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자위권, 자위대를 “천황의 군대”로 만드는가

[일본사회운동의 편지](2) 아배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강화

평화 바보

일본에는 “평화 바보(헤이와보케)”라는 말이 있다. 제2차 대전 후, “무력을 유지하지 말라”는 내용을 분명히 밝힌 일본 헌법 아래에서 평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전쟁이나 안전 보장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비꼬아 말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무력을 유지 하지 말아야 할 일본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자위대의 존재에 모순을 느끼지 못한다면, 일본인 전체가 심각한 “평화 바보” 상태에 빠져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수구 보수 세력은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말을 꺼내며, 그동안 헌법 상 제한에 의해 활동 범위가 한정된 자위대에 사실상 정규군과 동등한 지위를 주기로 했다.

과거 일본의 침략에 더 많은 피해를 받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집단적 자위권”에 의한 재군비 움직임을 염려하고 있지만, 실로 일본의 여론에선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 없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 관저 앞에서,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을 강화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적극적 전쟁주의”라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http://antitepco.ldblog.jp/]

집단적 자위권

오는 24일부터 일본 국회가 시작된다. 작년 말 국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법안과 특별비밀보호법안 등 안전보장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던 법안이 충분한 국민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성립되었다. 이번 국회에서는 새해 예산 심의와 경제 관련 법안에 덧붙여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헌법 해석의 재검토가 논의될 예정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 등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동맹국의 자위에 협력해 무력행사를 실시하는 권리로, 이는 유엔의 모든 가맹국에 인정되고 있는 권리이다. 예를 들면,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던 국제법적 근거는 집단적 자위권이다. 물론 일본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집단적 자위권은 보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현재 이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 헌법은 개별적 자위권 행사는 인정하지만, “국가를 방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금지되어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런 헌법상의 제약에 의해, 일본은 제 2차대전 후 세계각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무력분쟁에 휘말리는 일 없이 평화를 누리면서 경제성장에 전념해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종교적, 혹은 기타 어떤 이유로 “절대로 타인과 다투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있었다고 하자.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악인에게 습격당해 살해되려는 현장에 마침 지나가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싸워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누군가가 죽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사람의 역할인지를 묻는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칭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은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요청이다. 애초에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헌법을 가진 일본에 자위대의 창설을 요구한 것은 미국이었다고 한다. 냉전 당시 소련과 중국,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이 존재하던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일본에 대해 자위력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현재 경제 상황 악화로 동아시아에 충분한 군사력을 전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안보 역할을 일본에 맡김으로써 군사비 부담을 경감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10월 3일 미일 양국 정부가 개최한 “외무 방위담당 각료회담(2+2)”의 종료 후에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양국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표명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수구 보수 세력의 역사관이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에 있어서, 헌법 개정과 일본군 재건은 창당때부터 당의 기본 방침이었다. 그들은 태평양 전쟁은 침략이 아니라 불가피한 자위를 위한 전쟁이었다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수상이 참배해 각국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태평양 전쟁이 자위전쟁이라면 아예 전쟁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A급 전범이 된 사람들이 전쟁 범죄에 대해 추궁당할 이유는 없을 뿐더러, 전승국에 의한 일방적인 재판에서 사형된 피해자인 그들을 제사 지내는 신사 참배는 정당하다는 논리다. 이러한 역사관에서 그들은 “전쟁이 가능한 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은 패전 때문에 받는 부당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이 정규 군대를 되찾고 다른 모든 나라들에 인정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즉 “전쟁을 할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베 정권이 "전쟁을 할 권리"를 요구하는 이유는 수구 보수 세력의 역사적 자기만족 이외에도 경제적 실리의 측면도 있다.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들에서는 일본 기업이 공격 받아도 현재의 헌법 해석에서는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거나 구출할 수 없다. 또 평화 헌법의 이념에 따라 현재 일본 정부는 무기 수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무기 산업은 일본에 유망한 분야이다. 요즘 아베 총리는 약 30개의 일본 기업과 함께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지역 안정에 일본이 공헌하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이념을 설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국군에 자위대가 1만발의 총알을 제공한 것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긍정적인 예로서 언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집단적 자위권의 찬성 논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뉘어 있다. 우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원래 자민당도 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지향했지만, 헌법 개정에는 오랜 시간과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개헌이 아니라)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개헌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찬성하는 입장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있다. 다음으로는 집단적 자위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베 수상이 내건 “적극적 평화주의”에 의해, 가령 미국의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셋째, 한국이나 중국 등 인근 국가들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도 외교적인 어려움이 있는 이들 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의 평화 헌법 하에서 평화주의를 파괴하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대한 반응

아베 정권에 의한 이러한 집단적 자위권 용인의 방향성에 대한 각 정당의 반응은 나뉘어 있다.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은 집단적 자위권에 비판적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당내 논의가 나뉘고 있는데, 현재 집권여당의 헌법 해석 변경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대한 찬반은 보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헌법 개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 야당인 “유신의 당”, “모두의 당”은 대체로 집단적 자위권 용인의 입장이지만, 진보 계열 야당인 공산당, 사회민주당 등은 명백하게 반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헌법 해석의 변경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에 말한 것처럼 법률적인 문제가 많다. 일본 최대의 변호사 단체인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는 지난해 5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반대하는 결의”를 내고 헌법 해석의 변경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일변연의 입장은 정부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은 헌법존중 옹호의무상 바람직하지 않으며, 헌법에 위반하는 법률이나 정부의 행위는 무효가 되기 때문에, 하위 법에 의한 해석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일변연은 현행의 항구적 평화주의,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헌법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호헌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젠노렌(전국노동조합총연합회)은 분명히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이다.

언론은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논조의 아사히와 마이니치가 반대, 보수적인 논조의 요미우리, 닛케이, 산케이가 찬성으로 확실히 나뉘어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는 조사 주체에 의해 결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숫자를 나타낼 수는 없지만, 지지 통신사와 산케이 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해석 변경에 의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고, 교도 통신사와 아사히 신문사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반대로 집단 자위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자체에 대한 찬반과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수법에 대한 찬반이 (설문 문항에) 함께 있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문항이나 조사 방법 등의 차이에 의해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체적으로 20~40대 남성은 집단적 자위권에 긍정적, 고령자나 여성은 부정적인 경향을 보인다.

자위대 본연의 자세

2012년에 퓨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본인의 89%가 자위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한다. “일체 무력을 갖지 않는다”는 헌법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는 큰 재해에 구조 활동 등으로 끈질기게 그 필요성을 알려 온 것도 자위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됐지만, (어찌됐건 자위대는) 헌법상 외국에서의 활동과 전투가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전후, 자위대는 상대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적국이 일본의 영역 내에 불법 진입했을 때에 격퇴한다는 “전수 방위”를 원칙으로 하여 이를 지켜 왔다. 일본군에 국토를 유린당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자위대(일본군)의 경계와 의심이 강하지만 최소한 현재 자위대에는 외국을 침략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송 수단 및 폭격기 등의 장비도 없고, 능력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자위대를 “평화를 위한 부대”로 인식하고 긍정해 왔지만, 동시에 이 기간 동안에 수구 보수 세력은 자위대를 “전쟁이 가능한 부대”로 바꾸는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해 왔다. 경제 침체 등에 의한 사회 전체의 우경화, 보수화에 더하여 역사 수정주의의 확산, 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와 북한의 군사적 도발, 국제적인 테러 등에 대한 반감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진보 진영은 유감스럽게도 1960~70년대의 “전쟁 반대”, “미일 안보반대”, “자위대 반대”, “개헌 반대”라는 슬로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퍼져있는 “평화 바보”가 국민으로부터 집단적 자위권 용인,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 능력을 빼앗고, 자위대에 과도한 신뢰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진행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움직임은, “전수 방위”의 원칙 하에서 활동해 온 자위대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킨다. 그 변화가 현재 세계 정세가 요구하는 긍정적인 변화일까, 아니면 과거 “천황의 군대”로의 회귀인 것일까.

지난해 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에 참배한 것을 미국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과거 한국 및 중국 침략이 “자위를 위해 필요했다”라는 역사관을 가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가 향후 일본 자위대가 세계로부터 신뢰 받는 존재가 될지, 아니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될지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번역] 벨라(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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