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조경기장 대관 취소에 따라 체조경기장 앞 광장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
"우리도 비정규직 노동자다! 생존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성매매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조직을 출범시켰다. 용산, 미아리, 영등포, 천호동, 인천, 평택, 수원, 포항 등 전국에서 모인 3000여 명의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은 29일 오후 5시, 잠실 체조 경기장 앞에서 '성노동자 축제'를 열고 "우리는 노동자다. 성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녀들은 이 자리에서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대표를 뽑고, 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공식 출범 행사를 가졌다. 잠실 체조경기장 측의 대관불허 방침에 성매매 여성들은 체조경기장 앞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했으며, 곳곳에서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는 작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이후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며 국회 앞 시위를 진행한 흐름을 이어 받아 출범하게 되었으며 지난 5월 25일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0일에는 평택 성매매 집결지 여성 200여 명이 "성노동자도 노동자다"라며 야간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 전국성노동자준비위의 대표로 선출된 정모 씨가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전국성노동자준비위 성매매특별법 폐기 요구
이 날 열린 행사에서 진행된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출범 행사를 통해 평택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정모 씨가 대표로 선출되었다. 정모 씨는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출범 선언문을 통해 "오늘 성노동자의 날, 이 자리에 우리 성노동자들이 함께 하기까지는 지난 겨울 칼바람 몰아치는 여의도에서의 극한적인 단식투쟁을 비롯해 온몸으로 끊임없이 저항한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히고, "성매매 금지주의라는 반인권적인 정책이 이른바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권에 와서 강력히 시행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성매매특별법 폐기를 요구했다.
이어 "여성계 권력자들은 성노동자들이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을 싫어한다. 그녀들은 남성들에게 어떻게 여성의 몸을 팔 수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성노동자들을 일거에 퇴치해야 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며 여성단체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여성계가 성매매 특별법 실적으로 자랑하는 집창촌에서의 업소 40% 감소 및 성노동자 수 50%의 감소는 온갖 음성적 성매매 분야의 풍선효과를 유발한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 생존권, 노동권, 건강권 쟁취 투쟁 결의
행사에서는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10대 규약이 발표되었다. 그녀들은 "성노동자는 시민이며 주권자이고, 성노동자는 노동자이며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는 내몰리고 있는 성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10대 규약을 결의한다"고 밝히고 △생존권, 노동권 쟁취 투쟁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각종 인권유린 저지 투쟁 △건강권 보호 △성구매자 처벌 반대 △업주와의 합리적, 민주적 관계 성립 △인신매매, 감금, 갈취, 폭행 등이 개입된 범죄적인 성매매에 반대 △탈 성매매는 성노동자 자율적 선택 결정 △성매매특별법 폐기 △전국적 조직화 △민주세력과의 연대를 결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 이성숙 이화여대 교수, 여성이론연구소, 사회진보연대 등이 참석하여 연대발언을 하기도 했다.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는 "오늘은 성매매 여성들의 자신의 노동성을 인식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버틴 성노동자들이 이제 노동자 의식을 가지고, 성매매 비범죄화를 위해 힘차게 싸워나가자"며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