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나의 잘못을 반성한다

[기고] 나는 왜 교사선언을 했는가?

그 날, 5월 10일

2014년 5월 10일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5월의 햇볕은 따뜻함을 넘어 작열하고 있었다. 한낮의 화랑유원지에는 묶여서 날아가지 못하는 노란 나비들과 검은색의 제복들만이 펄럭일 뿐, 녹색은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감정마저 매듭이 져서 모두들 침묵한 채 아주 느리게 걸음을 옮기고, 더 나직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검은 제복은 행렬과 조문 절차를 통제하고 감정의 표현 방법과 시간을 통제하였다. 나는 그 통제에 따라 딱 그 시간만큼 영정들을 마주하고 분향소에서 나왔다. 엇갈리기는 하지만 마주치거나 만나지지 않는 통제선을 따라, 분노도 없이.

그 날 저녁 해가 지면서 안산 문화광장에는 분노가 소용돌이쳤다.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울분에 가득 찬 함성들은 분향소에서 눌렸던 침묵을 넘어 터져 나왔다. “진실을 알고 싶다.” “대통령은 책임지라”고 몇 시간을 바닥에 앉아서 소리쳤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쏟아내 버린 감정들로 서 있기가 버거웠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무엇인가 실천했다는 위안은 전혀 찾아지지 않았다. 허망함이, 여전히 누군가의 대답을 기다리고만 있다는 허망함이 밀려 왔다. 나는 분향소에서, 광장에서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실종자의 귀환을 기다리고, 통치권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절망을 넘어서는 길을 누군가 제시해 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더 이상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선박 사고가 처참한 참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무력하게 지켜보면서 이 정부와 그 통치권자에게 이 이후까지 책임지라고 더 이상은 요구하지 않겠다. 그래서 대통령 퇴진 선언을 하게 되었다. 퇴진 선언은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호소하거나 애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퇴진하라는 교사 선언은 우리가 이제는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희망을 우리 스스로 찾아 나가겠다는 몸부림이다.

왜 대통령인가?

눈앞에 중계되고 있는 구조현장에서 정부와 경찰은 무능한 듯이 보였다. 공무원들은 생명의 구조보다는 상부의 지시나 눈치를 보면서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심지어 청와대는 언론 통제를 통한 이미지 관리에 열중하거나 진도에서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이번 사고의 대처 방식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변화시켜 낼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고 취임시에 선서한다. 그러나 그 선서가 지켜지지 않았다. 해운업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 책임을 방기하고, 기업은 이윤을 위해 승객과 노동자의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 사고의 진상이다. 게다가 구조의 과정에서 정부는 그 직무조차 게을리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유가족들은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 진실을 밝혀줄 책임은 정부와 그 대표인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단지 상징이 아니라 최고 권위이며 모든 정보의 집결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규방송의 뉴스보다 인터넷상의 사진 한 장이 더 실체인 것으로 보인다. 불신의 유령이 그늘을 걷지 않고 있다. 이런 의심의 끝에는 결정권자가 있다. 진실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을 결정하는 자가 밝혀야 한다.

그 해운회사만 문제인가?

세월호가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 온 것은 눈앞에서 생명들이 꺼져 가는데 무력하게 지켜보아야 했다는 데에 있다. 도대체 왜 저럴까라고 의구심은 커져 가지만 납득할만한 해명은 없다. 그러나 해운업의 실태와 선박의 상태, 특히 승무원들의 노동조건을 확인하면서 나의 무지와 아둔함에 대해 반성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세월호 수명 연장을 위한 규제완화, 이윤 추구만을 위한 과적 화물의 일상화, 해운 업체와 관료와 정치권의 뒷거래, 외주 용역화에 따른 안전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노동 등으로 집약된다.

세월호에는 지난 몇 십년간 진행되어온 시장화 사유화라고 말할 수 있는 외주화된 시스템에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체제가 함께 승선해 있었다. 사람들의 생명보다는 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허물어뜨린 결과가, 대통령이 앞장서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규제완화를 외쳐댄 결과가 참사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화 시장화를 진행시켜 왔기에 이는 청해진에 한정된 문제가 결코 아니며 사회전반에 깔린 문제이다. 세월호 참사와 철도 민영화는 결코 다른 사건이 아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노동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가족만 안전할 수 있는가?

슬픔마저 통제하는 사회는 오로지 이 죽음에 대해서만 애도하게 하고 동시대의 다른 죽음을 떠올리는 것을 불온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불온하게도 또 다른 죽음들이 기억에서 떠올랐다. 누구도 더 이상은 기억하고 싶지 않는 죽음들이. 죽는 순간까지도 남은 돈 70만 원을 월세로 남기고 간 '세 모녀'. ‘함께 살자’라고 외쳤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벌써 25분이 유명을 달리 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소리쳤지만 끝내 용산은 철거되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대다수의 삶은 불안하고 흔들리고 뿌리가 뽑혀가고 있으며,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이들이 공감도 얻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위기 그리고 불안은 존재를 부정하며, 영혼을 갉아먹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 가파르게 상승하는 청소년의 자살률,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같은 암울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화는 인류와 자연의 관계에서 기후재앙으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듯이 생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상이변과 이로 인한 자연재해는 생존가능성을 묻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도 한국 사회는 핵에 대해 돌아보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새로운 행정기구 신설을 말하고 있으나 세월호는 진정으로 안전한 삶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안전은 국가 기구의 통제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며, 강력한 법집행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수학여행이 문제이니 안하는 것으로 지켜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안전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타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나만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며, 내 가족만이 안전한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안전은 공동체적이며 공유하는 것이다.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함께 살자'는 외침이다.

다시, 5월 19일

5월 19일 대통령은 참사 후 34일 만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해경 해체와 해수부 기능 조절, 특검, 대통령의 최종책임을 그 내용으로 담았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또 다시 기다리라는 지시만을 내리고 소용돌이 속에 좌초해 가고 있는 국가로부터 탈출했다.

그 날 오후에 교사선언 여부와 참가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시교육청에서 장학사와 감사관실의 주무관이 학교를 방문했다. 기성세대인 그리고 어른인 나는 이 참사의 원인과 과정과 그 결과 모두에 무관하지 않다. 한국 사회가 그런 체제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해 왔거나 동조해 왔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나는 교육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가로막는 교육, 입시경쟁의 승리를 위한 서열경쟁 교육에 매달려 왔다.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며, 진실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역할을 해 왔다. 나의 잘못에 대해 반성한다. 나는 자발적인 의지로 선언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징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그 날 학생들과 교사들과 남은 승무원들은 이미 기울어진 배안에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서로를 지켜주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기만 살아남으려고 다투지 않았으며,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누구와 경쟁하거나 밀쳐내지 않은 듯하다. 나는 여기서 절망을 넘어설 가능성을 발견한다. 인간의 본성이 경쟁이라고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이 본질이라고 주장한 주류 경제학이 진실이 아니며, 인간은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본의 이윤에 인간의 생명과 자연을 내 맡기는 체제이지 인간 그 자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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