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 동안 ‘5+4회의’를 통해서 민주대연합이 추진되었고 진보신당의 탈퇴로 인하여 ‘4+4회의’가 재개되었으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견으로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었다.
이로써 민주대연합(반MB연합 혹은 야권연대)은 개별 후보 또는 당 대 당 협상을 통해서 지역별 연대를 둘러싸고 다양한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민주대연합을 둘러싼 다양한 흐름들은 각 정당의 당원들이나 시민들이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대표 선수들과 수많은 학자 및 평론가들만이 갑론을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원래 선거연합이란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것이고, 그 기본 동력은 다수파 세력의 ‘집권전략’과 소수파 세력의 ‘교두보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두보 확보 전략이란 다수파인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굳건한 발판을 획득하는 것이고, 소수파인 진보정당은 지지율 상승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의석 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소수파인 진보정당의 교두보 확보 전략이 위에서 언급한 정체성 문제와 상호 충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대연합이 일면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리적 허점도 명확하다. 본래 선거연합은 정치공학적인 접근방식이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 민주대연합론자들은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의 패배가 진보진영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단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87년 ‘비판적지지론’ 또는 ‘후보단일화론’으로 시작된 민주대연합은 그 동안 노동자 민중운동을 개별화하면서 타격과 혼란을 조성해 왔다. 이번 선거국면에서도 기준과 원칙없이 진행하다가 이제는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정략적 술수에 의해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태도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으며, 진보신당과 민주노총의 모호한 태도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동안 진보진영은 제 단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진보대연합을 촉구하였지만 진보운동의 쇠락과 역량 부족으로 인해 한계를 노정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패배시킴으로써 폭주하는 신보수주의 정치에 일정한 제동을 거는 것이 목적이라면 민주대연합이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공의 대가가 중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세력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집권 10년 동안 그들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본질을 드러내면서 개혁적 자유주의의 허구성을 내내 비판해온 진보세력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극소수파 정당이 대정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대연합은 선거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진보세력이 사실상 관망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크다.
그렇다고 진보대연합의 반신자유주의 전략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자유주의가 일반 대중들의 삶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라서 직접적인 관계가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정당으로서의 진보정당이 선거정당의 성격을 갖게 된다면 굳이 노동자 계급 정당이라는 이념을 고집함으로써 일반 대중들과의 거리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외연을 축소시킬 필요가 없다.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이 점차 계급정당으로부터 ‘국민 정당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적극적 정책입안자들로 변모해갔던 것은 바로 선거정당의 집권전략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보다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관점에서 이들이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당의 대중화를 선언하지만 결과는 노동자들에게 ‘파국’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개혁세력과의 선거연합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란 관점에서 계급성의 폐기를 의미할 뿐 아니라 계급화해와 국민 통합을 내세우는 국민정당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칠레의 아옌데정권의 몰락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다시피-대중의 투쟁역량이 아니라, 의회에서의 입법과 국가장치를 활용해 변혁을 추진하려고 한 모든 역사적 시도는 결국 부르주아지의 저항과 국가장치의 반란으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지금 시기 진보진영의 목표는 ‘정권교체’나 반신자유주의 뿐만 아니라 ‘다른 대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태도나 목표도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민들에게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연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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