 비소를 덜 흡수하는 쌀 품종 개발이나 소비자들에게 쌀 대체 식품에 대한 교육이 포함된다.

쌀은 원래부터 비소와 관련된 문제가 있던 식품이고기후 변화가 그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고서 공동 저자이자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 키브 내크먼(Keeve Nachman)은 말했다그는 식량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건강 위험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물이다. “지금이야말로 개입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사람들의 비소 노출을 줄이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출처] Half the World’s People Depend on Rice. New Research Says Climate Change Will Make it Toxic - Inside Climate New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조지나 거스틴(Georgina Gustin)은 워싱턴 D.C.에서 기자로 활동한다.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에서 농업을 담당하며, 농업, 식량 시스템, 환경의 교차점에 대해 오랜 저널리즘 경력을 통해 보도해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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