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동절엔 중소영세 노동자도 쉬어보자

[기획연재]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3)

[편집자주] 전체 노동자의 83.7%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노동자 조직률은 1%도 채 안 된다. 대부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장시간 노동으로 부족한 임금을 메우고 있다. 혹시라도 잔업이 없어지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니 물량을 따라 이곳저곳 이동한다. 대다수인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가 권리를 찾지 못하면 노동자의 미래는 없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즐겁고 권리가 충만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이제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글을 싣는다.

공공운수노조의 공항전략조직화사업, 서비스연맹의 유통산업전략조직화사업,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대학청소노동자 조직화사업, 그리고 서울남부, 인천부평, 부산 녹산, 웅상, 거제, 통영 곳곳에서 전개되는 공단조직화 사업.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진행 중에 있거나 진행되었다.

참으로 고무적인 모습이다. 2005년 50억 기금을 결의하고 모금을 시작하면서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해 이런 저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적어도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을 계기로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확산시키는 시발점’은 되었다고 본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말고 이와 같은 각 조직의 조직화 사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미조직 비정규 부서와 담당자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면 조직 전체가 미조직사업을 중심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략조직화사업, 조직문화 혁신으로 가자

민주노총이 50억 기금으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듯이 조직문화 혁신의 모습도 민주노총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조직문화의 혁신을 얘기하면 인력과 재정의 충원을 얘기한다. 물론 중요한 과제이다. 총연맹 담당자 1인이 민주노총이 관장하는 모든 전략조직화 사업을 담당하는 현 구조에서 제대로 된 전략조직화 사업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올해로 끝나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기금의 확충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인력과 재정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민주노총의 체질 자체를 전략조직화 사업에 맞게끔 바꾸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사업은 단순히 조직률을 높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을 복원시키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의 83.7%를 차지하는 100인 미만 사업장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 전략을 기반으로 한 조직화사업이 전개되어야한다.

조직하기도 힘들고, 조직을 유지하기도 힘들기에 그들 중 1%도 조직되지 않은 것이다. 돈과 사람이 투여된다고 한들 그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민주노총이 진행해야 할 조직문화 혁신이며, 전략이다.

매년 핵심사업으로 배치하면서도 결국에는 ‘당사자 중심의, 최저임금위원회를 벗어나지 못한’ 투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최저임금 투쟁부터 바꿔야 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최저임금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 요구안을 조사하고 교육하고 파업투쟁을 통해 임금인상을 쟁취하듯이 민주노총 이름 아래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조직해 보는 것이다. 공단과 같이 저임금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임금인상 요구안을 조사하고, 이러한 요구를 받아서 ‘민주노총과 함께 임금인상을!’이란 구호 아래 각 지역별로 전 조직적인 정액임금 인상 투쟁을 전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의 전환이 있어야 지역에서 최저임금 또는 저임금을 매개로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 사업이 전개될 수 있으며, 당장의 조직화로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표성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만이 아니라 장시간 근로, 노동안전, 임금체계 등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밀접한 의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집중적인 투쟁을 할 때 ‘전략조직화사업’이 온전히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사업’이 될 것이다. 단순히 담당자를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얼마 후엔 노동절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노동절을 준비하며 집회에 조합원을 참석시키기 위한 뛰어다니고, 명확한 목표 대상도 없이 우리의 구호만을 선언해 왔다. 올해는 노동절에 쉬지도 못하는 영세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절엔 쉽시다! 쉬지 않는 사업장 민주노총에 신고하세요!’ 사업을 벌여보는 건 어떨까? 내년 노동절에는 ‘공단 텅 비우기 운동’을 전개해 보는 건 어떨까? 노동절 투쟁 하나에도 미조직 중소영세노동자와 함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노총이 세워야 할 전략이다.

연재 순서

1. 중소영세사업장, 불안정노동자에 주목 - 김철식(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로 산다는 것 - 윤정호(반월시화공단 노동자)
3. 전략조직화 사업을 조직문화 혁신으로 - 오상훈(서울남부전략조직화사업단)
4.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는 사람들 - 기획취재
5.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가 운동 -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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