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기고] KT는 세월호 참사를 빚은 ‘관피아’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KT는 죽음의 기업’ 이라는 오명이 결국 재연되다

우려했던 일이 너무나도 빨리 발생했다. 지난 4월 28일 KT네트워크 관제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44세)이 자택인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것이다. 그는 최근 명예퇴직 대상으로 분류돼 구조조정 관련 면담을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심한 불안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KT는 지난 8일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직후 전화국 옥상을 폐쇄하기도 했는데,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대비한 게 아닌가. 이는 KT가 이번 구조조정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KT는 국내 10위권의 대기업 중 직원 자살률이 가장 높은 회사이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확인된 것만 총 245명이 사망했다. 그래서 KT는 “죽음의 기업”이란 오명이 붙었다. 황창규 회장이 KT의 슬픈 과거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임한 지 두 달여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감행했다는 것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무노조와 철저한 성과중심의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출신답게 노동자의 생존권을 희생시킨 것이다.

KT는 지금까지 수많은 직원의 사망사건에 대해 대부분 개인 사정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말을 되풀이해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으며 KT노조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구조조정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KT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를 방관했으며, 민주노총도 이런 어용노조의 배신행위에 대해 아무 논평이 없었다. 조합원이 땀과 눈물을 흘려 번 돈으로 운영되는 노동단체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거늘 왜 수수방관하는가. 노동운동의 초심을 생각하면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귀족’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KT 내부에서 조차 본사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계열사도 명퇴를 실시하고 미디어분야 등 일부 계열사를 통폐합해 직원을 자연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매년 약 7,000억 원의 인건비가 절감된다. KT의 적정 직원수를 8,000명 이하로 진단,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임금 삭감, 면직과 퇴직 등 정리해고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

황창규 회장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황회장은 취임사에서 “현재 KT가 처한 위기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상식과 법규에 맞게 업무에 전념할 것을 당부하였으나, 그의 말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각종 횡령, 배임행위로 회사를 망가뜨린 책임을 묻지 않고 부실을 초래한 이석채 씨의 핵심 추종세력들을 내몰지 않고, 이를 발판으로 정치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낙하산인사와 삼성출신 인사를 영입하여 조직을 장악하면서 ‘경영쇄신과 1등 기업을 만들자’는 이름아래 삼성식 경영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하책의 인사로는 종사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우며, 해바라기 기업문화로 젖어 진정한 의미의 경영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KT는 30일 지난 1분기 매출 5조8천461억 원, 영업이익 1천520억 원, 당기순손실 41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6% 줄었다. 이런 부진실적의 주원인은 전임 이회장이 저지른 책임이 커서 올 한해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KT는 올해는 비상경영 선포, 사업 합리화,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올해 무선영업력 회복, 비용절감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2015년을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산 속에서 황회장은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냉혹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어용노조인 정윤모 집행부와 담합하여 노동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내고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 전직원의 25.7%에 달하는 8,304명의 노동자들을 퇴직시켰다. 근로기준법 제 24조는 “구조조정이란 경영상의 긴박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불가피하여야 하고, 사용자가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나쳤다는게 중론이다. 즉, 공정하고 합리적인 명분과 기준이 미흡했다.

타 통신사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를 줄여 경영개선을 하겠다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받으며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고민했어야 했다. 명퇴자의 평균 나이는 51세, 40대는 31%나 되니,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둔 것이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 나이다. 그들과 가족에게는 미래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여생을 설계해 나갈 지 당사자는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이다. 통계예측상 명퇴자중 일부는 장차 실패할 것이며, 불행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KT 황창규호는 세월호와 닮았나...삼성 낙하산으로 '패거리 문화?'”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온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고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있다. 참사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가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져 수많은 선량한 국민이 희생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KT직원의 자살사건은 이와 유사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KT 황창규호는 세월호와 닮았나…삼성 낙하산으로 '패거리 문화?'」제목의 기사이다. 세월호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가 만든 '국가적 참사'이다.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정부와 부실경영으로 무책임한 해운사, 직업윤리를 저버린 선장, 그리고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주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일삼은 부패한 관료가 합세하여 일으킨 사고이다. 이들은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며 목숨을 담보로 부패게임을 즐겼다. 특히 '같은 조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끌어주고 밀어줘야 한다'는 야릇한 특권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패거리'식 행태와 '마녀사냥식 책임 회피'가 관료사회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이미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출범 3개월된 KT 황창규호의 경영이 세월호와 닮았다고 한다.

황 회장은 경영쇄신이란 명분하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명퇴 대상자 명단을 만들고 그중 절반으로 줄이는 '황의 제2법칙'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와 삼성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여 조직을 삼성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취임 열흘 후 KT 재무실장에 전 삼성전자 김인회 상무를 임명하고, 3월 23일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사장에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일성 상무를 앉혔고, 26일 전 삼성증권 서준희 부사장을 계열사 BC카드의 사장 자리로, 지난달 8일에도 경영진단센터를 신설하고 전 삼성화재 최성식 자산운용본부장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그야말로 삼성 출신들이 '끼리끼리' KT에 모여 앉았다. 많은 요직 중 유독 자금이 흐르는 자리나 '삼성식 구조조정'을 도모하는 자리에 모두 삼성 출신 인사가 앉아 있으니 조직을 완전 장악한 셈이다.

이를 두고 KT 관계자는 "백여 명이 넘는 KT 임원 중 불과 몇 명만으로 어떻게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 수 있겠냐"며 반문하면서, "황회장이 명예퇴직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조직을 슬림화하고 미래 지향적인 순항을 위한 돛을 이제 올리려고 하는데 세월호 선장과 비교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변명하니,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가 아닐 수 없으며, 이번 구조조정이 당연하다고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루 아침에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게 그리 좋은가 말이다. 결국 일련의 KT 사태를 보면, 황 회장과 세월호 참사의 가려진 배경이 드러나면서 오버랩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관피아들의 '패거리 문화'와 현재 황 회장이 영입한 삼성맨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지난 대형참사를 수없이 겪으면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삼풍백화점, 서해훼리호,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원인과 마찬가지로 배금주의와 성과지상주의로 나타났다. 오랜 세월 외쳐왔던 ‘빨리빨리’ 문화, 목표 지상주의 시스템이다. 정직과 성실, 근면의 윤리는 사라지고 눈치껏, 재주껏 살아야 한다는 요령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비리와 부조리가 켜켜이 쌓였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후진국은 서양의 기술이나 방식만 흉내낼 게 아니라 그를 사용하는 정신도 함께 배우라”고 말한 바 있다. 토인비의 경고를 무시하고 정신을 배우지 못했으니 대형 참사가 꼬리를 문 것이다. 더 빨리 성과를 내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작동되고 있다. 그게 비리와 부조리의 모태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유비무환의 사고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황창규 회장은 상식과 원칙에 따라 경영하라

황창규 회장은 이번 KT직원의 사망사고를 겪으면서, 기본에 충실하면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안팎의 화살을 계속하여 맞을 것이다. 우선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을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패거리 인사를 하지 말고, 요직에 비삼성 출신도 고루 기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임 이석채 회장의 핵심 추종세력을 과감히 청산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에 의해 사내외 능력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견제와 균형이며, 이를 통해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성과주의 경영을 보여 주면서 가치지향은 좀처럼 보이지 않은 건 실로 유감이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삼성식 상의하달이 아닌 하의상달의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KT는 제조사가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해당분야의 1위 기업이지만, KT는 통신업에 있어 1위가 아닌 경쟁사와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이다. 그래서 서비스업의 가치창출을 위해 경영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절대로 유형위주의 경영성과에 몰두해서는 안된다. 무형자산은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고객만족은 내부고객 만족에 있다. 이는 전쟁에 나서는 군인의 사기가 충천해야 이길 수 있는 논리이다. 사기가 꺾인 직원이 어찌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면서 고객만족을 도모할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중 하나가 해운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계약직 선원을 채용하여 직업의식과 책임감이 소홀해 발생하였다고 한다. KT가 인건비 절감을 지상과제로 세워 직원을 대거 내보내고, 주판알 튕기면서 계열사에 업무를 무리하게 이관하여 비정규직의 인건비로 운영한다면 고객클레임은 늘어날 것이고, 기업이미지는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가슴아프게 명퇴를 당한 수많은 직원들이 과연 KT상품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KT가 인건비절감의 이익을 챙겼을지 몰라도, 잃을 게 많다는 것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노동인권은 척박하다. KT의 반인권적 노무관리에 대해 여러 차례 국정감사와 수많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정된게 전무하다. 정치권은 문제제기는 있으나 성과없는 용두사미식이다. 고용노동부와 언론, 법조계도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소극적, 수동적이며 친기업적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도 기업 봐주기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능하였으며,메이저급 언론사 대부분이 노동인권에 대한 보도는 소극적, 사후적 보도에 치우쳐 있으며, 검찰은 KT의 수많은 부당, 위법 노동행위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릴 정도로 보다 친기업적이다.

법원도 마찬가지이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KT의 위법행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 손을 들어 주었다. 그래서 계열사인 Ktis마저도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냈으며, 또한 행정소송에서 패소당했는데도 해당 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도 발표에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5위인데, 노동시장 효율성(78위), 정책결정의 투명성(137위), 노사협력(132위), 이사회의 유효성(130위), 소수주주 보호(124위) 해고비용(120위), 독과점 정도(118위) 등은 최하위권이다. 그리고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OECD 국가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평균이 12.5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29.1명으로 가장 높았다. 역대 정권은 서민경제 우선,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적 약자의 권익 증진을 목소리 높여 외쳤으나 실천은 미미하였다. KT의 몰지각한 행태나 각종 지표들은 곧 노동계도 정경유착이 있으며, ‘끼리끼리’문화, 즉 관피아 관행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참사로 희생 당한 영령에 정녕 보답하는 길이다. 민생경제를 위하는 길은 상식과 원칙을 지키면 된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KT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더 이상 노동자들이 불안과 좌절속에 근무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제2, 제3의 사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제발 ‘죽음의 기업 KT'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통령이 천명하였듯, KT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를 청산하고 동참하여야 한다. 황회장은 KT를 자타가 인정하는 건강한 기업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는 '신(新) 윤리경영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고객 최우선 △준법경영 △기본충실 △주인의식 △사회적 책임 등이다. 이런 무형적 가치는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종사원과 대화를 통해 이해와 양보를 구하고자 낮은 자세로 임할 때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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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일종

    관피아 황회장 등 경영진 이란 사람들 뭐라 말할꺼도 없을거 같네요..그 그늘에서 피로 시달리는 노동자 등 뒤에서 피 빨아먹고 있는 어용 노조 위원장은 뭔가요...ㅎㅎ 잘 돌아가네,,나라꼴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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