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의 새로운 희망은 어디에서 싹트는가

[기고]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전략조직화


3월 3일,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경비, 주차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이 전해졌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소속의 고려대,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서강대 등 14개 사업장 조합원 1,600여 명이 집단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여러 용역업체와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고, 파업도 함께 들어갔다.

작년 말 청소노동자의 손자보와 ‘대자보 하나 당 100만원 벌금’ 논란으로 잘 알려진 중앙대 청소노동자들도 서경지부 소속이다. 작년 가을, 중앙대분회 출범식에서의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 서경지부 각 분회의 분회장들이 중앙대분회 출범을 축하하며 발언을 하는 순서였다. 열댓 명이 넘는 분회장들이 앞에 쭉 늘어서서 발언을 이어갔는데, 고려대분회 등 몇 개 분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3년 미만이고 짧게는 지난 주 출범한 초짜 분회들이었다. 4일 전 출범식을 진행했던 서강대분회는 ‘4일 만에 막내 탈출이다’라며 새로운 분회의 출범을 축하했다.

2009년부터 진행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은 공공노조 1기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진행됐다. 노조 외에도 사회단체, 학생들이 함께한 이 캠페인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서경지부 소속의 청소노동자들과 캠페인단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옆 대학, 다른 건물을 방문하며 노조를 조직했다. 놀라운 조합원 수의 증가, 집단교섭과 투쟁은 이러한 조직화 사업의 성과로 이뤄진 것이다.

생활임금 쟁취 투쟁에 앞장서고,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따내고, 또 다시 새로운 조합원을 조직하고, 지부 집단교섭을 통해 사업장을 넘어서 여러 사업장의 공동의 요구와 투쟁을 만들어내는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대다수는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 이 시대에 서경지부의 투쟁은 고령 노동시장의 노동조건과 처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노조 안에서도 더 이상 ‘불쌍한 여성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가 아니라, 전략조직화를 통해 조직을 확대하고 새로운 전망을 만드는 대표주자로 설 것이다.

민주노조의 미래는 조직화에 달렸다. 노조 조직률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노조탄압에 열을 올리고, 기업들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이 등장할 정도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노조를 깨부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에서 추진되는 전략조직화 사업은 여러 사업 중의 하나가 아니라, 민주노조의 명운을 건 한 판 싸움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서경지부의 파업투쟁은 곧 승리의 소식으로 전해질 것이다. 그것은 서경지부의 승리만이 아닌,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희망의 소식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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