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국가의 운명을 걸고 올라타겠다는 막대한 AI 투자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받고 있다. 이러한 AI 거품/붕괴론이 아니더라도, AI 산업과 이와 긴밀히 연결된 반도체산업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산업들은 대규모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며, 이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지역 주민의 물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폐기물의 대규모 증가, 독성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노동 위험과 환경 오염, (주로 지구적 남반구로부터의) 자원 채굴에 따른 오염 및 억압, AI에 의한 효율 증가와 추천 알고리즘 등으로 확대된 생산과 소비, 이에 따른 자원 소모 및 환경적 영향 증가 등으로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한 AI 차별과 불평등, 일자리 상실과 노동 권력의 약화, 부와 권력의 독점 등의 문제도 추가된다.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역시 같은 문제점들을 공유한다.
윤석열 정부의 졸속적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으로 인해, 전남과 전북으로부터 경기도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 지역의 주민들이 이미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용인에 이어 광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그리고 전국 각지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희생지대’가 추가될 것이며, 그곳에서 송전탑으로 땅을 내주고 물을 빼앗길 이들의 (특히 농민과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불거져 나올 것이다. 전력과 용수 공급만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에 내몰릴 (반도체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청소년들을 포함해) 노동자와 주민, 피지컬 AI(=로봇)로 인해 숙련을 추출당하고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노동자, 심지어 AI-반도체 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투기적 금융 시장에서 빚만 떠안게 된 ‘개미 투자자’까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서는 저항의 대열은 커지고 길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저항의 대열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후정의운동이 자임해야 할 과제로서, 3대 메가프로젝트가 가속화할 기후위기와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을 고발/비판하고, 희생지대로 내몰린 지역의 농민, 주민,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사회적 투쟁을 조직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 기후정의운동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이 투쟁이 3대 메가프로젝의 첫 번째 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전선에서의 싸움, 즉 대안으로서 사회생태적 공공성 투쟁도 잊을 수는 없다. 이 글에서는 이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예시로 기후정의세, 대안적 민중예산 그리고 공공경제에 대해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첫 번째 과제와 두 번째 과제에 대한 공론장을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펼치면서 저항과 대안의 담론들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첫번째 전선: 기업특혜 법제도 저지/철폐 투쟁과 착취와 파괴의 현장에서 맞서기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제도화된 권력과 자원을 이용하고 동원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반도체-AI 기업특혜법들, 예를 들어 〈반도체 특별법〉, 〈AI데이터센터 특별법〉, 〈첨단산업특별법〉, 그리고 〈규제특구법〉 등을 제정하여 각종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으로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RE100특구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또한 AI-반도체 산업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가능하게 할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 제정에서부터, 현재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안,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에 물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법제화하려는 〈물관리기본법〉 등의 개정안, AI 산업의 정보 수집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보호 장치를 풀어버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줄줄이 발의되어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100조 원이 넘는 ‘추가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여 다시 AI-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는 내년도 예산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제개정과 예산안 수립/통과를 저지해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제도/재정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고, 무엇보다도 빠르게 밀어붙이는 ‘속도전’의 일정을 어긋나게 만들어 탈선시킬 필요가 있다. 기후정의동맹을 비롯해서 기후정의운동도 참여하여, 최근에 출범한 ‘메가특구특별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 공동행동’(이하, 메가규탄행동)이 자임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때 3대 메가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여러 약점들을 쟁점화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법제도 개악 시도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반도체 공장 및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다. 그 결과 정부와 국회에서도 3대 메가프로젝트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여 2035 NDC 이행에 어려움이 따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전력 수요 이외에 추가되는 전력 수요까지 감당할 재생에너지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막대한 용수 수요 증가도 문제가 될 것인데, 특히 기후위기로 심화될 극단적 가뭄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시민과 농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 사용 권리 위에 설 가능성에 대해서 쟁점화하는 싸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 등의 제도정치 내에서 기후정의운동과 진보정당들이 전반적으로 역량이 미비한 상황인지라,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주된 사회적 힘은 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도체 공장와 AI 데이터센터, 그리고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의 건설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되어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착취하며, 주민들과 노동자들을 위험 앞으로 내모는 현장에서 이를 저지하는 투쟁들을 조직하고 또 연대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예정된 여러 지역에서 주민/농민들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전국적인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RE100’을 명분으로 농지를 수탈하는 시도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국 각지에 들어서려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폭염과 가뭄으로 궁지에 내몰린 농민들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농업용수를 요구받을 때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생활용수 공급을 위협받을 경우 도시민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또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저항은 오래전부터 조직되어 있다.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인 청주와 같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커진 주민들의 불안도 사회운동으로 조직될 수 있다. 이런 운동들을 조직하고 연대하며, 또 상호연결하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거대한 ‘블로카디아(Blockadia)’ 운동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이 역시 ‘메가규탄행동’이 자임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 과제가 아닐까 싶다.
한편 3대 메가프로젝트가 미국과 중국을 두축으로 하는 전지구적 AI 패권 경쟁의 일부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맞서는 투쟁과 대안이 일국적인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는 없다. ‘글로벌’ AI 테크 기업과 금융자본들의 폭주를 막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 반대/거부 운동이 한 지역과 국가에만 국한될 경우, 취약한 다른 지역과 국가로 데이터센터가 옮겨가면서 공간만 부정의하게 재배치하게 될 것이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AI 산업의 무분별한 확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반도체산업 노동자의 건강 위험 문제를 싸우는 운동들은 이미 국제 연대의 틀을 마련하고 있지만, 향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대에는 각종 자원을 추출하면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는 지구적 남반구의 투쟁을 중심에 세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전지구적 AI 산업/기업/자본에 맞서는 저항과 투쟁, ‘블로카디아’를 세계 곳곳에서 구축하고 서로 연결하자고, 한국 기후정의운동에 앞서 움직이면 좋겠다.

두번째 전선: 사회생태적 공공성을 대안으로 맞세우기
사회생태적 공공성이란 생태적 한계 속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대규모 공적 재정을 동원하여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과 설비를 운영하는 기관을 공적으로 소유하고 무엇보다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맞서, 대규모 공적 재원을 투자하여 재생에너지를 공적으로 개발하고 설비를 공적 소유하여 이를 신속하게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공공재생에너지 투쟁이 이를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회생태적 공공성 투쟁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인 철도, 지하철,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확대/강화하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공공교통 운동도 활발하다. 모두의 주거권을 보장하면서도 (주택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더 성능 좋은 주택을 제공할 강력한 방안인 공공임대주택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주거권 운동,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된,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 속에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인 공공병원 확충 운동 등이다.
이런 사회생태적 공공성을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세울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성장과 지역격차가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을 야기한다고 인식되고 있으며, 정부와 자본은 AI-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호남 지역의 주민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매달려 온 경제성장이 남긴 성적이 무엇인지 기억해보자. 어느 시점에서인가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았다. 제공되는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고, 성장의 이익은 최상위 부유층에게 쏠렸다. 그 결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더욱 확대·심화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하여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더욱 가중시켜 삶의 토대만 무너뜨렸다. 정부나 주류 여론마저 K자형 성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여론은 너무 크다. 오랜 ‘개발민족주의’나 ‘성장주의’ 때문이든, 수백조 원의 이익을 내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현혹되었든, 과거 초라한 성적을 제시하며 비판을 하더라도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운동도 비슷한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 안전하고 자원을 덜 빨아대며, 다른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창출되는 이익을 사회적으로 형평성 있게 분배하는 어떤 산업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육성하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대안 성장’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대체 그런 산업은 무엇이며, 다른 ‘대안 성장’ 정책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한 탓도 있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산업을 지원하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할 근본적 이유가 자본의 이윤 축적에 맞춰져 있고, 대부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조건의 개선은 ‘낙수효과’에 겨우 기대고 있을 때, 다른 ‘대안 성장’론의 정당성은 더욱 낮아진다.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같은 차원의 유사한 해결책으로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서기 어렵다. 오히려 강력한 성장주의 안으로 계속 들어가, 대안은 고사하고 저항도 사라지기 쉽다. 우리의 저항과 대안의 기반은 무엇일까?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다. 생태적 한계 내에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서야 한다. 사회생태적 공공성은 사람들이 국가와 자본의 AI-반도체 도박에 휩쓸려 가는 것을 막는 대신, 그들에게 “‘불안한 삶의 지지대’, ‘정의로운 전환의 경로’, ‘대안적 풍요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삶을 존엄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공공성이 강화되면 생태적 한계를 고려한 ‘대안적 풍요’를 꿈꿀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풍요는 “더 많은 경제성장과 물질적 소비를 통해서 보상”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와 주변 그리고 나의 삶의 안정감이 확보”될 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이를 위한 동참이 가능”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다(구준모, 2025).
오랫동안 자본 이윤 추구를 위해서 심화시킨 ‘수도권 집중’과 ‘지역 격차’가 지역의 개발 요구를 더욱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서 일자리가 부족하고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지역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정당성이 인정받고 지지자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을 AI-반도체 광풍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작년 충북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 제기된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권리가 달라지는 사회는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에서 “‘어디에 살든’ 필요가 충족된 삶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는 지역정의운동이 싹텄다(미류, 2025). 수도권과 대도시의 거대한 ‘중력’ 속에서, 지역의 병원과 학교가 문을 닫고 버스 운행 시간이 줄어드는 등의 공공 서비스의 약화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떠나라는 강요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이를 핑계 삼아 팽창하는 개발 욕구에 기댄 5극3특 균형성장 정책과 그 위에 선 3대 메가프로젝트는 성장거점을 지원하기 위해서 다른 지역을 희생지대화하면서, 오히려 지역 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맞서는 지역정의를 향한 질문은 사회생태적 공공성 강화를 통해서 제대로 답할 수 있다.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의 전략 예시: 기후정의세, 대안적 민중예산, 그리고 공공경제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을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세우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한가지 전략을 예시적으로 토론해보자.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구적/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막대한 탄소 배출로 지구와 생명을 위협하면서도 엄청난 이윤을 얻고 과시적 소비를 해대는 대기업들과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중과세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부자에게 세금을!”). 특히 공공재생에너지운동 진영은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공급할 경우에 필요한 1,000조 원 이상 자금을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누진적으로 높여 거둬들인 추가 세수를 통해서 공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기후정의세’다. 홍석만(2023, 2025)에 의하면, 최고세율을 60%로 인상하면 초부유층과 대기업들에게 연간 90조 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다. 이를 통해 하위 소득계층과 중소기업들에 대한 과세 부담을 늘리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초부유층과 대기업에게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탈탄소 전환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기후정의세를 통해 연간 90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다면, 기후정의운동을 비롯하여 사회운동은 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당장 기후정의세가 아니더라도, 현재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기존 조세 제도를 통해서도 막대한 세수가 추가되고 있다. 올해 세수가 작년보다 100조 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미래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의 플랫폼”이라 설명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의 성명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100조 원 추가 세수를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 서민의 복지 확대에 쓸 생각이 없”고, “오히려 복지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시민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신설 특별회계의 필요 재정인 1조 2천억 원마저 깎을 태세다. 100조 원의 추가 세수를 사회생태적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쓰도록 요구해야 한다(이와 별도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서 15년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30조 원도 사회생태적 공공성를 강화할 목적으로 재배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에 의존해서 사회생태적 공공성 예산을 요구할 수는 없다. 구조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기후정의세가 필요한 이유다.
기후정의세로 연간 90조 원의 세수를 추가적으로 걷을 수 있다면, 국가가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좋을까? 기후정의세를 제안한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은 한국재생에너지공사를 설립하고 대규모 공적 투자로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늘려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90조 원을 모두 쓸 만큼은 아니다.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아낄 수 있는 성능 좋은 (특히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데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면 어떨까? ‘응급실 뺑뺑이’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게 만드는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공공의료 기관과 인력을 확충하는데 예산을 쓸 수는 없을까? 저렴하게 전국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고마운 교통수단이었지만 이제는 폐지를 앞두고 있는 무궁화호 열차를 현대화하고 증편할 수는 없을까? 고령화된 농촌과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좋지 않을까?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신선하고 윤리적인 식재료와 음식을 제공하고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임금을 개선하기 위해서 더 많은 예산을 쓸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필히 그 일부는 전지구적 남반구 민중들에 대한 한국의 ‘책임’과 ‘연대’를 위해서도 떼어 두어야 할 일이다.
앞선 질문들은 매우 제한적인 예시일 뿐이다. 수많은 부문과 지역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써야 할 돈이 너무나 많다.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 가져다 쓰느라 한번도 제대로 투자해보지 못한 돈들이다. 사회운동들이 나서서 이런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는 예산 목록을 모으고 정리하여, 대안적 민중 예산을 수립하고 요구하자! 물론 기후정의세의 도입이나 대안적 민중 예산의 제도화는 결코 간단치 않으며, 제도 정치 내 일정한 기반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투쟁도 필요로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쩌면 현실에 밀착하지 못한 채 일부 호사가들만 입방아 찧는 ‘지적 게임’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청난 과업이고 자칫 현실과 괴리될 위험이 있더라도, 마냥 미뤄 둘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서는 대안을 구체화하고 수많은 운동을 연결하고 하나로 묶는 방편으로, 체제전환의 대안을 구체화하고 가시화하는 방안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사회생태적 공공성 투쟁을 구체하기 위한 기후정의세와 대안적 민중 예산이라는 제안을 ‘세금과 복지’로 대표되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기존 정치와 비슷한 것으로 손쉽게 간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체제전환의 지향 아래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을 탐색하는 과정의 하나로 바라보자. 자본의 무한한 이윤 추구를 위한 자원의 배분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 내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위한 자원의 배분이 우선하는 경제를 찾고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새로운 ‘기후정의세’ 이외에도 국가의 조세와 재정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배치하는 논의로 발전할 필요도 있다). 한편 ‘공공경제’의 가능성을 심도깊게 토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기후정의세 수입과 대안적 민중 예산은 사회적 자원을 기존과는 달리 배분하여 경제를 조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AI와 반도체 산업에 비해서 공적 서비스에서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평등하게 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윤을 우선하지 않는 공적 영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사업은 지구/환경을 지키면서도, 역시 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자본 권력이 주도하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사회 권력과 함께 하며 강화하는 대안적인 산업정책에 대해서도 토론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지역/현장 곳곳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의와 대안을 토론하고 선언하자!
제조업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빠져 나간 지방 도시, 텅 비워진 도심 상가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보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일자리만 만들어진다면 마다할 일이 아니라는 이들의 항변이 이해되기도 한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일자리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지고, 그 만큼 강력한 개발 욕구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욕구, 기대와 지지가 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수도권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정의운동 등 많은 사회운동들이 이런 절박함과 기대/지지를 정면에서 마주하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역과 노동조합의) 많은 활동가들이 이 지점에서 판단을 유보하며 주저하거나, 오히려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사람들의 곤경을 무시하거나 지방의 실정을 모르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여러 지역과 부문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입장에 균열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리고 활동가들이 시민/노동자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며, 또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토론은 3대 메가프로젝트의 문제점과 그 뒤에 서 있는 AI 산업의 (기후위기도 무시하는) 파괴적인 속성을 폭로하고, 저성장의 위기 속에서 자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자본의 AI-반도체 동맹을 고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대안은 자본의 이윤 축적을 위한 대규모 투자의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 해결을 정조준하며 생태적 한계 내에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회적 부를 동원할 이유와 가능성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은 각계 각층, 여러 지역과 현장들이 직면한 곤경과 불만이 자본-국가 동맹의 사회적 에너지로 동원되지 않고, 자본주의 성장체제로부터 전환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에너지로 재구성하기 위한 토론이다. 지난 몇 년간 9월 기후정의행진이 성공적으로 조직해냈던 저항과 대안의 흐름을 다시 살려내고, 이를 본격적으로 자본-국가 동맹의 파괴적 프로젝트에 맞세우기 위한 토론이기도 하다.
엄청난 폭염 속에서 다시 조직되었던, 올해 9월 기후정의행진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판하고 맞서기 위한 대중 투쟁으로 기획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어서 메가규탄행동도 출범하였다. 올해 하반기의 주요 정세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개와 대응일 수밖에 없으며, 그 이후 시기의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의 파괴와 수탈 가능성을 비판하고 대안으로서 사회생태적 공공성 투쟁을 확인하는 토론의 자리로서, 올해 하반기 동안에 집중적으로 ‘기후정의 공론장’을 열자. 그리고 공론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위기 속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또한 진짜 해결책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혀보자. 제2의 기후정의선언 운동을 펼치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설 주체들을 세우고 연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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