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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어깨걸기] 삶삼한 연대

[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지난 8월 21일 삶삼한 연대 문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진은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음악대' 공연
2012년 8월 21일, 그리고 2015년 8월 21일
2012년 8월 21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광화문 지하도에 농성장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던 날이다. 많은 수의 경찰들은 그들의 언어로 일반시민은 들어갈 수 있었던 광화문 지하도에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들의 진입을 막아야 하는지 몰랐던 경찰들은 자신의 삶을 내걸고 투쟁했던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1박 2일의 사투 끝에 광화문 지하도 한쪽에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천막 농성장이 생겨났다.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겨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필수 복지서비스를 제한하는 반 인권적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한국사회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후의 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살인 장벽, 이혼한 전 배우자와 의붓자녀의 재산, 소득까지 찾아내 보장을 가로막는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기 위해. 한국사회 가장 끝자락에 놓인 사람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은 그곳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도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명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2015년 8월 21일,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가난을 피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견고히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많은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가난을 피해 죽음을 택하고 있다. 한국의 복지 총량은 많지 않다. TV에서 보여주는 세계 어느 국가와의 비교지표를 볼 필요도 없이 우리 주변 빈곤층들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고 경제순위가 몇 위고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지만, 몇 백 원이 없어 굶주리고, 몇 천원이 없어 아픈 곳을 치료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 돈이 권력이 돼버린 세상에서 가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에 함께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이번 3주년의 제목은 ‘삶삼한 연대’였다. 삶삼한 연대에는 “사람들(우리)의 삼년 농성, 이곳에 연대해 달라. 우리도 사회 곳곳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빈곤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연대하겠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최근 정부는 안 그래도 부족한 복지를 줄이려 하고 있다. 복지서비스가 너무 한쪽(저소득층)으로 치우쳐 있어 받는 사람들만 중복해서 받고 부정수급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 정부 초기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부정수급 콜 센터를 신설하더니 이제는 복지재정을 3조원 절감하겠다는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내세워 복지축소를 강행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역시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의 복지서비스 중 유사중복서비스를 실시하는 지자체의 사업들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저소득층 지원사업,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노인수당 등의 많은 사업들이 중단되게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선전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사업 간 중복되는 사업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전체 복지사업 중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예산 기준 7.3%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령화 지수, 가계부채 등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분석한 보고서의 결과 노인, 근로무능력, 가족 등 전 영역에서의 한국사회의 사회복지지출 수준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복지가 한 쪽으로 치우쳐 있고 부정수급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복지의 절대적 총량이 적으며, 그중에서도 저소득층 지원사업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고통은 계속된다
안 그래도 힘든 삶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옥죄는 정부의 최근 행보 때문일까. 8월 21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3주년 행사에는 6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사전 행사로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유사중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함으로써 장애인이 사회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활동보조서비스의 축소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한 후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삶삼한 연대 투쟁결의대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각계각층의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는 빈곤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행동에 함께 하겠다는 8.21선언을 함께했다. 그리고 저녁시간 이후 삶삼한 문화제를 진행했다. 현재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한국사회가 가리려는 아픔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눴다. 또한 문화제에는 많은 가수들도 함께했는데, 단지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이 아니었다. 함께 한다는 목소리 같았다. 이렇게 응원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으니 그래도 우리 힘내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당일의 행사는 3년 전 지하도에 들어왔던 것과 같이 1박 2일 투쟁이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노숙투쟁을 전개하며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행동을 이어갔다. 이날 우리는 아직도 계속되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함께 이 고통의 공간을 바꾸기 위해 걸음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 또한 확인했다. 매일이 농성이고 투쟁인 광화문 지하도 농성장,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농성장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는 날까지 그리고 우리 사회 속 구성원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사는 세상이 오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살기 팍팍해지는 사회 속 가난한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더 빠르게 잊혀지고, 무뎌지는 것만 같다. 그래도 희망한다. 아직 우리에게 손 내밀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리고 제안한다. 사회가 팍팍해지는 가운데 힘들겠지만 우리가 먼저 손 내밀 수 있기를. 잘 살아보자.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지 알고 있기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