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택시노동자 고영기가 8일 오후 5시 40분께 인천의 통신탑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하루 열두 시간을 몰아도 임금은 세 시간치만 붙는 계산법을 바꾸라는 194일이었고, 정부는 이날 아침에야 그 시간을 재 보겠다는 조사 기구를 띄웠다. 11년 전 노동부가 맡긴 연구는 이미 잴 수 있다고 적어 두었다.
  2. 마드리드에서 70년 산 집에서 들것에 실려 나온 87세 세입자가 2주 뒤 숨졌다. 50개 도시로 번진 시위는 11월 11일 ‘주거 총파업’ 제안으로 이어졌고, 그사이 스페인 정부가 무기에 약속한 돈은 5년 치 주택계획보다 컸다. 심층 분석 둘째 편과 오늘의 단어에서 잇는다.
  3. 한화오션에서는 8일 하청노동자 둘이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정규직 지회장이 골리앗크레인에 올랐다. 내려온 쪽은 일을 시키는 진짜 회사인 원청과 7개월 만에 첫 교섭에 앉고, 올라간 쪽은 그 회사가 임금 교섭을 막았다고 말한다.
  4.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호주 등 12개국 무역협정 CPTPP 가입 신청을 올해 안에는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틀 전 ‘원점 대화’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선 셈인데, 그날 아침 중앙일보 사설은 농민 피해가 사실이라고 적은 뒤 농민 달래기를 ‘국익 포기’라 불렀다.
  5.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소송 없이 배상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첫날, 장관은 “약속을 지키는 정부”라 적었다. 피해자 쪽은 전날의 의견 청취 자리를 “면피용 들러리”라 불렀고, 이날 협약식을 “대국민 사기극”이라 했다. 온라인 광장 오늘의 논쟁 첫 꼭지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택시노동자는 194일 만에 내려왔다, 정부는 11년 전에 받은 답을 다시 조사한다

「택시노동자 194일 만에 땅으로… 간주근로제 개선 노사정 TF 출범」 참세상 · 10/08 함께 볼 기사 「‘공짜노동 철폐’ 고공농성 택시노동자, 194일 만에 땅 밟는다」 경향신문 · 10/08 함께 볼 기사 「택시 간주근로제 개선의 첫걸음,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정의당 성명 · 10/08 함께 볼 기사 「택시월급제 요구 고공농성 200일…전국서 ‘희망택시’ 인천으로」 참세상 · 10/07

무슨 일이 있었나

8일 오전 9시, 택시 노동시간을 실제로 잴 수 있는지 조사할 노사정 기구가 고용노동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노동부와 국토교통부, 택시 노사와 전문가가 들어갔고 정식 이름은 ‘택시업종 근로시간 등 노동환경 실태조사 TF’다. 전자장비로 기사의 실제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기사들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는지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행령과 지침을 고치는 것을 검토한다. 그리고 오후 5시 40분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고영기 총무부장이 인천 길병원 사거리 통신탑에서 내려왔다. 3월 29일 올라간 뒤 194일째였다.

왜 하늘로 올라가야 했나

법인택시 기사의 임금은 일한 시간 대신 노사가 합의한 시간으로 계산된다. 사업장 밖에서 일해 노동시간을 재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58조의 간주근로시간제가 택시에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 합의 시간은 하루 3시간 안팎에 그친다. 7일 참세상이 전한 전북 전주의 한 기사는 임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이 3.5시간이고 기본급으로 105만 원을 받는다. 회사에 내야 하는 하루 기준금 15만 6천 원을 채우는 데 평균 9시간이 걸리고, 월 200만 원을 벌려면 12~13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임금이 붙는 시간은 그중 두세 시간이다. 노동계가 이것을 ‘공짜노동’이라 부른다.

서울은 2021년부터 소정근로 주 40시간을 의무화한 택시월급제를 시행했지만 전국 시행은 미뤄져 왔다. 3월에는 서울 밖 시행을 2028년으로 다시 늦추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고영기가 통신탑에 오른 것은 그 개정안이 발의된 3월이었다. 요구는 둘이었다. 월급제 후퇴를 막을 것, 그리고 시행령을 고쳐 택시를 간주근로제 적용에서 빼낼 것.

11년 전 연구는 무엇을 적었나

2015년 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맡긴 연구는 택시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TF가 이제 조사하겠다는 바로 그 내용이다. 잴 수 있는지에는 이미 답이 있었고 잴 의지가 없었던 셈인데, 그 의지가 194일의 농성을 지나서야 ‘조사’의 형태로 나타났다. 택시지부는 “당연히 했어야 할 정부의 의무였음에도 194일간 0.25평 하늘 감옥에서 투쟁해야만 움직이는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늦었지만 정부의 결정을 수용”했다. 8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농성장을 찾은 뒤 TF가 꾸려지기까지 두 달이 더 걸렸다. 택시 사업주 쪽도 같은 TF에 앉았다. 실태조사의 결론이 어디로 갈지는 이제 그 회의실에서 정해진다.

앞으로

첫째, TF의 기한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 선을 그었고, 조사가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회의 밖의 압력이 정한다. 둘째, 농성 200일이 되는 14일에 전국의 택시가 인천으로 모이려던 ‘희망택시’는 엿새 먼저 땅을 밟기로 하면서 접혔다. 셋째, 2028년으로 밀린 전국 월급제는 국회의 몫으로 남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싸움이다.

#고공농성 #간주근로시간제 #택시월급제 #고영기 #공짜노동 #근로기준법58조 #노사정TF


퇴거 2주 만에 87세가 숨졌다, 정부는 그사이 무기에 80억 유로를 약속했다

「강제 퇴거 2주 만에 숨진 87세···스페인 주택난, 총선 쟁점으로」 경향신문 · 10/08 함께 볼 기사 「정부, 한 달 만에 무기에 80억 유로 약속, 5년 주택계획보다 크다」 El Gobierno compromete en un mes 8.000 millones en armas, más que en cinco años de Plan de Vivienda · El Salto · 10/08 함께 볼 기사 「노조들이 경영계에 보내는 메시지: 주거 총파업은 합법이며 정당하다」 Los sindicatos mandan un mensaje a la patronal: la huelga por la vivienda será legal y está justificada · El Salto · 10/07 함께 볼 기사 「스페인 정부, 의회가 부결한 주거 칙령 2건 재승인」 Spain’s Gov’t Approves Two Housing Decrees Rejected by Parliament · Democracy Now! · 10/07 함께 볼 기사 「스페인의 새로운 시위운동, 계급을 전면에 내세우다」 참세상 · 10/07

무슨 일이 있었나

7일 마드리드의 한 병원에서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숨졌다. 87세였다. 9월 23일 경찰과 사회복지 직원들이 들것에 실린 그를 집 밖으로 옮겼고, 그는 그날부터 입원해 있었다. 1956년 부모와 함께 들어가 70년을 산 집이다. 2018년 투자회사가 건물을 사들인 뒤 7년의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네 차례 퇴거 시도가 무산됐다. 집세를 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 1,400유로 연금으로 살던 그는 시장 임대료와의 차액을 메우겠다고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퇴거 전날 500명 넘는 이웃이 집 앞에 모였고, 퇴거 닷새 뒤 집주인은 퇴원하면 돌아올 수 있게 새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는 돌아가지 못했다. 세입자노조는 “해결이 너무 늦었다.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일”이라고 했다.

왜 한 사람의 죽음이 나라를 흔드나

퇴거 사흘 뒤인 9월 26일 시작된 시위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지나 50개가 넘는 도시로 번졌고,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수백 개의 텐트가 섰다. 10월 1일 의회는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고 퇴거를 제한하는 정부 칙령 두 건을 잇따라 부결시켰다. 칙령은 정부가 먼저 시행하고 의회가 뒤에 승인하는 긴급 법령인데, 보수 국민당과 극우 복스, 카탈루냐 독립파 준츠가 반대했다. 산체스 총리는 5일 의회를 해산하고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선언했으며, 6일 정부는 부결된 칙령을 다시 승인했다. 임대료 상한, 퇴거 한시 중지, 기업의 주택 매입 제한이 들어 있다. 투자회사가 사들인 집에서 노인이 들것에 실려 나오는 장면이 선거의 중심 쟁점이 됐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값을 치르나

집세 문제를 파업으로 끌어온 것은 세입자노조연합이다. 11월 11일 ‘주거 총파업’을 제안했고, 양대 노총이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바스크 지역 노조들도 가세했다. 경영자단체 두 곳은 공동성명에서 이 파업이 “노동적 성격이 아니”며 “정당화하기 어렵고” “뚜렷한 정치적·선거적 요소”를 지녔다고 했다. 노조 쪽 답은 임금이다. “임금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다.” 노조가 임금을 말하는 동안 정부는 다른 곳에 돈을 약속하고 있었다. 스페인 독립 매체 엘 살토가 각료회의 의결을 세어 보니, 8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여섯 번의 회의에서 무기 구매에 약속한 돈이 80억 4천만 유로였다. 공중급유기 54억 유로가 가장 컸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짜리 국가 주택계획의 총액은 70억 유로이고 그중 국가 몫은 42억 유로다. 지난해 스페인의 군비 증가율은 군사비 상위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앞으로

첫째, 11월 11일 총파업은 제안 단계다. 노총들의 비준과 날짜 확정이 다음 고비다. 둘째, 11월 29일 총선이다. 경향이 전한 여론조사에서 집권 사회노동당은 국민당에 뒤지고, 참세상에 실린 파올로 제르바우도의 칼럼은 국민당과 복스를 합치면 50%를 넘는다고 썼다. 셋째, 정부가 되살린 칙령이 선거 전에 효력을 가질지가 남아 있다. 제르바우도는 이 운동이 계급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본다. 집이 투자회사의 자산이 된 뒤 세입자가 어디까지 밀려나는지를, 마드리드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보여 줬다.

#스페인주거위기 #마리카르멘 #주거총파업 #세입자노조 #군비 #조기총선 #퇴거


03 한 장의 세계

퍼 올릴 지하수가 바닥난 들판, 목화는 올해 처음 통째로 죽었다

자료: NASA 지구관측소(Earth Observatory), 랜드샛 8호 위성이 2026년 9월 9일 찍은 미국 텍사스주 러벅 카운티 목화지대, 10월 8일 게재 · 원문 보기 →

퍼 올릴 지하수가 바닥난 들판, 목화는 올해 처음 통째로 죽었다

미국 최대 목화지대인 텍사스 러벅 카운티를 9월 9일 위성이 내려다본 모습이다. 1년 전 같은 자리의 녹색 밭과 물이 찬 호수는 갈색 들판과 마른 바닥으로 바뀌었다. 한 농가는 빗물에만 기댄 목화의 90%가 죽었다고 했고, 이 땅의 지하수위는 1950년 이후 25~100피트 내려갔다. 한 세기 가까이 퍼 올린 물의 끝이 보이는 해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194일 하늘 감옥에서 내려오며, 구호는 그대로 들었다

심층 분석 첫 편의 당사자가 내려오기 몇 시간 전에 올린 선언이다. 정부의 TF를 수용한다는 노조 입장과 별개로, 그가 땅에 내려오며 든 요구는 한 줄이다. “일한만큼 월급받자! 간주근로제 폐기하라!”


축사에서 잇따라 사람이 숨졌고, 정부는 아직 말이 없다

무안 돼지축사에서 숨진 20대 네팔 노동자의 1차 검시 결과를 경찰에 직접 확인해 올린 글이다. 7월 홍성의 30대 네팔 노동자, 양주의 60대 태국 노동자에 이어 축사에서 이어진 죽음인데, 정부의 말은 아직 없다. “말이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죽음에 대한민국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을 멈추고, 시청 앞에 섰다

전장연이 8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멈추고 서울시청 앞 1인시위로 옮겼다고 알렸다. 지하철에서 시청 앞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그 글에 적혀 있다. 서울시가 해고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두고 “권리중심해고노동자 400명 해고철회! 전장연 악마화 중단! 자립생활권리약탈 중단!”을 이제 오세훈 시장이 할 차례라는 것이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나온 ‘거주시설 예산을 줄였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아래 오늘의 주장에서 이어진다.

오늘의 논쟁

① 배상이 시작된 날, 유족은 의견을 듣는 자리를 ‘들러리’라고 불렀다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소송 없이 심사로 배상을 받는다. 국가와 사업자가 책임을 나누는 체계이고 신청은 내년 4월 7일까지다. 정부는 전날 피해자 의견을 듣는 자리를 열었고, 이날 기업들과 배상 이행 협약을 맺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약속을 지키는 정부, 피해자의 곁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유족은 장관의 글을 인용해 답을 달았다. 협약서를 당일 보고 고칠 수는 없으니 의견 청취는 “면피용 들러리 알리바이”이고 협약식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다른 피해자는 시행령 입법예고 의견 551건 중 358건이 반대였는데 국무회의에 ‘특기할 사항 없음’으로 올라갔다고 썼다. 배상 액수와 기업 분담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고 이달 구성될 배상심의위원회가 정한다. 돈이 오기 전에 누가 결정의 자리에 앉는지를 두고 먼저 다툰다.


② 제작사는 부산 행사를 접었고, 싱가포르는 개막작을 지켰다

1974년 육영수 피격의 배후를 쫓는 영화 〈암살자(들)〉이 부산과 싱가포르에서 다른 대접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이 6일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상영 재고 서한을 보냈고, 영화제는 7일 “변함없이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제작사가 “관객 및 참석자들의 안전”을 들어 개막식 참석과 무대인사를 접었고, 7일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는 제작사 대표와 각본가를 증인으로 부르자는 요구가 나왔다. 전지윤은 이것이 “한국영화계에 엄청난 위축, 상처,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며 영화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고, 유진 최는 〈다이빙벨〉 때와는 다르다며 “조금 더 차분하게, 그리고 면밀히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맞섰다. 영화의 해석을 국감장에서 묻기 시작하면 다음 질문은 어느 영화든 받을 수 있다.

③ 뉴욕 시장의 10월 7일 성명, 다툼은 런던에서 붙었다

10월 7일 3주년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에서 7만 4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죽였고 그중 2만 1천 명이 어린이라고 적은 성명을 냈다. 영국 언론인 오언 존스는 이를 “도덕적 명료함의 아름다운 성명”이라 불렀다. 전 보수당 장관 마이클 고브가 ‘성명인 건 맞다’는 한 줄로 받아넘기자, 존스는 “팔레스타인인은 똑같은 무게의 삶을 가진 인간이다. 그 사실이 당신을 분노하게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이라고 되받았다. 버니 샌더스는 3주년 성명에서 “무고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죽이는 것은 결코 저항이 아니”라면서,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만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가자의 팔레스타인 민중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벌였다고 적었다. 3년이 지난 날의 논쟁은 공격의 성격보다 그 뒤 3년을 무엇이라 부를지를 두고 벌어진다.


오늘의 단어

주거 총파업 스페인 세입자노조연합이 11월 11일로 제안한 파업의 이름이다. 집세를 올린 집주인을 상대로는 파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노동자가 일터를 멈춰 정부와 자본에 주거 정책을 요구한다는 발상이다. 노조들은 3월 8일 페미니스트 총파업과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이 같은 방식으로 합법 처리된 선례를 들고, 임금으로 집세를 못 내는 사회에서 집세 문제는 곧 임금 문제라고 본다. 이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파업권의 울타리가 공장 담장 밖으로 넓어진다. 경영자단체가 먼저 반대하고 나선 이유다.

오늘의 말

[비판] 뾰족구두가 문제라는 처장, 시험장의 소음은 누가 만들었나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성 수험생들이 풀메이크업을 하고 정장 입고 뾰족구두를 신고 오는데, 카펫이 깔린 데도 아니고 소음방지 대책도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월 공고로 공무원 면접에서 넥타이와 정장 구두를 금지하고 구두에는 덧신을 씌우기로 한 것을 따져 묻자 나온 답이다. 발언은 두 번 미끄러진다. 소음이 문제라면 고칠 것은 바닥이지 수험생의 발이 아니고, 정장을 입고 오는 이유는 수험생이 멋을 부려서가 아니라 평가하는 쪽이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복장을 보지 않겠다는 약속은 평가자가 할 일인데, 처장은 그 약속을 ‘여성 수험생’의 구두 소리로 바꿔 놓았다. 윤건영 의원은 “코미디 같은 일”이라 했고 박정현 의원은 “여성들은 구두 신지 말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처장은 “시험장이라니까요”라고 답했다. 시험장이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05 오늘의 주장

1.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두 명이 8일 아침 크레인에서 내려와 오후 4시 첫 원청교섭에 앉는다. 원청교섭은 하청노동자가 실제로 일을 시키는 원청 회사와 직접 교섭하는 것으로,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이 열어 둔 길이다. 금속노조 한화오션 원청교섭 승리 공동투쟁위원회는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고공농성 일부 해제 “첫 원청교섭, 사측은 진정성 보여야”」에서 “두 노동자가 고공에서 내려온 것은 투쟁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며 교섭위원 9명이 7개월 만에 열리는 자리에 간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한화오션지회장 골리앗크레인 고공농성 돌입」을 냈다. 정규직 노조의 임금·단체교섭이 막히자 지회장이 올라갔고, 성명은 이것이 “조선산업에서 최대성과를 낸 노동자를 향해 한화오션이 내놓은 답”이라고 적었다. 하청은 내려오고 정규직은 올라간 하루, 두 성명이 겨냥하는 상대는 한 회사다.

2. 국정감사가 드러낸 것을 두고 성명이 몰렸다. 서비스연맹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누구를 위한 사회적 대화인가!」라고 물었고, 참여연대 누리집에 실린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 성명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완화 논의에 우려를 표한다」는 “홈플러스 사태를 대형마트 규제완화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복지위 국감에서는 거주시설 예산을 줄였다는 주장이 나왔고, 전장연은 「‘거주시설 예산 줄였다’는 이달희 의원의 거짓 주장!」에서 “지역사회 자립지원은 시혜가 아닌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받았다. 국감의 후속으로 금속노조는 8일 국회에서 「“엄중 처벌과 안전 개선을”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중대재해 국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2월 승강로에서 추락해 숨진 29세 검사원 김경태의 죽음을 연구원 이사장이 “유서만 없다 뿐이지”라며 자살로 규정한 녹취가 국감에서 확인된 뒤다. 유족은 “경태야, 이제 안전대를 걸 곳이 생긴단다”라고 적었다. 국감이 묻지 않은 것을 묻는 쪽과 국감이 꺼낸 말을 반박하는 쪽이 하루에 겹쳤다.

3. 소수자가 서 있는 곳을 묻는 성명이 세 곳에서 나왔다. 정의당은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 강제 추방 과정에서 발생한 고문, 가혹행위에 대해 해명하십시오」에서 8월 27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추방되며 팔이 꺾이고 목이 졸렸으며 비행 직전 입이 테이프로 막혔다는 한 미등록 이주민의 증언을 들어 법무부의 조사와 국감 답변을 요구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올해 1~4월 외국인 구금 연장 신청 338건 중 81%가 승인되고 사유는 공개되지 않는 외국인보호위원회를 보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11일 커밍아웃의 날을 앞두고 「성소수자도 노동자다 – 커밍아웃의날, 숨지 않아도 되는 일터를 요구한다!」를 내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는 일이 해고, 따돌림, 승진 배제, 동료와의 단절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차별의 구조가 만든 절대적 위험”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재명 정부의 AI 돌봄정책에 ‘사람과 노동’은 없다」에서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충원 없이 “AI 기기 관리와 데이터 수습 등 새로운 행정 업무만 가중되고” 있으며, AI가 메우지 못한 돌봄 공백은 “여성과 저임금 돌봄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호소와 일터와 돌봄 현장, 세 성명이 가리키는 공백의 모양이 닮았다.

4. 한편 민주노총은 7일 저녁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유회… “사회적 교섭 논의 계속 이어갈 것”」을 냈다. 정부·사용자와 마주 앉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들어갈지를 묻는 대의원대회였다. 참세상이 전한 대로 재적 1,766명 가운데 1,100여 명이 등록했으나 오후 4시 30분쯤 일부가 자리를 떠 정족수가 깨졌고, 양경수 위원장은 가부 간 결론을 내지 못해 유감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별도로” 향후 방침을 내겠다고 했다. 어떤 형식으로 다시 묻겠다는 말은 아직 없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로봇이 들어오는 공장에서 먼저 지워지는 명단

「노동자 공격의 도구가 된 피지컬 AI」 양동민(사회주의를향한전진) 참세상 · 10/07

현대차지부가 2027년 울산공장 재건축 때 정규직 3,000명의 전환 배치에 합의하는 동안 계약직과 사내하청 1,100여 명에게는 아무 합의도 없다는 숫자가 이 글의 뼈대다. 필자는 올해 1월 현대차가 발표한 로봇 ‘아틀라스’와 사람 없이 24시간 도는 ‘다크팩토리’ 전망을 그 숫자 옆에 놓고, 피지컬 AI가 생산성의 도구이기 전에 고용 축소의 도구로 들어온다고 본다. 데이터센터와 기후위기까지 넓히면 논지가 성겨지지만, 핵심은 정규직 노조의 합의문에 적히지 않은 1,100명이다. 자동화의 비용을 먼저 치르는 쪽은 교섭 테이블 밖에 있다는 사실을 현대차의 숫자로 보여 준다.

[주목] 법의 한 줄을 고치면 교섭장에 올 줄 알았다는 고백

「한화오션 농성에 부치는 반성문」 윤애림(노동권 연구활동가) 매일노동뉴스 · 10/08

하청 두 명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교섭장으로 가는 아침에 실린 글이다.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를 고치면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이라 믿었던 자신과 법률가들을 먼저 심문한다. 개정 노조법 시행 7개월 동안 한화오션이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교섭에 나올 수 없다”며 버틴 과정을 되짚고, 노동위원회의 뿌리를 1945년 미군정 법령에서 찾아 왜 한국의 노동법이 파업을 막는 쪽으로 설계됐는지 묻는다. 결론은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판시를 빌려 온다. 사용자를 교섭에 나오게 하는 힘은 법의 문장보다 노동자의 단결된 행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법을 바꾼 운동이 법에 기대지 말자고 쓰는 반성문이라 읽을 가치가 있다.

[비판] ‘듣도 보도 못한’은 맞다, 법이 바뀐 지 일곱 달이다

「2대 주주 ‘삼전’에 교섭 요구한 ‘삼바’ 노조… 듣도 보도 못한 억지」 동아일보 · 10/07

사설이 스스로 인용한 조문이 사설을 반박한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이 계열사의 인사와 보상 기준을 정한다고 주장하며 6일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했다. 따질 것은 그 주장이 맞느냐인데, 사설은 그 대신 ‘평균 연봉 1억’과 ‘2대 주주’를 꺼내 자격을 묻는다. 법은 지분 순위도 연봉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삼성전자가 계열사 보상을 정하는지에 대한 회사 쪽 답은 사설 어디에도 없다. ‘신속한 법 개정’으로 자의적 해석을 막자는 결론은 결국 법의 문장을 다시 좁히자는 요구다.

[비판] 농민 피해는 사실이라 쓰고, 농민 달래기는 국익 포기라 불렀다

「대통령의 “CPTPP 원점” 지시…국가 미래는 생각 않나」 중앙일보 · 10/08

사설은 농업 생산이 연 7,100억 원 줄어든다는 정부 추산을 적고 “농민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라 인정한 뒤, 같은 지면에서 농심 달래기가 “국익을 포기”하는 일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쓴다. 제조업 생산유발 연 6조 원대는 국익으로, 농민은 지지율로 셈하는 배치다. 사설이 말하지 않는 것은 2015년 한중 FTA 비준 때 약속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 원 가운데 7천억 원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 정부가 농민에게 ‘정교한 대책’을 보여 준 적이 있는지 사설은 묻지 않는다. 사설이 인쇄된 날 오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물러서 연내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농민의 의심이 기정사실을 되돌린 열흘이었다.

[논쟁] 일주일 전 ‘검토 착수’였던 사업에, 미국의 전직 담당자가 ‘실현 불가’라고 답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실현 불가”라는 알래스카 LNG 사업」 경향신문 · 10/07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의 연방조정관을 지낸 래리 퍼실리가 5일 인터뷰에서 이 사업이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최대 540억 달러에 완공은 2040년대이고, 공사 지연과 자재비 상승을 보면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경제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아니면 단호히 결정하라고 쓴다. 논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략적 가치’를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면서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흔든다. 참여연대는 7일 트럼프의 일방 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첫 대미투자금 24억 달러가 송금됐다며 국내법 절차 위반을 따졌다. 상업성으로 판단하겠다는 정부의 말보다 돈이 먼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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