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진보정당 운동은 최종적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이런 좌절의 일차적 계기를 제공한 것은 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조직적 통합에 기반을 둔 진보대통합이 실패한 것이었다. 구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자유주의세력의 일파인 유시민 중심의 국참계와 통합을 우선시하고, 진보신당 독자파가 NL과 조직적 통합에 반대한 것이 진보대통합을 불발로 끝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진보대통합의 실패는 구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중심의 국참당과 진보신당을 탈당한 노-심-조 중심의 통합연대가 주축이 된 통합진보당의 창당을 가져왔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의 창당은 이중, 삼중으로 진보정치의 발전을 옥죄는 것이었다. 유시민 중심의 국참계가 창당에 참여함으로써 당이 ‘자유-진보연합정당’으로 변질한 것, 비통진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반면,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전략적 가치로 격상시킴으로 인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분열을 가중시키고, 민주당에 대한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성을 상실하게 만든 것 등이 진보정치의 성장-발전을 옥죄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그런데 준(準) 내지 사이비 진보정당이면서 진보정당 운동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등장한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었지만, 곧바로 총선 비례대표 후보경선의 총체적 부정-부실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으로 분당되고 말았다. 분당 이후 현재의 통진당은 ‘순수 NL정당’으로 성격 전환을 한 반면, 노-심-조 중심의 통합연대와 국참계가 중심인 진보정의당은 ‘자유-진보연합정당’이라는 구 통진당의 노선을 계승하는 정당이 되었다.
진보대통합의 좌절과 통진당 사태 등을 거치면서 드러난 사실 중 하나는 ‘경기동부연합파’로 대변되는 NL세력이 타 정파들과의 연대와 통합 등을 철저히 자신들의 패권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질병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NL과 유의미한 연대나 통합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는 달리, ‘자유-진보연합당’의 성격을 지닌 진보정의당은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이자 명망가 중심의 정당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사정들은 진보정치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선 통진당과 진보정의당과 구별되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앞으로 건설되어야 할 새로운 진보정당은 무엇보다도 보수,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세력의 독자적 성장-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선상으로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를 철저히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반대를 자본주의 극복의 전망과 구체적으로 결합해 나갈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진보정당은 ‘상층 노조간부가 주도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는 밑으로부터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기반들 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상층 노조간부들이 주도하고 일선 조합원들은 이들의 동원 대상이 되는 형태로 전개된 이전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현 시기에 이르러 진보정치가 총체적 위기를 맞도록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진보신당과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및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노동자후보 지지운동을 전개한 변혁모임과 사노위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합의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관건적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들 간의 논의는 진보신당 대표단 선출을 위한 선거가 끝난 이후부터 가시화될 것이다.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대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 의회주의 대 비제도 정치, 최대 강령주의 대 최소 강령주의 등과 같은 여러 이슈가 그들 간의 논의에서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그러나 그들의 논의에만 내맡길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바라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광범위한 자발적인 발의와 개입 등도 요구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가닥이 확실하게 잡히기를 바란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확실하게 가닥을 잡을 수 있게 만들고, 이에 기초해 우리 모두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희망버스 운동’과 같은 노동자 연대운동의 전면화 등에 나서고, 진보정치가 녹-적-보의 실천에 앞장서고 지역정치, 생활정치 등에 굳건하게 뿌리내리게 만드는 동시에 내년 지자체선거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출처=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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