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수 조합원의 눈물

[이랜드 홍콩통신](7) 골드만삭스에서 시티은행까지 삼보일배

홍콩 신문 경제면에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의 증시 상장 반대 기사가 날마다 실리고 있다.

오늘(5일)자 <成報>에는 ‘한국인 이랜드 증시 상장 항의를 위해 홍콩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경제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다. 또한 <新報>에도 ‘이랜드 한국 노동자 항의 방문’이란 제목으로 이랜드 노동자가 홍콩에 온 이유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원정투쟁단은 오전 10시 UBS 사무실이 있는 IFC(국제금융센터) 건물 앞에서 집회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시티은행을 차례로 방문하여 홍콩증시 상장 주관사에게 이랜드 노동자의 요구가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골드만 삭스와 UBS는 책임자가 나와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항의서한을 직접 접수하였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책임자가 나와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항의서한을 직접 접수하였다. 하지만 시티은행 측은 면담을 거부했다. 항의원정단은 시티은행 앞에서 항의의 뜻으로 이랜드 홍콩상장 투자 설명서를 찢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시티은행 측은 면담을 거부했다. 항의원정단은 시티은행 앞에서 항의의 뜻으로 이랜드 홍콩상장 투자 설명서를 찢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골드만삭스에서 시티은행까지 원정투쟁단은 삼보일배를 하며 찾아갔다. 홍콩시민들은 삼보일배를 하는 원정투쟁단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고, 원정투쟁단이 나눠준 유인물을 유심히 읽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UBS 홍콩 대표 제프 시(JEFF SEE)는 항의 서한을 접수하며 “고맙다. 관심있게 살펴보겠다”고 하였다.

  골드만 삭스에서 시티은행까지 원정투쟁단은 삼보일배를 하며 찾아갔다.

증권거래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가자,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밖에 있는 원정단을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기도 했다. 한영애 조합원은 “한국에서는 건물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오라고 하는 게 너무 인상적이다”며, “우리(원정투쟁단)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의심이 가지만 최소한 사람대접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뙤약볕에서 걷던 원정투쟁단은 냉방이 되는 건물에 들어갈 수 있어 잠시나마 땀을 식힐 수 있었다.

IFC 앞에서 한영애 조합원과 김애수 조합원이 목에 칼을 차고 건물 앞에 앉자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가 숱하게 터지기 시작했다. 김애수 조합원은 칼을 차고 주저앉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삼백일 간 싸우면서 한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 홍콩 시민 앞에 칼을 차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도 왜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김애수 조합원은 칼을 차고 주저안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삼보일배를 하며 계단을 오르며 찾아간 시티은행 앞에 도착한 원정투쟁단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다. 권미정 민주노총 경기본부 전 부위원장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랜드 노동자가 정든 일터로 돌아간다면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한 달 내내라도 삼보일배를 하겠다”며 땀을 훔쳤다.

SFC(금융감독원)은 오후 3시에 금융감독원 회의실에서 원정투쟁단과 면담을 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원정투쟁단에게 “여러분의 생각을 알고 싶어 이 자리를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요구사항을 다 말해달라. 청취한 뒤 최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면담을 시작했다.

물론 답변은 “알아보겠다”로 일관했지만 원정투쟁단의 의견을 메모장에 가득 적어가며 한 시간이 넘도록 면담 시간을 갖었다.

홍콩노총 탕 총간사가 “투자설명서에 나온 이랜드 사무실 주소도 허위다”며 “알고 있느냐”고 묻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겠다”며 원정투쟁단이 가져간 주소와 전화번호를 직원에게 시켜 복사를 하도록 했다.

ARMC의 도리스 리 활동가는 “이랜드는 자신의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답변도 “조사를 해보고 답을 주겠다”였다.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지만 한국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만드는 것 자체도 눈물겹다. 어디 한국에서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남신 부위원장은 면담 마지막에 홍콩 금융감독원에 “SFC의 역할을 충분히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이랜드 노동자는 생명이 오가는 지경에 처해 있다. 제 2,3의 행동도 감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노총 관계자도 “부도덕한 외국기업의 홍콩증시 상장을 홍콩노동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며 경고의 말을 SFC에 밝혔다.

오늘 집회 및 항의방문에도 홍콩노총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처음부터 함께 했다. 상장사 면담 및 기자회견 준비 등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 원정투쟁단은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WTO 저지 집회 참가자가 홍콩에서 구속이 되었을 때, 한국대사관이 보증을 서지 않겠다고 해서 구속자가 보석으로 석방이 되지 못했을 때, 보증인으로 나섰던 교포 장대업 씨도 원정투쟁단과 함께 하고 있다.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영애 씨는 조각잠을 청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영애 씨는 조각잠을 청한다. 두 손에 집회용품을 들고 하루 종일 움직이다보니 국내에서보다 몇 배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애수 조합원은 “국내에서 원정투쟁단을 지켜보고 있을 조합원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데.....”라고 한다. 김애수 조합원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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