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을 알리는 총성으로 살겠습니다

[식물성투쟁의지](18) 2009년5월16일 고 박종태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쳐

대한통운 앞
홍수처럼 벚꽃이 지는 자리에서 조합원들은 밟히고 얻어터지고 끌려갔습니다 저 억장 무너지는 낙화의 시간 속에서 박종태 열사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간신히 아카시아 꽃을 내다 걸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무르익는 날에 온 생을 다해 아카시아 나무가 됐습니다 완전한 사랑의 자연입니다

거리로 내쫒긴 노동자들이 43일 동안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했습니다 고립되어 절박하게 싸우다가 확실하게 탄압받는 나날들이었습니다 투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연대가 사무쳤습니다 그러나 지도부는 투쟁하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허구한 날 협상하는 기술만 늘어가고 협상과 타협이 모든 투쟁지침을 대체했습니다 여기 소박하지만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 폴리스라인처럼 파업시기와 전술이 화물연대 지도부에게 위임됐습니다 그 놈의 협상 때문 또 다시 파업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박종태 열사의 관을 곁에 두고 지금 적과의 대화는 파업파괴행위입니다 지금은 과감하게 행동하고 더욱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시기입니다

여기 잡혀가더라도 투쟁다운 투쟁을 하고 싶은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죽봉을 든 조합원들이 파업의 때입니다 경찰 바리케이드를 깨부수고 전진하려는 조합원들이 파업전술입니다 박종태 열사가 파업지침 1호입니다

박종태 열사가 자신의 목숨을 통해 소집한 자리, 대한통운 앞까지 거침없이 진격해갔습니다
;비공인 무장투쟁이었습니다 내전의 시작, 열사정신계승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통운을 접수하고 박종태 열사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전망이 부족했습니다 최후의 공격을 앞두고 머뭇거렸습니다 이 머뭇거림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물연대 지도부가 재빠르게 도착했습니다 투쟁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 고작 한다는 짓은 더 큰 투쟁을 위해 오늘의 투쟁을 무장해제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죽봉을 든 조합원들은 끝내 스스로의 전망이 되지 못했습니다 등을 보이는 순간, 한 치의 틈도 없이 적들의 창끝이 심장을 찔렀습니다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움겨쥡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지도부의 지침은 필요없습니다 더이상 박종태 열사의 꿈을 어디에도 위임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로 박종태 열사를 기억하겠습니다 죽봉을 들고 자본의 바리케이드를 뛰어 넘는 비공인파업지도부로 심장에 새기겠습니다 총을 들고 자신의 정부로 일어서는 무장봉기로 심장에 새기겠습니다 헌화보다 내전을 알리는 총성으로 살겠습니다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여!
박종태 열사여! (2009년5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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