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밤(Dirty Bomb)

[탈핵상상](10) 민주주의에 반하는 핵 관리 사회

방사능 물질이 위험할수록 관리는 엄격해야 하고 그 물질이 유통되는 전 과정은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한다. 너무 치명적인 물질이기에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령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발물에 핵물질을 섞어서 터트리는 것을 우리는 더티 밤(dirty bomb)이라고 부른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오염에서 보듯 굳이 핵폭탄이 아니어도 이런 ‘더러운 폭탄’에 의한 핵 오염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핵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는 친구 과학자에게 "왜 이렇게 복잡하게 폭탄을 만들어야 하지? 독일의 수도에 플루토늄을 그저 뿌려만 두어도 50만 명은 죽일 수 있다고!"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런 실정이니 핵발전의 결과물로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좌건 우건 일반 국민이건 어린아이이건,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기에 이 핵폐기물의 보관과 운반, 저장에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결국 그 물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전 국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와 같은 위치에서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핵 관리 사회라고 한다. 핵을 관리하는 사회는 일단 모든 사람을 적대적인 입장으로 대해야 한다. 경계하고 감시하고 사정에 따라서는 예방이란 이름으로 그들을 구속하고. 핵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를 전체주의 국가라고 칭한다.

핵 관리 사회는 결국 위에서 말하고 있는 대로 필연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속성을 띠며, 자국의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찍이 조지오웰이 말한 '동물농장'의 시대이자 '1984년'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민주주의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대표는 한 강연회에서 청중이 '프랑스는 50기가 넘는 핵발전소를 보유했지만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졌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주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답을 하였다. 명쾌한 답변이다.

핵발전을 반대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넘치고 넘치지만, 근본적으로 핵발전이 부흥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핵발전소를 반대해야 한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군들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으랴. 정치적으로 좌에서건 우에서건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자, 전체주의 국가를 바라지 않는 자, 소박하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 그 모두는 탈핵에 동의해야 한다. 더티 밤(Dirty Bomb)은 지금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금도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인가? 민주주의인가? 우리는 거기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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