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40년 동안 경제정책 논쟁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상식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배웠다. 서로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가지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면서도, 정작 주요 논쟁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한 일이 흔하다.

가장 좋은 최근 사례는 이런 것이다. 한편에서는 AI가 곧 생산성을 놀라울 정도로 끌어올려 상상하지 못했던 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동시에 유력 논객들은 정부부채가 나라를 파산시키고 있다고 걱정한다. 일론 머스크처럼 같은 사람이 이 두 주장을 모두 강하게 펴는 경우도 있다. 서로 모순된 입장이라는 사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쨌든 이른바 똑똑한 사람들이 내놓는 어리석은 생각 가운데 내가 특히 좋아하는 하나는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주장이다. 빌 게이츠는 며칠 전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지적했듯 지금까지 AI가 몇몇 좁은 분야를 제외하고 고용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보다 신중하게 산업별 분석을 시도한 경제학자들도 제한적인 효과를 확인했을 뿐이다. 많아야 1990년대 기술 호황기와 비슷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예상하며, 이조차 1947~1973년 ‘황금기’에 나타난 생산성 증가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게이츠의 말이 맞아서 실제로 이런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생산성 급증이 나타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더라도 대규모 정부지출이 없다는 조건에서도 반드시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당 노동시간과 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된다.

현재 미국 노동자들은 다른 부유한 나라의 노동자들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더 오래 일한다. 미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00시간이지만 캐나다 노동자는 평균 1690시간으로 약 6% 적게 일한다. 프랑스 노동자는 평균 1,500시간으로 거의 17% 적게 일하고, 독일 노동자는 평균 1,330시간으로 26% 적게 일한다. 노동시간이 짧은 이유는 주당 노동시간이 더 짧고, 초과근무수당 할증이 35시간이나 36시간부터 적용되며, 휴가와 공휴일, 병가, 가족돌봄휴가 등에 유급휴가를 의무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연간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같은 양의 일을 더 많은 노동자에게 나눌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노동자 1억 5,000만 명이 평균 1,800시간씩 일하면 총 노동시간은 2,700억 시간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AI가 기적적으로 생산성을 3분의 1 높인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의 예측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면 같은 생산량을 1,800억 시간만으로 만들 수 있다. 노동자 1억 5,000만 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평균 연간 노동시간을 1,200시간으로 줄이면 된다. 이는 현재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보다 약 10% 적은 수준이다. 평균 주당 노동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인다면 모든 사람이 1년에 12주의 유급휴가를 누릴 수 있고, 실제 일하는 기간은 40주가 된다.
이런 계산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거의 90년 전인 1937년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통해 주 40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다. 그 뒤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나라들이 그랬듯 주당 노동시간이나 연간 노동시간을 더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었겠지만, 강력한 기업 이해관계가 그런 시도를 막아왔다.
억만장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막기 위해 정치인들을 계속 돈으로 사들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다. 복잡한 해법은 필요 없다. 억만장자들이 사들인 정치인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출처] AI and Jobs: Why Shorter Workweeks Could Solve the Problem – CEPR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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