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장, “‘불가피한 선택’이자 ‘핵 억제력’ 발휘할 것”

민족.통일운동진영, “북 핵무장,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의 필연적 귀결” 한 목소리


북 핵실험으로 인한 여파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민중연대와 통일연대 주최로 북 핵실험 정국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북의 핵실험 정국과 진보진영의 대응'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순 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송현석 서울지역 청년단체협의회 의장, 한현수 통일연대 정책위원장 등 대부분 민족․통일운동 진영인사들이 참석해 현 상황에 대한 해석과 전망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은 현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참석자 대부분은 북의 핵무장을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따른 반작용으로서의 '핵 억지력', '자위적' 차원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핵 용인론' 입장을 피력했고, 이와 함께 협상카드로서 이번 북 핵실험의 전략적 유용성을 강조했다.

진보운동연구소, “북, 핵무장으로 미국의 핵전쟁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발제를 맡은 박경순 상임연구원은 북의 핵실험을 "핵 선제공격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시절 합의된 조미 공동코뮤니케를 백지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군사적 압박공세를 확대 강화해 왔다"며 "미국이 군사적 압살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북은 자체의 생존전략으로서 핵무장화의 길을 걸어 나가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이 이번 핵 실험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냉전체제 해체 후 미국은 핵무기를 앞세워 북한체제 붕괴 전략을 유지해왔고, 이에 따른 북의 불가피한 선택이 핵 무장이었다는 게 박경순 상임연구원의 주장이다.

박경순 상임연구원은 이어 "(핵무장으로) 북한은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의 핵전쟁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다"고 이번 북의 핵실험이 대미 대결구도 하에서 갖는 정치군사적 의미를 지적했다. 그는 "재래식 공격위협은 남아있겠지만 역사적으로 핵무장 국가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며 "재래식 전쟁이 언제든지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섣불리 전쟁을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의 핵무장에 따라 "군사적 힘에 기초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도 그 힘을 상실하고 북미평화공존의 단계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이러한 전략이 미국의 아량과 양보에 기초한 북미평화공존이 아닌 자체의 힘에 의해 쟁취되는 북미평화공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경순 상임연구원은 향후 전망과 관련해 "미국이 당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대결이 격화되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고, 이는 국지전과 전면전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민주노총, “허튼 곳에 앉아 ‘핵은 무조건 들면 안돼’ 하지 말라”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재 민주노총 통일국장은 박경순 상임연구원의 발제에 전반적인 동의 뜻을 밝힌 뒤 "부시가 일방적으로 폭력적 선제공격을 펼치는 짓을 보면서, 북한이 핵으로 최소한의 자위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재 통일국장은 원칙적인 평화주의의 입장에서 북의 핵무장에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허튼 곳에 앉아서 '핵은 무조건 들면 안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북 핵무장)은 역사적 흐름과 맥락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연대, "북 핵보유는 '일시적 핵보유', 비핵화 되면 언제라도 핵 포기할 것"

한현수 통일연대 정책위원장은 진보진영 내부에서 북의 핵무장을 둘러싼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의 핵보유는 '일시적 핵보유'라고 규정했다. 비핵화라는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미국의 패권정책과 대결하고 있는 북이 처해있는 현실적 조건을 인정하고 가야한다는 게 한현수 정책위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북한도 한반도가 완전한 비핵화가 되면, 언제라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군축이나 비핵화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을 때 강대국의 무기증강과 약소국들의 자위적 차원에서의 무장이 동일하게 군사적 확장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현수 정책위원장은 이번 북의 핵실험이 불러올 효과와 관련해 "미국의 핵독점 체계는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고, 미국도 북한의 군사적 실체가 대내외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섣불리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진보연대, “북 핵무장 용인, 반전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마저 상실할 수 있다”

이날 대부분의 토론회 참석자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지로서의 핵실험과 그 전략적 유용성에 강조점을 둔 것과 달리, 류주형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남한의 사회운동이 북한의 핵무장을 불가피한 선택이자 미 제국주의에 대한 군사.외교적 승리로 간주한다면 반핵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물론 반전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반핵 원칙을 견지했다.

그는 또 이번 북 핵실험이 북미 대결구도 하에서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유용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류주형 활동가는 "미국의 대북 무시전략은 북한과의 협상이 '핵 공갈과 그에 따른 착취'라는 악순환만 조성했다는 반성 하에 제출되었으며, 이후로도 '선핵 포기 없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확인되었다"며 "현재의 대결 국면이 미국의 패배, 즉 일괄타결을 전제한 양자 간 협상으로 귀착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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