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이랜드 비정규직들, ‘부당해고’ 집단 소송

이랜드일반노조, “18개월 미만 비정규직 이유 없는 해고 부당해”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랜드 그룹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랜드에서 ‘18개월 미만’을 일한 사람들이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오늘(8일) 오전,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송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오늘(8일) 오전,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송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이랜드 사측, 비정규법 회피 위해 단협도 무시하고 비정규직 집단 해고

이랜드 그룹은 비정규법 시행 직전인 작년 6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시켰다. 이유는 비정규법이 시행되면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했기 때문. 이랜드 그룹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계산대 업무를 모두 외주화 시킬 계획을 추진했다. 해당 업무 자체를 외주화 시키면 이랜드 그룹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킬 필요 없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모든 관리책임을 외주업체에 넘길 수 있게 된다. 이런 이랜드 그룹의 행태는 재계에서도 비정규법의 부작용으로 지적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는 1천여 명에 달한다.

이랜드 그룹이 외주화 계획을 추진하는 데는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도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이랜드 그룹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이유 없이 해고 할 수 없도록 약속했다. 그러나 이랜드 그룹은 18개월이라는 기준에 연연치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결국 18개월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결을 잇달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판결에도 이랜드 사측은 18개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커녕 ‘무기계약’으로의 전환만을 했다. ‘무기계약’은 계약기간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임금 등 노동조건은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아 노동계는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래 일할 수 있냐”고 물어놓곤 18개월 되기 직전에 해고?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있었다. 바로 ‘18개월 미만’을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랜드 사측은 단체협약 상 18개월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3개월 계약 후 6개월, 12개월로 계약을 연장했던 것을 3개월 계약 후 6개월, 8개월로 계약을 연장했다. 이렇게 되면 총 17개월을 일한 것이 되어 이랜드 사측은 단체협상의 18개월 규정을 피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뉴코아에서는 ‘0개월’짜리 계약서가 나오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늘어난 18개월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혀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이랜드일반노조는 작년 점거농성을 진행하며 사측과 했던 교섭에서 ‘3개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요구로 내세우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라며 “까르푸 10년 동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며, 우리의 요구는 10년간 이어온 고용관행을 유지해 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 대표를 맡은 공인노무사사무소 ‘노동과삶’의 최성호 변호사는 “문제는 18개월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했던 업무가 상시업무로서 정규직이 맡아야 하는 업무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랜드 사측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변칙적인 계약기간 변경 등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의 신인수 변호사도 “재판부는 화석화된 법조문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법을 악용한 이랜드 사측의 문제를 지적하고, 사회적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판결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은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7개월 만에 해고된 서은주 조합원이 낭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형식적인 계약갱신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해고시킨 적은 없다”라며 “오히려 입사 면접 때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느냐’를 주요 질문으로 할 정도로 계속 남아서 일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현장의 뿌리 깊은 정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소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법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처지를 감안해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랜드일반노조는“법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처지를 감안해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멀리 법원 건물이 보인다.

이번 집단 소송에는 27명의 18개월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랜드일반노조는 오랜 파업으로 1인당 30만원 하는 소송비를 댈 수 없어 4명만을 대표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공동대리인에는 최성호 공인노무사사무소 노동과삶 변호사, 권영국 법률사무소 해우 변호사, 권두섭·여연심·신영훈·송영섭·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맹주천 법률사무소 피레스 변호사, 김진 법률사무소 이안 변호사, 김갑배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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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부당해고 , 단체협상 , 이랜드 , 집단소송 , 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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