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돈이 되는 실뱀장어 어장

[기획연재] 새만금 생명 보고서(5)

[편집자주]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무분별한 간척 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2003년, 갯벌을 아끼는 시민들이 환경 재앙의 현장을 기록하고,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자는 뜻에서 출발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그동안 매월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 새만금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까지 모두 120여 차례의 조사를 마쳤다.

헛된 공약으로 점철된 새만금 간척사업을 누구보다 아파했던 이들은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백서로 발간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펴낸 <2013 새만금 생명 보고서>는 지난 10년의 기간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토건자본들의 무자비한 개발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사라진 생명들과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도움으로 보고서 일부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시민생태조사단의 참가자들의 목소리로 사라진 갯벌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족이 사는 외딴마을 집 앞에는 강물이 흘러내려왔다. 강가에는 조개가 많았다. 아이네 가족은 조개를 까서 젓을 담가 팔았다. 아사리 젓이었다. 날마다 저녁이면 식구가 둘러앉아 조개를 까고 젓갈을 담갔다.

새해 구정명절을 쇠면 아이 아버지는 실뱀장어 잡을 차비를 했다. 통참나무를 엮어 그물을 달은 배였다. 2월이 되자 아버지는 배를 몰고 강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배를 정박시킨 곳은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실뱀장어를 라면봉지에 담아 갖고 오기도 했다. 실뱀장어가 아닌 것처럼 위장을 해야 했다. 조직 폭력배들이 마을에 들어와 실뱀장어를 싹쓸이 해 가기 때문에 실뱀장어를 숨겨야 했다. 아이 아버지가 잡은 실뱀장어는 모조리 일본으로 팔려갔다. 그 때는 바늘보다 조금 통통한 실뱀장어를 장어로 기르는 양만장이 우리나라에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아버지는 6월까지 실뱀장어를 잡았다. 동진강가에 사는 아이는 그렇게 아버지가 실뱀장어 어장하는 일을 보며 자랐다.

청년이 된 아이는 잠깐 도시로 나갔다. 도시에서 임금노동자가 되어 살았다. 하지만 갯벌과 바다가 있는 고향에서 사는 게 청년에겐 더 풍요로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은 아내도 얻고 아이도 낳았다.

청년은 어부가 되었다. 본격적인 어장을 시작한 건 98년부터다. 설흔 다섯 살에 어부가 되었지만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어장일은 손에 쉽게 잡혔다. 지금도 텔레비전에서 좋은 어구로 어장 하는 걸 보면 바다를 누비며 멋지게 어장을 하고 싶은 꿈을 꾼다. 그 꿈을 어부는 부안군 문포바닷가에서 꾸고 있었다. 가끔 일꾼을 쓸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내와 함께 어부는 일 년 내내 어장을 했다.

1월이면 실뱀장어 어구 만들기와 참숭어, 망둥어 잡기를 했다.
2월이면 실뱀장어 잡기를 시작했다.
3월이면 쭈꾸미를 잡기 시작하고 봄 대하를 잡기 시작했다.
4월이면 봄꽃게를 잡기 시작하고
5월이면 개숭어와 중치를 잡기 시작하고
8월이면 가을 꽃게, 가을 대하를 잡기 시작하고
9월이면 백하 김장새우, 숭어 망둥어 잡어를 잡기 시작하고
10월이면 소라 배꼽을 잡기 시작하고
12월이면 숭어를 잡기 시작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어장을 하는 어부는 눈 비 오는 날이면 문포어촌계 사람들과 어울려 소주 한잔 하며 살았다. 그렇게 살던 어부가 2013년 봄에 다른 어부들과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실뱀장어 잡을 배를 놓을 자리다툼이었다.

사실 어부는 실뱀장어 잡는 봄이 오기 전 부터 계화도 앞바다에 실뱀장어 잡을 배 자리를 박아 놨다. 그런데 막상 실뱀장어 잡을 철이 되니까 계화도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씨발 놈들아! 우리가 먼저 놨어. 그물 배로 싹 갈아버려. 갈아. 갈아 엎어.”
“그래. 갈아라. 엎어. 엎으라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서러운 감정 같은 게 드는 건 사치다. 문포 어촌계원이 문포를 떠나 계화도로 어장을 옮길 때는 그만한 객지설움을 각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바다에서 벌어먹고 사는 처지라 3일 만에 화해를 하긴 했다.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이다.

방조제가 막기 전에는 잡아도 잡아도 남아도는 어장이었다. 오죽하면 고기가 많아 그물 아가리를 잘라버리기까지 했을까. 그런 어장이 썩어가고 있다. 종도 사라지고 물고기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실뱀장어는 지금도 돈이 되는 어장이다. 하지만 2012년은 방수제 공사 때문에 물 수위 맞춘다고 방조제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구조가 된 새만금 바다에 문을 닫아 놓는 것은 어장을 고갈시키는 일이다.

갯벌과 바다를 누비며 풍요로운 어장을 하던 시절. 바다의 주인이었던 어부들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로 바뀌게 된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어업 포기권. 맨손어업 포기권에 도장을 찍어주었기 때문일까? 은근히 속으로는 보상만 더 챙겨먹으면 된다는 한 때의 어리석은 계산법 때문일까. 아니면 감언이설로 속여 온 정책입안자와 정책 수행자들을 이기지 못한 때문일까?

새만금 어부들이 주인 자리를 되찾아 너른 새만금 갯벌과 바다에서 맘껏 어장을 할 수 있게 되어 실뱀장어 자리싸움을 하지 않아도 될 날은 어떻게 오게 될까.

[연재 순서]

1. 새만금 조류 조사 10년, 8만 마리의 도요새는 어디 갔을까? 오동필 물새팀 실행위원
2. 군산에서 가장 큰 포구, 이제는 황량함만 자리해. 여길욱 저서생물팀 실행위원
3. 새만금 지역 어민, 지금은 어떻게 사나? 김경완 문화팀 실행위원
4. 내가 만난 새만금 어민. 김경완 문화팀 실행위원
5. 지금도 돈이 되는 실뱀장어 어장. 김회경 동화작가
6. 새만금은 끝나지 않았다. 생태조사단 10년.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7.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실행위원 인터뷰. 문주현 참소리 기자
8.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문주현 참소리 기자
9. 소외받은 자의 우울한 완장. 김형균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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