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 세계 모든 국가(심지어 펭귄만 사는 허드 섬과 맥도날드 제도 같은 곳까지 포함해서)에 부과한 기이한 상호 관세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호주 남서쪽 약 2,000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여전히 관세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강화된 상태이고, 그 결과 미국의 전체 실효 관세율은 트럼프가 한발 물러서기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스티븐 브라운(Stephen Brown)에 따르면, 트럼프가 약속한 125% 관세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27%까지 끌어올렸다.
트럼프가 물러선 이유는 채권 시장에서 심각한 스트레스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미국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에게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 많은 기업들, 특히 부채에 시달리는 소위 ‘좀비 기업’(미국 전체 기업 중 약 20%를 차지함)들이 파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도미노처럼 경제 전반에 파산 충격이 확산하고, 결국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트럼프에게 문제가 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산 수입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 기반을 둔 미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첨단 소비재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아이폰 등의 주요 수출 품목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Apple) 같은 미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아이폰 생산과 조립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고, 아이폰 한 대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전체 비용의 2% 미만인 반면, 애플은 아이폰에서 약 58.5%의 총 마진을 챙긴다. 이런 공급망을 붕괴시키면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미국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트럼프는 한 번 더 물러섰다. 현재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소비자 기술 제품, 즉 미국의 중국 수입 품목 중 22%를 차지하는 품목들에 대해선 예외 조치를 적용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작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부품에는 여전히 관세를 부과하면서, 완성품에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제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 56%는 제조업 중간재이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이 중간재 가격 상승은 다양한 최종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소비자 기술 제품에 적용되는 예외는 상호 관세에만 해당하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는 여전히 추가로 20%의 관세가 붙는다. 게다가 트럼프는 반도체 수입에도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어서 애플 같은 기업들이 다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에서 다양한 기본 소비재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섬유 및 의류 수입의 24%($450억 상당), 가구 수입의 28%($190억), 전자 및 기계 수입의 21%($2,060억)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100% 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관세는 오히려 미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수출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중국 GDP의 3%에도 미치지 않는다. 미국의 소비자들과 제조업체들이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겪게 될 것이고, 실제로 과거 관세 정책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Furceri 외(2020)의 연구에 따르면, 큰 폭의 수입 관세 인상 이후 한 나라의 GDP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진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고통이 단기적인 고통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에서는 원유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 내 석유 생산의 수익성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중국이 식품과 곡물 구매처를 브라질로 전환하면서, 미국 농민들은 세계 시장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중국 식품 수입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던 비중은 20.7%였는데, 2023년에는 13.5%로 급락했고, 같은 기간 브라질의 점유율은 17.2%에서 25.2%로 증가했다. 2025년 1분기 동안 브라질의 중국 소고기 수출은 전년 대비 3분의 1이나 증가한 반면, 미국의 중국 수출 농산물은 54%나 감소했다.
중국은 미국 상품 수출의 7%를 차지하며, 이는 미국 GDP의 0.5%에 해당한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에 따르면, 중국의 강경한 보복 조치로 인한 수출 타격이 상호 관세 철회로 인한 GDP 상승 효과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그의 마가(MAGA) 측근들은 관세 수입을 기업 세금 감면에 활용해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104%의 관세를 부과하기 전 기준으로도 연간 평균 약 3,000억 달러의 수익밖에 올릴 수 없다. 이는 트럼프가 주장한 하루 20억 달러라는 수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고, 관세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 소득 손실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에 불과하다.
금융 시장은 최근 몇 주간의 막대한 손실 이후 여전히 불안정하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분석가들은 이제 달러 지배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며, 트럼프가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영구적인 하락을 초래했고, 미국이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 무역과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의 종말을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1959년, 벨기에 출신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은 미국이 무역 적자를 감수하며 해외에 자본을 수출하고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해서 적자를 본다면, 외환보유고로서의 달러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를 과잉 공급하게 되고, 결국 금과 달러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리핀은, 자국 통화가 국제 무역을 뒷받침하는 세계 기축통화인 국가가 세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국 통화를 공급하게 되고, 그 결과로 영구적인 무역 적자를 감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리핀이 말한 이른바 ‘딜레마’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 고문인 스티브 미란(Steve Miran)에 의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란은, 미국과 무역 흑자를 내는 모든 국가는 무역과 투자를 위해 달러를 공급해온 미국의 ‘희생’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는 이에 대해 “중국이 우리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고, 그 대가로 우리는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차용 배터리를 받고 종이쪼가리를 건네는 거래라면, 그게 우리에게 나쁜 거래인가?”라고 반박했다. 서머스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누가 더 ‘속은’ 걸까? 극도로 낮은 마진으로 실물 재화를 생산하는 쪽일까, 아니면 단지 종이돈을 무한정 찍어내 그걸로 다 사들이는 쪽일까?”
트리핀과 미란은 모두 이야기를 거꾸로 보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간 값싼 수입품을 손쉽게 들여오며 무역 적자를 감수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 물건을 파는 국가들이 달러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나 다른 달러 자산에 재투자해줬기 때문이다. 무역 흑자국들이 미국에 적자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미국 수출 기업들이 상품 무역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했을 뿐이다(미국은 서비스 무역에서는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흑자국들이 달러를 받아줬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큰 혜택을 누려왔다. 만약 그들이 더 이상 달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놓이게 되고, 세계에서 공인된 통화를 갖지 못한 빈곤 국가들처럼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고금리로 차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언제나 국가 간 무역 및 자본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는 더 효율적인 생산자가 덜 효율적인 생산자에게 적자를 ‘강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불균등하고 결합된 발전 체제이기 때문이다. 즉, 더 낮은 생산비를 가진 국가들이 비효율적인 국가들로부터 국제 무역에서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미국 자본가들이 진짜로 우려하는 것은 흑자국들이 달러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과의 생산성과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며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은 미란(Miran)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트리핀의 오류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최근 주목받는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도 그중 한 명이다. 페티스는 중국 같은 나라들이 무역 흑자를 달성한 이유가 “자국 내 수요를 억제하여 제조업에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발생한 제조업 무역 흑자는 “무역과 자본 계정을 덜 통제하는 국가들이 이를 흡수하도록 강요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무역 불균형의 책임은 아시아나 유럽과 비교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미국 제조업이 아니라, 중국(또는 최근까지는 독일) 탓이라는 것이다.
페티스는 세계 통화 질서에 대한 거버넌스나 국제적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미란의 입장에 동의했다. 그는 “미국은 해외의 정책 왜곡을 수용해 온 역할을 되돌리기 위해 단독으로 행동할 정당성이 있으며,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아니라, 무역 흑자국들이 미국 자산을 사들여 흑자를 상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자본 계정에 통제를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이는 중국의 수출 우위를 약화하고 미국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또 다른 방식이다. 사실상 이는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ur)’ 전략에 불과하다. 미란-페티스가 제안하는 정책은 닉슨이 1971년에 달러의 금본위제를 폐지했을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달러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 존 코널리(John Connally)는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당신들의 문제다”라고 말하며 이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과 같은 흑자국들에게 금리를 인상하고 엔화를 강세로 끌어올리도록 압박했고,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이 줄어들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의 수출 및 제조업 성공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의 달러 자산을 무력화하고 달러를 약세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도 미국 제조업을 구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자 미국 제조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인플레이션은 더 심화할 것이고(1970년대와 같이), 미국 제조업체들은 다시 본국에 돌아와 투자하지 않고 관세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해외 생산 거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하락하면, 중국, 일본, 유럽 같은 달러 보유국들은 대체할 수 있는 통화 자산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달러의 지배력이 끝났고, 다극적이고 다통화적인 세계로 접어든 것일까? 일부 좌파 경제학자들은 그런 흐름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달러의 국제적 역할이 무너질 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른 대체 통화들도 안전한 선택지로 보이지 않는다. 모든 국가가 경쟁을 위해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금융 시장에서는 금으로 자산이 몰리고 있다.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미국 달러를 대체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들은 경제 구조와 정치 체계가 제각각인 느슨한 연합체이며, 공통점이라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저항뿐이다. 달러 몰락에 대한 온갖 말들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트럼프의 갈팡질팡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여전히 다른 무역 통화들에 비해 역사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끝낼 수 있는 것은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나 해외 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경기 침체다. 경기 침체가 오면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구매와 투자가 급감하고, 그에 따라 수입도 줄어든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아래 그래프의 회색 구간) 수입이 급감하면서 무역 적자는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동시에 달러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그리고 지금 미국 경제는 2025년 2분기를 향해 가면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 매입을 제외할 경우,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Atlanta Fed)은 2025년 1분기 미국 실질 GDP가 0.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국내 수요는 여전히 연간 2% 수준으로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관세가 물가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기 전의 수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관세 발효 이후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45%로 보고 있으며, 올해 전체 GDP 성장률은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관세 전에는 미국이 2.5%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또 한 번의 탄탄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었다.
3월에는 경제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인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경제가 더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이제는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결합된 슬럼플레이션(slumpflation)으로 넘어갈 상황이다.
[출처] Tariffs, Triffin and the dollar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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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