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권자, 그러나 ‘백지 투표’ 던질 것

[독자투고] 김진표, 이번엔 안되겠다

선거의 계절? 나에겐 투쟁의 계절!

일년중 날이 제일 맑아서 봄밭갈이를 시작한다는 청명인 4월 3일 19년 만에 처음, 눈이 내렸다. 벚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진해군항제가 시작되었으나 벚꽃은 아직 볼 수 없다니 올 농사가 걱정이다.

MBC, KBS 노조의 파업 중에도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TV뉴스를 본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4.11총선 여론 조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노무현정부에서도 사찰이 있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지난해 한미FTA 비준과정에서 착한FTA와 나쁜FTA로 정치권 서로가 물타기하던 모습을 다시 본다.

4.11총선에서 현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교체해야한다는 당연한 주장 또한 들은 지 오래이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 혹한의 날씨 속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면서 “한미FTA 반대”를 주장하던 많은 시민들에게도 선거의 계절? 아니, 투쟁의 계절이 코앞에 다가 왔다.

내가 사는 지역인 수원시 영통(수원정 선거구)은 삼성전자와 삼성계열사가 있고 서울의 강남에 비견될 만큼 소득수준이 높은(동의하지 않지만) 지역구. 30~40대 젊은 부부와 대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어 주민 평균 연령이 29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수원에서 산부인과와 학원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라는 것이 일반에게 알려져 있다.

유권자수 약19만명(인구약 26만명)인 이곳에는 새누리당 임종훈후보와 야권단일후보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인 김진표 의원간 경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중부일보(4월3일자) 여론 조사 상 16.4포인트로 김진표 의원이 앞서고 있는 곳이다.

  김진표 후보가 다니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 [출처: http://www.facebook.com/leftjin]

김진표는 누구인가?

X맨은 ‘X맨을 찾아라’라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X맨을 ‘겉과 속이 다른 조직 내 배신자’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X맨으로 뽑힌 김진표는 누구인가? 세금혁명당 선대인대표에 따르면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경제관료를 가리키는 합성어)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데 이어, 민주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차례로 맡았다.

김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역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재벌 개혁에 대해 “자율적 장기적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개혁 후퇴’ 논란을 빚었다.

선대인 대표는 “김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 법인세 인하를 내놓아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터를 닦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한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 요구를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했으며,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다”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김진표OUT!” 인터넷 서명운동과 광화문 1인 시위를 하였다.

4대강저지대책위 등 전국의 1천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만든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에서 발표한 2012년 총선 심판명단에서 김진표 의원은 야당으로 유일하게 3관왕의 불명예를 차지하였다. 또한 지난 3월 29일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100인 위원회'에서 “비정규직의 나쁜 친구들 10명”의 명단에 새누리당 이재오의원과 김진표의원이 함께 포함되었다. 각 연대에서 지목한 심판대상자는 18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반민생, 반민주, 반역사, 반헌법, 반환경, 반생태적 행동을 자행하거나 적극 추동 내지 동조한 인물이다.

MB척결을 내세운 민주통합당의 공천에서 반드시 배제 되었어야 할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김진표는 상왕정치로 비판 받는 이해찬 씨의 “민주통합당의 스펙트럼에 어울리는 딱 중간인 사람”이란 이유로 결국엔 공천되었고, 야권단일후보까지 되었다.

MB정권 심판과 닭치고 투표하라구요?

“닭치고 투표”라는 구호가 상징하는 의미를 모르지 않으며 100% 동의한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뻘짓과 꼼수에 대하여 나열하고 싶지 않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기본자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하여 야권단일후보에 무조건 동의하여야 하고, 싫던 좋던 간에 그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현실인식인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지친 대중들이 ‘씨바’와 ‘묻지마 통합’ 그리고 ‘정권교체’라는 말에 머무르는 동안 1%는 발악하여 저항하는 99%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명박만, 반새누리당만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에 비추어 살고 싶은 또 다른 세상을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직접행동과 백지투표운동

에이프릴 카터는 그의 저서<직접행동>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전한 민주주의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첫째, 다수에 의해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둘째,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 권력과 정치에서의 실질적 지배 권력인 파워 엘리트를 양산해 내어 ‘민주’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셋째, 지배 엘리트들은 대다수의 대중과 거리를 두면서 사회 전반의 이익을 독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는 평범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세력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모두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급진포함)세력들에게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다. 대중은 단순한 미국산 쇠고기협상을 뛰어 넘어 그간 제도화 된 의회정치와 시민간의 소통 부재 및 괴리의 문제를 광장에서 외친 것이다.

참여의 정치, 선거에서 투표를 꼭 해야 하는 것이 ‘선거권’이다. 바로 선거할 권리인 것이다. 그러나 선거할 권리이지 의무는 아니다. 선거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휴일인 선거 날에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투표장에 가서 ‘나는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 ‘찍어 줄 놈이 없다’라고 적극적인 직접행동을 하는 것도 권리의 행사이다.

누군가를 찍어야할 투표용지에 정말 찍을 놈이 없다면, 투표용지에 자기 이름을 쓰고 나오는 것은 어떨까? 빨간 인주로 색칠을 하면 어떨까? 1번과 2번 밖에 없다면, 그 밑의 빈 공간에 도장을 찍고 나오는 건 어떨까? 이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찍을 놈 없는 선거를 만든 기존 정치에 대한 적극적 의사표시가 되지 않을까?

김진표도 싫고, 새누리도 싫고, 그들 모두를 심판하자

X맨 김진표가 출마하는 수원영통(수원정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과 1:1구도이다. 현재의 여론 조사상으로는 X맨이 당선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사람들은 김진표를 찍지 않으면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새누리당이 되면 어떨까 걱정한다. 맞는 말이다. 나도 김진표만큼 새누리당이 싫고 새누리당만큼 김진표가 싫다. 그래서 결과는 포기하려고 한다. 어떤 자가 되더라도 결국 여당에서 야당에서 국민의 삶을 유린할 것이 뻔한데, 결과자체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떤 자가 되더라도 30%이상 득표하지 못하도록, 백지투표로 심판하자는 것이다. 전국 최악의 당선율로 당선된 그들에게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자는 것이다. 1:1 구도에서 30%도 채우지 못한 득표율로 당선된 국회의원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자는 것이다. 단지 권력과 출세를 위해 국민의 편이라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울리자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번번이 김진표에게 표를 찍어줬던 유권자이기도 하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선택하자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치인들의 기만이 얼마나 국민을 괴롭히는지 배웠다. 그래서 이번 백지투표를 통해 그런 생각을 직접 실천하려고 한다.

한미FTA날치기 과정에서 김진표가 보인 모습을 보면서, 야당내의 X맨이 무능한 여당 의원보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역할을 했던지, 알게 되었다. 야당의 원내대표가 김진표라니, 소름이 끼친다. 김진표 낙선운동은 야당내부에서도 어떤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알려주는 경종이 될 것이다. 그러한 인물을 내 놓는 야당은 여당의 반대급부로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보다 개혁적이고, 국민의 편에 서는 야당이 될 수 있게 하는 큰 걸음에서도 김진표는 낙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선택을, 새누리당 선거운동원이라느니 폄하하는 일부의 시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겉과 속이 다른 X맨 김진표가 출마한 수원영통에서는 “지역구 투표는 백지투표를, 정당투표엔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자. 새누리당을 반대하고, X맨 김진표를 반대하는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99% 삶을 지키는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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