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노동자 국회의원 김득중이 필요하다

[기고] 7.30 재보선, 새정치민주연합에 보내는 공개 제안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여전히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4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야 누구의 승리도 아니라는 것이 통상적인 분석이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수도권과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대거 당선된 것은 매우 중요한 결과지만 지방선거의 승패는 결국 광역시도단체장의 당선자 수일 수밖에 없다. 광역시도단체장 17명 중 새누리당이 8명, 새정치연합이 9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여 숫자상으로는 야당이 1석 앞섰지만,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 수도권에서는 2대 1로 여당이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결과는 새누리당 117, 새정치민주연합 80, 무소속 29로 여당이 총 당선자 수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강원, 충북, 충남에서도 새누리당이 훨씬 많은 기초단체장을 배출했으니 지난 지방선거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한 선거라고 해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운하다며 볼멘소리를 할 처지는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며 그 무능함에 분노했던 국민들이 왜 다시 여당에게 표를 주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당의 "한번만 도와주세요"와 "대통령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읍소가 잘 먹혀 들어간 것인지, 야당의 전략이나 역량이 너무 부족하고 모자라서인지, 유권자들의 그 열길 물속을 제대로 알 길은 없지만 오는 재보선에서도 이런 결과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문창극 전 총리후보의 낙마로 절정에 오른 정부의 '인사참사' 탓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다는 여론조사만 믿고 안이하게 선거에 임한다면 야당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에서 승리를 원한다면,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확인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임기가 2년 가까이 되는 총 15석의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재보선은 '미니총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선거라는 것이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꾸짖음이었다면, 오는 재보선은 연이은 인사문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것이다.

재보선 예정지역 15곳 중 영남 2곳과 호남 4곳을 제외한 9곳이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지역인 동작을을 비롯하여 수원의 3곳, 김포와 평택(을) 등 수도권 선거구에는 여야의 거물 정치인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강적을 피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재보선은 이런저런 이유로 중앙정치를 떠나 있던 거물 정치인들의 컴백무대가 되어 왔다. 가장 최근 2013년 10월에는 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선 서청원 의원이 당선되어 중앙정치에 복귀했고, 2013년 4월에는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 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원내대표인 이완구 의원, 현 새누리당 대표 출사표를 던지고 서청원 의원과 날선 대결 중인 김무성 의원 등 여야의 지도부가 지난 해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2011년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태호 전 총리후보가, 2010년에는 이재오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윤진식 전 새누리당 충북지사 후보가, 2009년에는 정동영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007년에는 심대평 당시 국민중심당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전의원이, 2006년에는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차명진 전 한나라당 대변인, 이주영 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2005년에는 유승민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국회의원이 되었다.

모두 당시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이거나, 지도부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 출마한 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재보선에 출마한 거물급 정치인들은 애초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거나,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예사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를 겉으로는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의 지역에 중앙정치의 거물이 출마한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이다. 하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서 치러진 보궐선거에 경선에서 탈락한 후 그대로 다시 출마하여 같은 기수 같은 지역구에서 두 번 당선된 맹형규 같은 인사도 있으니 기가 막혀도 할 말은 별로 없다.

본론에 앞서 재보선 이야기를 길게 이어가는 이유는 이번 재보선에서 '평택(을) 재선거'를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평택(을)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던 새누리당 이재영 전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으로 당선이 무효 되어 치루는 이번 재선거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참담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살며 이제는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의 상징이 되어버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김득중 지부장이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참세상 자료사진

2009년 그 뜨거웠던 77일의 도장 공장 옥쇄파업 동안 삼켰던 눈물, 참혹했던 경찰특공대의 폭력진압 앞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그 공포와 분노, 정리해고 이후 세상을 떠난 24명 아니 그보다 더 많을 동료들과 가족들을 가슴에 품고 통한의 세월을 보냈던 김득중과 그의 동료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평택(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고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한 서툰 정치를 시작 해보고자 큰 결심을 세운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쌍용자동차 옥쇄파업과 강제진압 직후인 2009년 10월에 노동부장관으로 임명되었고 2010년 ~ 2012년 MB정부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이 출마한다. 임태희 전 의원이 노동부장관(후에 고용노동부장관으로 명칭이 바뀜)으로, 대통령실장으로 행정부의 중책을 맡았던 시기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이어지는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시기였지만 그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또, 국정운영의 핵심인사로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2000년부터 경기 성남 분당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사람으로 평택과는 특별한 인연도 없으면서 '거물 정치인의 귀환'을 위해 그저 평택을 택했을 뿐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16대부터 18대까지 평택(을)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지난 19대 총선 직전에 불출마선언을 했던 평택 토박이 정장선 전 의원이 다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쌍용자동차가 해외매각과 정리해고, 옥쇄파업과 폭력진압 등이 자행되던 시절 해당 지역구에서 여과 야당 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정부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을 쫓아내던 시절에도 그는 평택의 국회의원이었다. 십 수년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국회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어 부끄럽다며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다시 국회의원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 했던 사람이다. 2년 전에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세대교체와 새인물 영입을 위해 결단을 했던 분이니,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을 통 크게 밀어주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막강한 여당과 제1야당의 정치인 두 사람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의 실제 당선을 간절히 보고 싶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그가 단지 정리해고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고 당선시키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짧지 않은 시간 내가 보고 느낀 '사람 김득중'이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가족들의 죽음을 자신의 일로 받아 안고 2년 넘게 거리에 천막을 치고 분향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용산참사 유족들 유성기업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필요로 할 때, 두말없이 달려가 함께 울고 웃고 걷고 소리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선이 되고 나면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의 국회의원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에 중대한 결정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전, 여야가 합의했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국정조사는 시작도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국회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 여야 6인 협의체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물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의 해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130석에 가까운 거대 1야당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힘없어 쫓겨나고 돈 없어 내몰리는 '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오는 7.30 평택(을) 재선거에 후보자 공천을 하지 말고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의 출마를 지지하고 당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부탁드리고 싶다.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원내외 진보정당들은 이미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의 후보자를 내지 않은 채,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을 지지하고 함께 선거운동에 나서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는 기존의 야권연대나 후보 단일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새로운 방식의 선거연대 모습이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거대 정당들에게는 국회의원 단순히 의석수 한자리가 늘어나는 문제일지 모르지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삶과 미래가 걸린 문제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모두가 이 선거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정치인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노동자 서민의 국회의원은 남아있지 않다. 물론 지금도 국회에는 양심과 열정을 가지고 그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소수의 의원들이 존재한다. 여전히 그 힘이 미약해 보이지만, 정리해고 노동자 김득중 후보가 당선되어 이들과 함께 한다면 19대 국회 남은 임기 동안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생 공장에서 일하고,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김득중 후보에게 당선이 된다면 어떻게 입법을 하고 국가운영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부터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을 지지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당선이 된다면 자발적인 무보수 보좌관이 되겠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식이나 해외사례들이 필요할 때에는 학자들이 발 벗고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현실감각과 경험이 필요하면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빈민 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겠다고 다짐을 한다. 불의에 맞서 싸우고 거대한 힘에 저항해야 할 때는 정당이라는 외피 대신 종교인권시민사회의 수많은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어깨 걸고 연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의 당선은, 김득중이라는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쫓겨나고 내몰리면서도 하소연 한번 할 곳 없었던 힘없는 사람들이 직접 국회에 들어가는 사건이다. 흥밋거리 이색후보의 출마가 아니라, 분명 우리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국회의원 후보가 출마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평택(을) 출마를 준비 중이던 분들께 간곡하게 호소한다. 이번 7.30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MB 정부 고용노동부장관이자 대통령실장 여당 후보 임태희 VS MB 정부 시절 정리해고 옥쇄파업 경찰특공대에 의한 폭력진압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득중"의 구도로 치러보자고 말이다. 평택(을)에서의 아름다운 양보가 분명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득이 되고 기분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될 것이다. 그동안 말로만 확인해 주던 노동자, 서민을 위한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심을 평택(을)에서 국민들께 제대로 한번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에게는 노동자 서민 후보 김득중의 국회의원 당선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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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민련아 이번에 양보안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니들은 안찍을거야
    글구여태까지 20년동안 직고싶은후보안찍고 니들 구걸하느것때문에찍어준거 다돌려줘씨발눔아

  • 돌냄비

    정치꾼들만 판치는 세상에 정의로운 양심과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노동자 김득중국회의원의 탄생을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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