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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들의 파업...프로야구 '올스타전 보이콧'과 화물연대

[기자칼럼] 프로야구 선수, 화물 노동자의 동등한 파업권

25일 화물연대와 대구경북건설노조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이 임시총회를 열고 올스타전 보이콧을 결정했다. 다른 듯 보이지만 화물,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과 프로야구 선수의 보이콧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둘 다 각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용안정, 임금 문제, 노동조건 등의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고액연봉' 속에 감춰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현실 vs
'물류대란' 속에 감춰진 화물 노동자들의 현실


[출처: 프로야구 선수협]

야구 선수들의 '노동'은 고액 연봉이라는 화려함 속에 감춰진 측면이 많다. 2009년 선수협이 노조설립을 추진할 당시 500여명의 선수들 중 50%가 연봉 3,0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평균 정년도 5년에 불과했다. 일정한 성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방출되어 더이상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또,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로 간주되어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야 부상당하면 당장 구단이 손해를 보니까 구단 차원에서 부상을 관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자비로 부상을 치료 해야 한다. 구단이 선수의 부상을 치료해줘야 할 의무는 없고, 제도적 근거도 없다. 때문에 선수협은 올해부터 몇 개 병원과 의료복지사업 협약을 맺고 선수협 소속 선수들에 한해서 복지기금을 활용해 부상을 돌볼 수 있는 제도를 갖추기도 했다.

25일 선수협이 올스타전 보이콧을 결정한 이유도 선수들의 감춰진 고용불안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승인을 무기한 보류했다. 이사회가 밝힌 유보 이유는 '고교팀이 53개에 불과한 시점에서 선수 수급 문제가 발생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수협은 2013년 NC다이노스가 합류하여 9개 구단 체제로 운영될 경우 10구단이 생겨나는 시기보다 1개 구단이 없어져 다시 8개 구단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은 모기업이 구단을 운영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에 따라 쉽게 없어질 수 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와 넥센 히어로즈의 창단 과정은 구단이 얼마나 쉽게 없어지고, 얼마나 어렵게 창단 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구단 하나가 해체되면 자연스레 선수들의 일자리는 사라진다. 때문에 선수협은 KBO와 구단이 출전정지라는 칼을 쥐고 있음에도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하게 10구단 창단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선수협의 보이콧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도 3차례나 비슷한 일이 있었다. 최초의 보이콧 선언은 2001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선수협회는 '팀당 3명 등록, 2명 출전'인 외국인 선수 제도를 '2명 등록, 2명 출전'을 요구했으나 KBO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포스트시즌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었다. 2003년 1월에는 야구장 안전과 처우 개선 요구를 내걸고 시범경기 보이콧을 선언했고, 2004년에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 문제로 골든글러브 행사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3차례의 보이콧 선언 또한 선수들의 임금, 고용안정, 노동조건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화물노동자들도 프로야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로 간주된다. 화물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허다하게 밤을 세워 운전을 해서 몸에 문제가 생겨도, 사고가 나도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그들이 처해 있는 노동조건도 선수들 못지 않게 불안하다. 화물차는 법적, 제도적으로 강제된 요금체계가 없다보니 저가에 일감을 맡고 열악한 조건으로 운행을 하게 된다.

특히 다단계 방식으로 일감을 중간에서 알선만 하고 소개비를 챙기는 경우가 많아 힘들게 일을 해도 이들에게는 한 달 100만원 남짓의 돈이 남을 뿐이다. 40톤짜리 컨테이너 트럭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경우 수출입업체는 운송업체에 123만원을 내지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실제 화물노동자에게는 78만원원이 돌아가는 식이다. 여기에다 기름값, 도로세, 차량유지비를 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 값은 그들의 생존에 직격타를 날린다.


같지만 다른... 파업과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

즉, 같은 날 벌어진 파업과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은 불리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목표를 가진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 둘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이 둘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고 언론의 보도고, 정부, 재계의 대응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며 엄청대처 입장을 밝혔다. 재계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과 수출입 수송지연에 따른 기업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될 뿐만아니라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와 재계는 머리를 맞대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물류대란을 언급하며 국가 경제에 피해를 미칠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이는 화물운송 노동이 국가 산업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화물노동자의 생계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기껏해야 리터당 288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운송시장 운임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재벌운송업체가 유가보조금만큼 삭감된 운임을 내놓고 있어 오히려 재벌운송업체 지원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의 이유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파업으로 수출기업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넘쳐날 뿐이다. 25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묻히기는 마찬가지다.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은 26일자 '건설노조 파업... 대구 신서혁신도시 공사 차질'이라는 기사를 통해 공사 차질만을 언급하고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로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떼이고, 임금을 체불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반면에 재계와 정부는 프로야구 선수협의 보이콧에는 강경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계산법 대로라면 만약 선수들이 올스타전을 보이콧 할 경우 발생할 경제적 손실 또한 어마어마 할 것이지만 어느 신문에서도 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오히려 선수협의 보이콧 이유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의 자매지 <스포츠조선>마저도 그렇다. 아마도 이는 프로야구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팬들은 올스타전 보이콧을 반대하면서 동시에 선수협이 올스타전을 보이콧한 이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파업과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에서 드러나는 정부와 재계, 언론의 대응 차이는 이같은 시민들의 시선 차이에서 비롯된다. 만약 시민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을 응원하듯 화물노동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처해 있는 노동환경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정부와 재계, 언론도 그렇게 대응하지는 못 할 것이다.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이 오른 85호 크레인으로 향하던 시민들의 눈은, 시민들이 올랐던 희망버스는 결국 그녀를 무사하게 지상으로 내려오게 만들었다. 그때 그곳에 화물노동자들도, 건설노동자들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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