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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
DAILY CURATION
2026/09/10(목)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 1 | 호르무즈에 갔던 조사단이 돌아왔고 청와대는 “파병이 아니라면 기술적 지원”을 말했는데, 아직 안 정했다는 것이 파병 자체인지 파병의 모양인지부터 말이 갈린다. |
| 2 | 포스코에서 58년 만에 첫 파업이 벌어졌고, 회사는 노조 요구가 지난해 이익의 80%라고 셈했지만 노조는 그 이익이 지주회사로 먼저 올라가는 구조를 문제 삼는다. |
| 3 | 6년을 끌어온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싸움이 소속기관 설립 일정을 얻어냈지만, 개인별 성과급 폐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
| 4 | 정부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내놓고 24시간 지원을 주말까지 넓히겠다고 했는데, 그 지원을 받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내년 2,760명이고 발달장애인은 28만 8천 명이다. |
| 5 | 노란봉투법 6개월,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456곳 가운데 실제로 마주 앉은 곳은 102곳이라는 숫자를 오늘 한겨레 사설과 정의당 논평이 서로 다른 지면에서 꺼냈다. |
함께 볼 기사 「호르무즈 파병, 왜 일본이 아닌 한국일까」 한겨레 · 09/10
함께 볼 기사 「한국인들, 호르무즈 미군 지원 파병 계획에 항의 시위」 South Koreans protest over possible plan to send forces to back US in Hormuz · Middle East Eye · 09/09
함께 볼 기사 「학살의 실험실: 이란 전쟁의 진실」 참세상 · 04/03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10일 돌아왔다.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로 떠나 미군 알다프라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쓸 수 있는지, 배가 들를 항구와 정비 · 보급 여건은 어떤지 살핀 뒤다. 절차상 조사단은 보고서를 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올린다. 이날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라디오에서 “구체적 방식은 아직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병 옵션이 아니라면 기술적 지원도 있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파병을 배제하지 않은 채 형태를 고르는 단계라는 뜻으로 들린다. 파병에는 NSC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한겨레 길윤형 논설위원은 오늘 칼럼에서 이 질문을 꺼냈다. 일본에는 평화헌법이라는 방패가 있고 북한이라는 근심이 없다. 한국이 오래 요구해 온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 권한도 일본은 이미 갖고 있다. 미국이 밀어붙일 때 꺾이는 쪽은 그래서 한국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2003년 이라크 2차 파병 당시 NSC 사무차장이던 이종석의 회고록 『칼날 위의 평화』도 다시 읽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가 파병을 거절할 경우 발생하는 긴장이다.” 그 문장을 쓴 사람은 지금 국가정보원장이다. 거절의 값이 파병의 값보다 크다는 계산이 23년 만에 같은 사람들 앞에 다시 놓였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번 파병이 베트남 · 이라크와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적었다. 군사력을 보낸 나라가 아직 없고, 이란은 한국이 비전투 자산을 보내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고도 결론은 “오로지 국익에 따라 결정이 이뤄지도록 조용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였다. 참여연대는 그 조용함을 문제 삼았다. 2003년 조사단에는 민간 전문가 두 명이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누가 어디를 살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용한 결정의 값은 다른 사람들이 치른다. 지난해 한국이 들여온 원유의 61%가 이 해협을 지났고, 이란의 경고는 걸프에 사는 교민과 그 바다를 오가는 선원에게 먼저 닿는다.
첫째, NSC 상정 시점이다. 다음 주 안건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과 “결정된 것 없다”는 공식 입장이 함께 나온다. 다음 주 부산에서 열기로 조율 중인 한미 통합국방협의체에서 미국이 이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둘째, ‘기술적 지원’과 ‘무인 장비’라는 절충안이다. 병력 대신 장비를 보내는 방식이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한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셋째, 12일 미 대사관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행진이다. 사설이 원하는 조용한 결정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공개된 결정 가운데 정부가 어느 쪽을 고르는지가 이번 주에 드러난다.
함께 볼 기사 「포스코 58년 만의 첫 파업…박성현 광양시장 “파업보다 대화를”」 여성신문 ·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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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기사 「대법원,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인정」 참세상 · 07/16
포스코노조가 9일 오전 7시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포항제철소 2전기강판공장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에서 조합원 100명이 48시간 손을 놓았다. 쇳물을 뽑는 앞 공정을 비켜 간 강판 마감 공정이라 회사는 생산 차질이 없다고 했다. 노조는 6월 16일 시작한 임금 교섭에서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를 요구했고 회사는 기본급 2%와 격려금 350만 원을 내놓았다. 8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돼 합법 파업이 가능해진 노조는 회사가 답을 바꾸지 않으면 16일부터 120시간짜리 2차 파업을, 10월에는 전면파업을 검토한다고 했다.
노조는 1988년 결성된 뒤 한 번도 파업하지 않았다. 그 기록이 깨진 해에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헤럴드경제가 전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8,593억 원에서 4,873억 원으로 43.3% 줄었다. 회사는 노조 요구를 다 받으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8천억 원의 80%인 1조 4천억 원이 나간다고 추산했고, 한국경제는 그 셈을 “이익 80% 내놓으라는 노조”라는 제목으로 옮겼다. 노조의 셈은 다르다. 2022년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한 뒤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가 지주회사로 먼저 올라가고, 그렇게 줄어든 영업이익을 근거로 인상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익이 얼마나 줄었는지와 어디로 갔는지는 다른 질문이고, 노조가 꺼낸 것은 두 번째 질문이다.
회사는 “홀딩스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포스코가 모회사 구조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전에도 배당은 나갔다는 반박이지만, 지주회사 전환 뒤 이익이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에 대한 숫자는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이달 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회사가 교섭을 미룬다고 의심하고, 회사는 요구안 검토에 일주일이 걸려 집중교섭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 · 유럽의 관세는 회사의 사정이지만, 그 사정을 임금표로 옮겨 적을 때 값을 치르는 쪽은 정해져 있다. 같은 회사에서 7월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 369명을 세 번째로 포스코의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정규직 노조가 파업하지 않던 58년 동안 하청 노동자들은 세 번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
첫째, 2차 파업의 범위다. 120시간 파업이 뒷 공정을 넘어 쇳물 공정에 닿는지에 따라 회사의 계산이 바뀐다. 둘째, 홀딩스로 올라가는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의 규모가 교섭장에 숫자로 나오는지다. 노조가 이 구조를 쟁점으로 세운 이상 회사는 ‘대외 여건’만으로 답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이달 말 노조 선거다. 첫 파업을 이끈 집행부가 바뀌는지에 따라 2차 파업의 강도가 정해진다.
1979년부터 매달의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얼마나 높았는지를 달마다 막대로 그린 그래프다. 지난 8월은 1.65도 높아 2023년 7월과 함께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달이 됐고, 최근 12개월 평균도 1.48도로 1.5도 선에 다시 붙었다. 호르무즈의 석유가 만든 열이 이 붉은 막대에 쌓인다.
현대차의 하청 이수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남기는 일지다. 이날 선전전에는 현대차지부 조합원과 마법소녀노조 부산지부가 함께 섰고, 요구는 처음부터 하나다. “진짜사장 현대차가 고용승계 책임져라.”
해고710일 천막농성510일 … 진짜사장현대차가 고용승계책임져라
— 이수기업 해고자 성훈 (@YISOOHOON) 2026년 9월 10일
쿠팡 야간 노동자 고 장덕준 씨 유가족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산재 은폐 수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잇고 있다. 이날은 동국제강에서 숨진 고 이동우 씨의 유가족이 피켓을 함께 들었다. 시위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1시 40분부터 한 시간, 누구나 옆에 설 수 있다.
인터셉트 기자가 뉴어크발 텔아비브행 유나이티드 여객기에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시스템즈로 가는 화물 다섯 건이 실린다고 알렸다. 그가 쓴 기사는 과거 화물에 전투기와 전차 부품이 있었고 미 연방항공청이 이를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고 짚는다. 기사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 합법인가보다 승객이 알 권리가 있는가에 있다. 항공사와 항공청의 답은 아직 없다.
a United Airlines flight from Newark to Tel Aviv is set to carry onboard 5 cargo shipments destined for the weapons giant Elbit Systems
— Noah Hurowitz (@NoahHurowitz) 2026년 9월 10일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1차 조정이 9일 빈손으로 끝났고 노조는 16일 파업을 예고했다. 한국경제는 노조 요구를 다 받으면 매년 5,394억 원이 더 든다는 사측 계산을 앞세웠다. 노조의 숫자는 176이다.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올해 4월 대법원 동아운수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고 소정근로시간을 176시간으로 본 만큼 판결대로 계산하자는 것이다. 사측은 상여금을 연봉에 넣고 임금은 동결하며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하자고 맞선다. 부산 · 인천 · 대구 · 울산이 올해 4~5%를 올렸고 전남광주도 9일 5.9%에 합의했다.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증인 없이 15일 열린다. 조선은 오늘 사설에서 여당의 증인 거부를 “의혹 방어 못한다는 고백”이라 했고, 중앙은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물었다. 반대편에서는 시민언론 민들레가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청탁 의혹 녹취를 원문과 대조해 오려 붙인 흔적을 지적했다. 그 사이에서 한 이용자는 인사청문회가 애초 대통령 인사권을 견제하려고 만든 제도였음을 되짚었다. 증인 명단을 두고 여야가 싸우는 동안, 이 제도가 지금 무엇을 견제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노사가 ‘일하기로 정한 시간’이다. 통상임금을 시급으로 바꿀 때 나누는 수가 되므로, 이 숫자가 커지면 같은 월급이라도 시급은 낮아지고 연장 · 야간수당도 줄어든다. 서울 버스 노조의 176시간은 실제로 일하는 시간에 가깝게 잡은 수이고, 사측의 209시간은 유급 주휴처럼 일하지 않아도 급여가 나가는 시간까지 더한 수다. 33시간의 차이가 파업의 이유가 된 것은 이 수가 임금표 전체의 분모이기 때문이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가 ‘전장연 일자리’라는 낙인을 반박한 전날 성명을 인용하며 남긴 한 줄이다. 최중증 장애인이 권리를 알리는 일을 직무로 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두고, 서울시는 그 직무의 절반이 집회 · 시위였다는 집계를 내놓아 시장의 낙인을 뒷받침해 왔다. 그가 겨눈 곳은 시장의 지침보다 그 지침을 실행하는 공무원의 손이다. 관료의 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되묻는 문장이다.
서울시 공무원이 겨우 하는 것이 오세훈 지침에 따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돠는 것이어야 하나.
— 박경석 (@pks9101) 2026년 9월 10일
1. 조사단이 돌아온 날, 시민사회의 요구는 ‘공개’와 ‘거부’ 두 갈래로 나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는 호르무즈 현지조사단 파견 내용 투명하게 공개하라」에서 2003년 이라크 조사단에는 민간 전문가 두 명이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누가 어디를 살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조사단이 이미 ‘파병’이라는 정해진 답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동의 권한을 가진 국회가 조사 내용을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거부의 요구는 지역으로 번졌다.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는 「호르무즈 파병 논의 멈추고 평화외교 나서라」고 했고, 충북 시민사회도 “당장 파병 논의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공개를 요구하는 쪽과 거부를 요구하는 쪽의 결은 다르지만, 조사가 이미 파병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의심은 같다.
2. 노동부가 지난 3일 노란봉투법 시행지침으로 공장 이전 · 매각 같은 ‘경영상 결정’을 교섭과 쟁의 대상에서 뺀 지 일주일, 노동자가 언제부터 말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정의당 양경규 대표는 「노동자의 삶을 결정하면서, 노동자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정부」에서 지침의 논리를 “결정은 기업이 먼저 하고, 노동자는 자신의 삶이 바뀌는 것이 확실해진 뒤에야 말하라는 것”이라 요약했다. 하청노조 1,218곳이 원청 456곳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교섭은 102곳뿐이고, 대전지법이 9일 철도노조 판결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을 좁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들어 지침 철회를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같은 물음이 피켓으로 나왔다. 금속노조는 9일 오후 현대모비스 사무연구직지회가 회사의 사업 매각 방침에 맞서 벌인 「일방 매각 규탄」 피케팅을 알리며 “구성원 동의 없는 강제 전적과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노사와 협력사가 참여하는 대화 창구를 열라고 했다. 매각은 지침이 예시로 든 ‘경영상 결정’ 그 자체다. 결정이 끝난 뒤에야 교섭하라는 지침과 결정 과정에 들어가겠다는 노조의 요구가 하루 사이에 마주 섰다.
3. 결의대회 하루 전, 장애 운동의 두 갈래가 정부와 서울시를 향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행동을 멈췄습니다. 이제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이 악마화와 권리중심노동 왜곡을 멈출 차례입니다」에서 2021년 12월부터 73차례 이어온 지하철행동을 8월 24일 멈췄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약속한 조례 처리를 신뢰한 결정이지만, 시장과 여당 시의원들은 여전히 ‘전장연 일자리’와 ‘시위 일자리’라는 말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2시 시의회 앞 결의대회는 조례 환영을 넘어 해고 노동자 400명의 원직 복직까지 요구한다. 같은 날 정부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내놓았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정배 사무총장은 “저녁이나 밤 시간 가족에게 오롯이 지워져 있던 돌봄 책임을 정부가 함께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주간활동 지원은 1만 5천 명에서 2030년 3만 명으로, 최중증 통합돌봄은 내년 2,340명에서 2,760명으로 늘고, 평일에만 있던 24시간 지원은 주말로 넓어진다. 발달장애인은 28만 8천 명이다. 한쪽은 일자리를 지키려 거리에 있고, 다른 쪽은 주말 밤의 돌봄을 국가에 넘기기 시작했다.
파병할 명분이 없는 이유를 가장 길게 쓴 글이 오늘 조선일보 사설이다. 군사력을 보낸 나라가 없고 전투는 격해지고 있으며 이란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사설은 스스로 적는다. 그러고는 민주당 안의 반대를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 부르고,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과 노무현 · 문재인 정부 안보 인사들의 ‘불가피론’을 그 반대편에 세운다. 반대는 정치이고 찬성은 국익이라는 배치다. 사설이 옮겨 적지 않은 것은 반대의 내용이고, 그 자리에 들어간 말이 “조용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다.
정부가 건강보험료율을 7.19%로 동결하자 사설은 이를 ‘조삼모사’라 부른다. 국고지원 1조 1천억 원 증액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로 동결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사설도 그대로 전한다. 그런 뒤 6년 만의 적자와 2031년 준비금 소진 전망을 들어 과잉진료 · 부정수급 구조조정과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처방한다. 국고지원이 법이 정한 기준에 해마다 못 미쳐 왔다는 사정은 사설에 한 줄도 없다. 그 부족분을 채워 온 것이 가입자의 보험료이고, 지출을 줄이자는 말은 보장을 줄이자는 말로 이어진다.
법 시행 6개월을 성과 대신 미이행의 숫자로 정리한 사설이다. 지난해 건설 현장 산재 사망 605명 가운데 286명이 하청 노동자였다는 사실 뒤에, GS건설과 건설노조의 8월 20일 첫 교섭과 백화점 5개사와 판매노조의 상견례가 이어진다. 그런데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456곳 가운데 실제로 마주 앉은 곳은 102곳, 22.4%다. 노동부가 스스로 만든 매뉴얼에는 시정명령을 어기거나 교섭 의제에 응하지 않는 원청을 부당노동행위로 다룬다고 적혀 있고, 사설은 그 원칙만 지켜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 매뉴얼을 집행할 노동부가 지난주 지침으로 교섭 범위를 좁힌 바로 그 노동부라는 사실은 사설에 없다.
중국 · 러시아 · 인도 등이 모인 상하이협력기구 회의가 미국의 이란 전쟁을 만장일치로 규탄했다는 장면에서 칼럼은 시작하지만, 힘을 주는 곳은 숫자다. 러시아와 회원국의 교역이 2025년 4천억 달러를 넘었고 그 98%가 자국 통화로 결제됐다는 사실을 칼럼은 새 질서의 증거로 든다. 개발은행과 바이칼 가스관, 북극횡단 회랑까지 나열해 판이 커지고 있다고 짚는다. 그러면서도 달러가 여전히 세계 외환보유의 57%, 외환거래의 89%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함께 적고,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를 혁명이 아니라 ‘개혁 협의체’라 부른다. 뉴델리 브릭스 정상회의가 결제체계의 돌파구를 내놓을지가 칼럼이 남긴 다음 관전 지점이다.
“반노동 정권의 연속성”이라는 제목이 노란봉투법을 만든 정부에 붙었다. 칼럼은 시행지침을 법 시행 6개월 만의 역진이라 못박고, 대통령 지시 직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짚는다. 칼럼은 지침의 뿌리를 2009년 쌍용차 파업을 불법으로 만든 ‘고도의 경영상 결단’ 판례로 거슬러 올라가고, 19세기에는 임금조차 경영상 사항이었다는 역사를 함께 놓는다. 가장 날카로운 대목은 지침이 AI · 자동화 도입을 의무교섭 대상에서 뺐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단체협약으로 얻어 온 알고리즘 교섭권과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플랫폼노동 협약에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대전지법이 9일 같은 조항을 넓게 읽은 판결을 내놓은 만큼, 법과 지침 가운데 어느 쪽이 이 정부의 얼굴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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