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곳에도 생명이 존재할까, 아니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할까? 이는 인류가 아직 답하지 못한 중대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이 수수께끼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진은 분자 혼합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화학의 영역에서 생물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는지, 그때 어떤 조건이 필요했는지 탐구한다.
우리 연구진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새 연구에서 이 과정의 한 단계일 수 있는 현상을 새롭게 조명했다. 우주에서 온 쉽게 분해되는 당이 지구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조건을 마련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으며, 결국 생명에 가장 중요한 분자 가운데 하나의 골격을 어떻게 이루었는지 살펴봤다.
생명의 시작을 재현하다
과학자들은 물과 광물, 탄소를 함유한 분자가 복잡하게 뒤섞인 혼합물, 이른바 ‘원시 수프’에서 생명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혼합물은 바다나 호수, 온천에 존재했을 수 있다. 온도 변화와 물의 흐름, 광물 표면, 증발이 혼합물에 영향을 미치면서 점점 더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흔히 정제한 화학 물질과 세심하게 조절한 혼합물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이런 과정을 재현하려 한다. 이런 실험 조건에서는 개별 반응을 따로 살펴보고 변수를 제거하기 쉽지만, 자연의 ‘뒤죽박죽’인 화학 반응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상호작용을 놓칠 수 있다.
이런 실험에서 연구자들이 살펴보는 분자 가운데 하나가 리보핵산(RNA)이다. 오늘날 생물은 RNA를 통해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며, 연구자들은 생명의 기원과 초기 진화에서도 RNA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RNA는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RNA의 분자 골격에는 쉽게 분해되는 당인 리보스(ribose)가 들어 있다. 리보스에 열을 가하면 설탕이 캐러멜로 변하는 것처럼 갈색의 끈적한 물질로 분해될 수 있다.
리보스 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원소 가운데 하나가 붕소다. 붕소는 붕산염, 즉 붕소와 산소, 수소를 함유한 분자 형태로 리보스와 결합해 분해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효과를 조사하는 실험에서는 흔히 정제한 성분을 단순하게 조합해 사용한다. 우리 연구진과 동료들은 고대 암석과 광물, 화석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실험에서 실제 자연환경을 더 충실하게 재현하려 노력해 왔다.
푸가 온천
우리 연구진은 생명이 시작한 장소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는 오늘날의 환경도 연구한다. 그중 하나가 인도 히말라야산맥(Himalayas) 고지대의 푸가(Puga) 온천 지대다.
푸가의 온천수에는 붕소가 매우 풍부해, 지표면에 굳은 붕산염층을 밟으면 눈처럼 바스락거린다. 그런데도 이 온천수의 붕소 농도는 정제한 성분을 사용하는 일부 실험실 실험에서 적용하는 농도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붕소를 함유한 광물은 흔히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푸가의 붕산염층처럼 침전해 결정을 형성한다. 그 결과, 생명의 기원에 관여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화학 반응에 필요한 붕소와 다른 원소가 물속에 더 적게 남는다.
그렇다면 고대의 그런 환경에서 물속에 녹아 있는 붕소의 농도가 실제로 높을 수 있었을까?
쌍방향 관계
우리 연구진은 푸가에서 채취한 붕산염층을 비롯해 실제 광물을 사용한 새 연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기 전 지구의 유체에 어떻게 높은 농도의 붕소가 존재할 수 있었는지 리보스 자체가 설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우리 연구진은 리보스가 붕산염 광물의 용해를 돕고 고체 입자의 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더 많은 붕소가 물속에 녹아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화학 반응에 참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쌍방향 관계를 시사한다. 붕산염은 리보스의 분해를 막고, 리보스는 붕산염이 물속에 녹아 화학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생명 이전의 세계
생명이 처음 탄생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40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고 화산 활동은 훨씬 활발했을 것이다. 그 결과 황량한 화산 지형과 철이 풍부한 녹색 바다가 펼쳐졌을 것이다.
초기 태양계에서 날아온 운석이 비처럼 쏟아져 지표면을 강타했을 것이다. 이런 운석은 물과 탄소 화합물을 비롯한 분자를 우주에서 지구로 가져왔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초기의 이 운석 충돌 시기에 매년 약 100만 톤의 탄소가 지구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Victoria)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Murchison meteorite)은 당시 상황을 짐작할 단서를 제공한다.
운석 조각을 수집한 주민들은 운석 속 탄소 함유 화합물에서 등유와 비슷한 강한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운석의 성분에서 다른 당과 함께 리보스를 확인했다.
미생물이 없었던 당시에는 탄소 함유 분자의 공급 속도가 화학적 분해 속도보다 빠른 곳이라면 어디서든 이런 분자가 축적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얕은 호수나 웅덩이에서 물이 증발하면 우주에서 온 유기 분자가 농축돼 화학 성분이 풍부한 수프를 이룰 수 있었다.
암석과 만난 원시 수프
생명의 기원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는 광물이 이런 수프의 화학 반응을 어떻게 더 복잡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 살펴본다. 우리 연구는 거꾸로 수프가 초기 지구의 광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한다.
원래라면 광물층을 형성한 뒤 땅속에 묻혔을 붕소 가운데 일부가 원시 호수나 다른 수역에 녹아 있는 상태로 남았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지표면에서 형성되는 광물의 종류가 달라졌을 수 있다.
리보스 자체는 아마 비교적 드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틸렌글리콜과 글리세롤을 비롯한 다른 분자도 붕산염과 결합한다.
이런 분자가 자연에서 형성된 광물 퇴적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한편, 이미 알려진 당과 다른 광물 사이의 상호작용은 더 폭넓은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구의 암석에 더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들도 탄소를 함유한 분자와 상호작용하며, 이산화 규소와 칼슘에서도 이런 상호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탄소를 함유한 원시 수프가 다른 광물과 암석의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늘날 생물은 생체 광물화 과정을 통해 껍데기와 산호 골격을 만들면서 지질 환경을 변화시킨다. 우리 연구진은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기 전부터 생명체를 이루지 않은 탄소 함유 분자가 광물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런 상호작용이 지형 전체를 바꾸었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탐구하면서 지구의 먼 과거에 존재했던 낯선 세계에 관한 가정을 검증하고, 우리의 기원을 조사하는 실험을 개선하며, 다른 곳에서는 어디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출처] How sugar from outer space became one of the backbones of life on Earth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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