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과 정규직 명찰 달고 출근하겠습니다”

[최병승 편지] 정몽구는 모든 사내하청을 인사발령하라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해도, 대법원이 두 차례나 정규직이라 판결해도 모두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1월7일 사측은 ‘6300048’이라는 사번이 찍힌 인사명령을 사내통신망에 띄웠습니다. 작년까지도 '함께가는 길'에 서류제출을 먼저 하라고 주장하던 현대차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것도 제가 인사명령을 요구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발령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노동부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입을 닫더니, 이제 와서 저에 대해서만 인사명령 하겠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철탑농성 중인 최병승 조합원 [출처: 금속노동자]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싸운 거 아닙니다

정말 현대차 1공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동료들과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2003년 동지들과 함께 노조를 결성하고, 2004년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을 받아냈습니다. 수많은 동지가 해고, 정직,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를 당했고, 피 흘리며 투쟁했습니다. 류기혁 열사가 죽고 황인화 동지가 분신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 혼자 살겠다고 의봉이를 두고 철탑에서 내려가 비굴하게 인사명령을 받겠습니까? 비정규직조합원 동지들 옆에서 무슨 낯짝으로 혼자 컨베이어를 타겠습니까?

9년간 해고 생활. 대법판결 나고 지금까지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던 동지들을 남겨둘 수 없습니다. 사측은 여태까지 하청으로 잘 부려 먹다가 지금 와서 가방끈 짧아 안 되고, 나이 많아 안 되고, 산재 했다 안 되고... 이들 모두가 십 년 넘게 똑같이 자동차 만들다가 나이 먹고 산재 당하기도 한 동료입니다.

대법원 판결을 개인문제로 덮으려는 현대차, 업체경력 포기하라는 현대차, 동료를 배신하고 혼자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으면 또 해고시키겠다는 현대차를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힘이 없지만 동지들과 함께라면 폭풍우가 몰아쳐도 끄떡없습니다.

나 혼자 인사명령한다고 불법파견 문제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대법판결에 따라 제조업 불법파견 사업장입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소송결과도 같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판결을 따라야함에도, 철탑농성을 하기 전까진 대법원 판결 당사자인 저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 여론에 밀리고 조합원 동지들의 파업투쟁에 된서리를 맞고서야 “최병승만 인정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법위에 군림하는 현대차를 가만 놔둔다면 앞으로 어떤 소송결과가 나와도 또다시 해당조합원들은 철탑에 올라야하고, 그위에서 80일을 넘겨야할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지회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일괄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불법파견 은폐,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현대차는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저 하나 인사명령 낸다고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의하는 최종합의가 나올 때까지 철탑을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동지들이 올려주는 밥 먹으며, 천의봉 사무장과 즐겁고 강건하게 투쟁하겠습니다. 꼭 이겨서 10년을 함께 투쟁한 동지들과 단순조립공으로 일하겠습니다.

2013년 1월 8일 철탑농성 84일차, 최병승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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