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국가나 지역에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곳 사람들에게 큰 고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본거지인 글로벌 노스는 역사적으로 광물 자원이 빈약했다. 산업자본주의의 선구자인 영국도, 글로벌 노스에 속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제국주의를 추동한 강력한 동기 가운데 하나는 필수적인 1차 산품, 특히 북반구의 ‘번영’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광물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글로벌 사우스의 어떤 나라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정 광물을 발견하면, 글로벌 노스의 다국적기업들이 그 광물 자원을 채굴하려고 몰려든다. 채굴이 이루어지면서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고, 한동안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 제국주의 기관들은 이 나라를 수출 주도 성장의 빛나는 모범 사례로 세계에 내세운다. 그러나 해당 국가에서는 광물 부문에서조차 일자리가 별로 생기지 않으며, 생겨나는 일자리도 대개 탈산업화로 형성된 방대한 노동력 예비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게다가 광물 개발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 특히 부족 공동체의 거주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난다. 광물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대부분은 다국적기업이 차지해 해외로 빼돌린다. 따라서 광물 자원을 해외로 운송하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 외에 다른 경제 부문을 발전시키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며, 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은 광물 채굴로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광물 자원이 고갈되는 날이 오면, 그토록 요란하게 선전했던 ‘개발’도 끝난다. 그 나라는 단순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광물 자원이 고갈돼 그 부마저 잃은 채 원점으로 돌아간다. 광물 자원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건설했던 기반 시설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져 쇠락하기 시작한다. 그 나라 사람들은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채굴한 부에서 혜택을 얻지 못하면서도 자신들의 광물 자원을 잃는다. 결국 사람들은 약탈당할 뿐이다.
이런 현상의 사례를 찾으려고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일부는 이를 ‘자원의 저주’라고 부르지만, 이는 현상의 사회적 성격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명명이다. 인도의 이웃 나라 버마, 즉 미얀마가 전형적인 사례다. 버마는 귀금속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석유도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19세기 중반부터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영국 소유의 버마 석유회사와 미국 소유의 스탠더드 석유회사가 워낙 집중적으로 석유를 채굴한 탓에, 버마가 1948년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했을 때는 석유 자원의 상당 부분이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오늘날 버마는 최근 발견한 가스를 수출하면서도 필요한 연료유의 90% 이상을 수입한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에 매우 취약하며, UN의 분류에 따라 세계 ‘최빈개도국’에 속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이 다국적기업의 광물 채굴 투자를 외국인 직접투자의 최악의 형태라고 부른 이유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광물 호황이 이처럼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이 제조업에 투자하면 적어도 그 나라에 얼마간의 자산을 건설한다. 그러나 광물 채굴에 투자하면 오래 남을 자산은 전혀 건설하지 않은 채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가져가기만 하고, 결국 그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
따라서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탈식민화 이후 광물 자원을 국유화하고 채굴을 담당할 공기업을 설립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 국가는 공공부문이 진출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해 다국적기업의 광물 수입 가운데 국고로 귀속되는 몫을 늘리곤 했다. 에콰도르에서도 좌파 지도자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광물 수입 전반에서 국가의 몫을 늘렸으며, 특히 석유 부문에서 그 몫을 확대했다.
그러나 광물 자원을 국유화한 나라는 다국적기업들이 그러한 ‘민족주의’ 정권의 전복을 모의할 위험에 노출된다. 쿠데타 시도로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제국주의 세력은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뒷받침하려고 직접 무력 개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이러한 직접 무력 개입의 전형적인 사례는 이란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명시하며 이란을 침공했고, 이를 위해 이란 지도부 전체를 암살하는 등 현대에 유례없는 야만성을 드러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침공에는 여러 가지 더 광범위한 목적이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이란의 석유를 차지하도록 하려는 경제적 동기를 대중에게 숨긴 적이 없다. 이란은 1951년 모하마드 모사데그(Mohammad Mossadegh) 총리 아래에서 석유를 국유화했다. 이 때문에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기획한 1953년 쿠데타로 모사데그 자신이 축출됐다. 그러나 현재의 이슬람 정권 아래에서도 석유는 계속 공공부문에 속해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여러 이슬람 법학자가 광물의 공동 소유는 이슬람법에 부합하지만 사적 소유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광물 자원을 통제하려는 공작은 제국주의 역사에서 가장 야만적인 사건들을 낳았다. 가장 악명 높은 사건 가운데 하나는 식민지 시절 벨기에령 콩고라고 불렀던 곳에서 일어났다. 콩고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 파트리스 루뭄바(Patrice Lumumba)의 지도 아래 독립하자, 제국주의 세력은 독립국 콩고가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천연자원 통제권을 되찾을까 두려워했다. 독립 이후 제국주의 세력의 비호 아래 광물 자원이 풍부한 카탕가주가 콩고의 나머지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했고, 파트리스 루뭄바는 체포돼 암살당했다.
20세기 후반 세계 각국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 것은 글로벌 사우스의 정치적 독립이 열어 놓은 경제적 탈식민화에 맞선 일종의 반혁명이었다. 수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다국적기업들이 다시 광물 자원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반식민 투쟁 과정에서 국가의 광물 자원 독점 통제를 약속했고, 독립 이후 이를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1993년 다국적기업과 국내 기업 자본의 광물 부문 진출을 허용하면서 이 정책을 폐기했다. 외국 자본의 지분 참여를 50%로 제한하는 등 광물 부문 다국적기업에 대한 잔여 통제마저 2006년 폐기해, 외국 자본이 지분을 100% 소유한 기업의 진출을 허용했다.
그 뒤 국내 기업과 다국적기업이 채굴할 수 있도록 수많은 부족민을 전통적인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무자비한 약탈 조치들이 이어졌다. 이런 모든 사례에서 이른바 ‘개발’의 성취는 지역 주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지금 벌어지는 것은 자본의 본원적 축적 과정이다.
중앙정부에 이어 이제 광물 자원이 풍부한 오디샤주에서도 집권한 인도국민당(BJP)은 언제나 거대 자본의 이익을 세심하게 챙겨 왔으며, 최근에는 주정부가 광산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제한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광업 수입을 중앙정부로 집중시킬 뿐 아니라 민간이 차지하는 몫도 늘릴 것이다. 광산 기업의 강제 이주와 수탈에 맞서는 민중운동이 계급투쟁의 주요 장으로 떠오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그 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활용했던 신자유주의적 ‘번영’의 약속이 환상으로 드러나면서, 본원적 축적은 갈수록 잔혹한 형태를 띨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처럼 직접적인 침략을 자행하는 것부터 세계화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훨씬 더 무자비하게 본원적 축적을 수행할 신파시즘 정권을 떠받치는 것까지, 제국주의는 민중과 점점 더 직접적으로 대결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존속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서 훨씬 더 잔혹해질 것이다. 민중의 저항은 이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출처] The Travails of Being Mineral-Rich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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