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s와 의약품특허 : 무엇이 문제인가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팀 김동숙 1. 왜 TRIPs를 문제삼는가? TRIPs 협정은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즉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을 의미한다. TRIPs COuncil은 2005-2006년까지가 유예기간으로 되어 있는 TRIPs에 대한 각국의 적용 등을 관리하기 위해 TRIPs 68조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회의체이다. 석달에 한번씩 열리는 이 회의에서 지난 4월, 아프리카 대표들의 전원발의로 6월 20일 TIPRs Council에서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논의가 진행되었다. 미국, 스위스 이외의 40개국이상의 나라가 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동감했으며 곧 있을 9월 19일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TRIPs Council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일차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의 논의라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적재산권이 공공의 이익에 우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6월 20일 논의에서 개발도상국이 발의한 바와 같이 TRIPs의 어떤 조항도 공공의 이익-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대한 방해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적재산권은 건강권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다. 지적재산을 보호했던 이유는 단순히 발명자에 대한 보상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 공공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지적재산권협정은 오히려 기술의 확산을 가로막고 자본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형성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TRIP조항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적용의 대상이다. TRIPs 협정은 각 국의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을 무시하고 공공정책을 자율적으로 유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러나 지적재산은 단일한 협정으로 묶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각국의 사회-문화-경제적 상황에 맞도록 유연성있게 수정되어야 한다.
2. 지적재산권, TRIPs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지적재산권(IPRs)은 발명과 창조가 사회에 미치는 편익을 고려할 때 이를 장려하고자 하는 유인책으로서 생성되었다. 특허는 카피, 상표, 자료이용까지를 모조리 포괄하고 있으며 개발비용이 매우 높은 신약에 대한 발명을 보장하고 촉진시키고자 함이 기본원칙이다.
2-1. 지적재산권의 역사적 의의1) 특허 제도를 포함한 지적 재산권 제도는 무형의 지식을 제도를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독점·배타권을 부여한다. 지적 재산권의 이러한 성격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지점에서 논쟁을 유발하게 된다. 첫째, 무형의 지식을 누가, 어떤 근거로, 무엇을 위해 선별하여 누구에게 독점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지적 재산권은 그 실체를 갖지 않는 지식에 부여되는 권리이므로, 그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게 된다. 또한 지적 재산권 제도가 갖는 '독점적' 권한이라는 것은 권리가 오직 1인에 대해서만 인정이 되며, 더 나아가 타인의 권리행사를 배타적으로 막을 수 있는 막강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지적 생산 과정은 당시의 사회-경제-문화적 수준에 따르므로 소유의 주체가 명확하지 못하게 되는 모호성이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는 국가의 사회적 합의와 중재자 역할을 통해 결정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독점권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이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던 것은 한편으로는 개발자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점권이 부여하는 일시적인 과점상태를 통해 얻어지는 잉여이익에 의해 기술 발달이 촉진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적으로 각국은 기술도입과 확산을 통해 경제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 특허제도를 도입해 왔으며, 발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럼으로써 발명의 공개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꾀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따라서 기술의 발전을 꾀하려는 각국의 경제정책의 표현이었다.
2-2. TRIPs 협정의 역사적 맥락
지적 재산권 제도가 지금과 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80년대 초부터 특허 제도 강화 정책이 실시되었는데 변화된 미국의 경제환경의 결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까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던 미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리다가 1987년에는 총 1,596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안된 미국의 새로운 무기가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미국의 이러한 시도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중심부국가들은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들로 하여금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이는 몇 차례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국제협약으로 나타난 바다.2) 이들 중에서도 TRIPs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지적재산권 협정들을 포괄하여 지적재산권 체제를 국제화시키려는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의 시도로 볼 수 있다.
2-3. 의약품 및 의약품의 제조공정까지도 특허대상 TRIPs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보호를 가능케 하였으며, 27조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각 국가의 필요에 따라 특수한 분야에 대한 특허권 적용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이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한 강제실시권3) 발동을 손쉽게 하거나 보상을 제한할 권리를 둔다던가, 의약품 등 특정품목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한다든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4. 특허권의 효력과 존속기간 TRIPs 협정은 판매의 청약은 특허발명에 관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하여 전시하는 행위 뿐 아니라 카달로그에 의한 권유, 팜플렛의 배포 등 현실적으로 특허발명에 관한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다. 수입권을 특허권으로 인정하게 되어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어떤 한 나라에서 그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자가 제3자의 그 상품에 대한 수입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 TRIPs 협정결과 특허의 존속기간은 20년 이상으로 연장되었다.
2-5. 자료에 대한 배타적 권리 TRIPs 협정 39조에서는 자료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나타내고 있으며 제약업체들은 '불공정한 상업적 사용(unfair commercial use)'으로부터 임상자료 등 dataf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이 대단히 모호하여 초국적 자본의 이익에 따라 이 항목이 남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4)
3. TRIPs를 둘러싼 남북간의 충돌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전세계에서 HIV 감염자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이다. 성인의 16%, 임산부의 20%, 심지어는 군인의 45%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정책의 결과로 감염자의 대부분은 흑인이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아공은 보건의료체계를 일차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는데, 의료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로 약값으로 이루어진 재원의 조달문제였다. 남아공은 AZT를 특별히 70-75%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해 주겠다는 Glaxo Wellcome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대신 "의약품과 관련 물질관리를 위한 개정법"안을 내놓았다. 이 법에는 갖가지 개혁조항 이외에도 특히 필수의약품5)에 대한 병행수입과 강제실시권을 허용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Ralph Nader에 의하면 "(생산원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에서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가격을 70-95%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런 조치에 대해 미국 의약품연구 및 생산자 협회(PhRMA)는 남아공이 도적질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가했다. 여기에 더해 1997년 중반에는 법조항을 고치기 위해 남아공 보건부 장관에게 로비를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자 40개의 남아공 및 초국적 제약자본은 법안 공포 직전에 남아공의 고등법원에 제소 공세를 시작했다. 명목은 이 새로운 법률이 1978년에 제정된 특허법을 어기고 지적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998년부터 국제제약산업연합, 특히 미국에 근거를 둔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적 압력을 넣었는데, 결국 백악관까지 이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남아공이 특허권을 어기고 지적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제약기업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병행수입과 강제실시권은 TRIPs 규정에 의해서 허가되는 것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TRIPs 자체에도 위배된다.
3-1. 강제실시권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 또는 unvoluntary license)이란, 특허권자의 승인 없이 정부 등의 승인을 얻은 제 3자에 의한 사용 등 특허권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강제실시권은 100 여년 전의 특허협약인 파리협약에서도 있었는데, TRIPS 협정 31조에서는 그 발동요건이 선진국의 주장에 따라 강화되었다. 강제실시권의 발동요건은 '합리적인 계약조건' 아래 승인을 얻으려는 노력이 실패하거나, 국가 긴급사태나 공공목적의 비영리적인 사용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계약조건의 범위와 의미의 모호함, 국가긴급사태에 대한 불명확함이 존재한다. 강제실시권의 발동이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있는 것은 특허법에 의해 보장되는 독점권에 의해 권리가 남용되고 그에 의해 기술의 확산이 가로막히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1969년에서 1992년 사이에만 613건의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이 허여된 바 있고 US Manufacturers Aircraft Association Inc.와 관련된 단 한 건에서 강제실시권이 발동된 특허만도 1,500개이지만 미국은 남아공에 대한 양자협정에서 강제실시권의 발동을 제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강제실시권은 1) refusal to deal 2) 실시하지 않거나 실시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3) 공공의 이익6)을 위한 경우 4) 독점방지(antitrust)을 위한 경우 5) 정부에 의한 사용의 경우 6) 의존적 특허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경우 7) 의약품7)인 경우 8) 권리에 대한 면허8) 등의 경우에 실시되어 왔다.
-2. 병행수입 자국 내 시장이 유효한 이윤을 생산할 만큼 크지 못한 작은 나라에서는 강제실시에 의한 생산마저도 시장이 충분치 않음으로 인해서 제한적이다. 이런 나라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병행수입(parallel import)이다.
병행수입이란 A회사에서 Belladona 공화국과 Calamine 왕국에서 한 약물에 대한 특허를 내고 Calamine왕국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했을 때, 다른 회사가 Calamine에서 수입해서 Belladona에 A회사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것이다. 이때 '권리소진'이 적용되게 된다. 병행수입은 세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의약품들의 약가 차이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상표권에도 규정되어 있는데,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 국은 거의 병행수입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공의 예에서 보듯이 강제실시, 병행수입, 권리소진에 대해서 개발도상국은 자유롭게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더욱이 분쟁조절기구 'Dispute Settlement Mechanism'도 대부분의 무역협상에서 초국적 제약자본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4. 제약산업의 독점과 노동자·민중의 건강권 4-1. 제약산업의 독점강화 지적재산권 보장을 제약산업에 독점이윤을 보장해줄 뿐이다. 지난 5년간 주요제약산업의 순이윤마진은 18%이다. 「FORTUNE」지는 제약산업을 가장 이윤율이 높은 산업으로 선정했다. 제약산업의 고이윤율은 신약개발에 관련한 지적재산권이 보장해주는 기술적 독점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AIDS치료제중 하나인 Stavudine(d4T)의 경우 BMS사는 1알당 5달러를 인도의 Cipla사는 10센트를 고시했다. 무려 50배나 가격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Cipla사는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보고했다. BMS 2000년 1/4분기의 Stavudine의 판매액이 1억 5천 1백만 달러라는 것을 고려하면 BMS사는 이 약의 판매로 하루에 무려 1백 6-70만 달러(약 20억-22억)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러한 약물 하나하나의 독점이윤의 축적으로 제약산업은 점차 독점권력화 되어가고 있다. 현재 상위 50대 제약회사는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국적 수준의 국가적 헤게모니를 초과하는 초국적 제약자본은 전세계의 의료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4-2. 연구개발 촉진, 기술확산에 끼치는 영향 의약품의 연구개발은 제약회사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하는 비용도 전체 연구개발 비용 규모에서 보았을 때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 의약품의 개발은 공공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요구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9). 지적재산권이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기술의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선진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약물을 개발하는 데에 사용된다기 보다는 주로 특허를 받은 신약과 화학구조에서 작용기 하나 정도만 다른 "복제약"(imitation drug/"me too" drug)개발에 투자되는 경우가 많다10). '이윤'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제약자본이기에 공공적 필요에 따라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 맞게 의약품을 생산, 유통하게 된다. 설사 신약의 연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주변국민중들에 대한 질병이나, 이해타산이 맞지 않은 질병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사 연구개발이 된다고 해도 생산하지 않는다 11). 또한 제약회사들은 R&D 비용의 3배를 광고에 사용하고 있다는12) 점에서 지적재산권이 연구개발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기술이전의 면을 살펴보더라도 특허제도 도입으로 초국적 제약자본의 연구개발 기술이 주변국에 기반하고 있는 중소제약자본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현실성이 없다. 중소제약자본으로 이전되는 것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획득되는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약품생산에 있어서 노동집약적인 부위이지 기술 집약적인 부위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지적재산권 제도에 의해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기술은 확산될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기술의 집중만을 가중할 뿐이다.
4-3. 노동자·민중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장벽 지적재산권의 독점권으로 인한 높은 가격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장벽이 될 뿐이다. 의약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사회적 능력에 따라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제한받게 된다. 생산시장 자체에서도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탓에 불평등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노바티스사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알려진 신약 'Glivec'에 대한 약가를 1알당 25,647원이라는 고가로 신청하고도 시장철수 협박까지 서슴치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적재산권에 의해 시장 독점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Glivec'의 경우 기존의 항암치료가 어렵거나 실패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투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제로 하루에 4알에서 많게는 8알까지 먹게 되어 있다. 따라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은 적게는 1달에 300만원을 많게는 무려 600만원을 약가를 부담해야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로에 놓이게 되었으며 그만큼의 약가를 부담할 수 없는 환자들은 치료받을 기회를 제공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해 의약품 연구개발이 촉진되고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 보았으나 현실은 반대다. 강제실시를 하거나 병행수입을 하는 경우 민중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치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13).
4-4. 발명자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적재산권 지적재산을 역사적으로 보호했던 이유는 단순히 발명자에 대한 보상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에 대한 보호가 사회의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중요한 것은 발명자가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보호가 아니라 공공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보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적재산권협정은 오히려 기술의 확산을 가로막고 자본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질병의 치료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독점성의 남용에만 도움이 되는 지적재산권이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지적재산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지적재산권 자체가 사유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나가야 한다. 이를 혹자는 '국유화'라고도 부르며, 혹자는 '일반적 강제 실시권'이라고도 부른다. 공유적 성격의 특허권 제도란, 발명의 이용을 누구나 원하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술 등은 그 사회적 성격이 강하므로, 누구나 원하면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배타적 실시권의 반대 개념을 통상 실시권으로 부른다. 창작자에 대한 보상은, 창작물이 사회적 산물이고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므로, 사회에서 즉 공적기관(정부)에서, 강제실시권처럼, 적절한 금액을 발명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적기관이 보상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평가가 필요하다. 그 보상에 대한 재원 마련의 방법으로는, 누구나 발명을 자유롭게 이용하되 그 실시 이용료를 공적기관에 납부하는 방식을 권고한다. 발명의 수용의 주체는 공적기관이 되는 것이다.
5. 결론 우리가 특히 의약품에 있어서 이윤을 문제삼는 이유는 의약품은 이윤을 위해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라 공공적 필요에 따라 분배되어야 할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적 필요에 따라 공급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권리는 제약자본의 지적재산권과 이윤이 아니라 치료약물이 필요한 이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과 건강할 권리이다. 이미 세계 지적재산권을 관장하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TRIPs를 굳이 WTO체제 안에 별도로 두는 것은 무역과 연계시켜 지적재산권을 강제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다자간 투자협정이나 WTO 등을 통해서 각 국이 공공정책을 펼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고, 노동이나 환경정책까지도 무력화시키려는 자본의 의도가 TRIPs 협정을 통해서 지적재산의 영역에까지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TRIPs 협정은 각 국의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을 무시하고 이들이 고유한 정책을 자율적으로 유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러나 지적재산은 단일한 협정으로 묶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TRIPs는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해결을 당사자간의 무역조치 등에 맡김으로써 선진국 및 그들에 기반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데에 용이하게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서 해결방안은 강제실시권 및 병행수입권을 보다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다. 각국은 자국 민중의 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각국의 시도에 대한 선진국의 무역압력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TRIPs Council에서의 논쟁 지점 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팀 김소영
1. Trips council의 진행과정 TRIPs council이란 WTO 조직체로 TRIPS 협정의 실시와 이행을 모니터하기 위해 3개월마다 열린다.
2001년 4월 2-5일 TRIPs council :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적재산권과 의약품의 대한 접근성에 대한 TRIPS 규정의 해석과 적용을 분명히 하기 위해 6월 회의중에 1일 동안 이러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였고 이러한 제안에 EC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지를 보냈다.
2001년 6월 20일 TRIPs council TRIPs와 공공의 건강에 대한 1일 동안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아프리카를 비롯한 47개국의 개발도상국이 연합 문서를 제출하였고 TRIPs협정 중 어떠한 것도 각 국가들이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을 채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WTO가 확약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특히 강제실시권과 병행수입과 관련하여 TRIPs의 유연성 있는 해석을 요청했다. 미국의 경우 특허권자의 권리 옹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TRIPs의 유연성 있는 해석보다는 엄격한 해석을 요구하였다.
논의 결과 첫째, WTO 사무국은 제기된 이슈들과 그와 관련된 TRIPs 규정들에 대한 Checklist를 작성한다. 둘째, 이를 토대로 7월 25일에 비공식 회의를 열어 토론을 진행한다. 셋째, 다음 TRIPs council에서 이에 대한 공식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 하루를 비워 둘 필요가 있으므로 9월 20-21일로 예정되어 있는 TRIPs council의 일정에 9월 19일을 추가한다.
2001년 9월 19일 TRIPS council(예정)
2001년 11월 9일-13일 제 4차 각료회의(예정) WTO는 9월 19일 TRIPs council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11월 9일-13일에 카타르의 도하에서 개최되는 제 4차 각료회의에서 채택될 선언문에 TRIPs 협정의 해석에 관한 회원국 각료들의 정치적 의지를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 TRIPs council에서의 논쟁 지점 TRIPs council에서의 논쟁 지점은 1) 재산권은 건강권을 포함한 인권에 우선할 수 없음, 2) TRIPs 협정의 유연성 있는 해석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지적재산에 대한 입법은 회원국 자율에 맡겨져야 하는 주권의 문제라는 것임, 3)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공공재를 지적재산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가 이라고 할 수 있다. . 아프리카를 비롯한 47개국의 개발도상국이 제출한 연합문서를 보면 'TRIPs협정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WTO 회원국들이 공공 보건 정책을 공식화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대책을 가결하는 합법적인 권리를 어떠한 방식으로도 훼손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Ps협정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것으로 생각되며 보다 유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강화는 TRIPs협정의 목적(제 7조)에 합치되어야 하며 TRIPs협정의 목적(제 7조)과 원리(제 8조)에 따라 유연성 있게 협정 조항을 해석할 것을 요구했다.
1) TRIPs 협정의 목적과 원리
TRIPs 협정 제 7조에 따르면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강화는 진공상태(in a vacuum)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사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전체 사회에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강화가 전술한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Should)로 기술한 것은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이 단순히 존재하고 실행된다는 것만으로는 협정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보건 정책에 있어서의 특허권은 특허권자와 사용자의 공동 이익의 목적에 합치될 수 있어야 한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자의 권리가 협정 제 7조의 목적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는 경우 회원국들은 강제실시권 양도와 같은 대책을 행할 수 있다. 기술혁신의 촉진, 기술의 이전 및 보급은 의약품의 국내 생산의 발전을 촉진하므로 이와 같은 목적은 보건 정책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이며 의약품의 자국내 생산은 의약품을 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특허권자가 TRIPs협정과 공공 보건 정책의 목적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회원국들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의 이전 및 보급을 위한 대책을 행할 수 있다.
제 8조 제 2항에 해당하는 특허권 남용의 상황 - 의약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 생산자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
TRIPs 협정 제 8조에 따르면 TRIPs협정에서는 회원국들이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가결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유럽 연합의 경우 이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였다. 유럽 연합은 공공의 건강을 위한 회원국들의 강제실시권과 같은 대책을 포함한 TRIPs 협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TRIPs 협정 제 7조와 제 8조가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미국의 경우 다른 회원국들의 주장과는 달리 제 7조와 제 8조에 입각하여 TRIPs 협정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특허권자의 권리 옹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TRIPs의 유연성 있는 해석보다는 엄격한 해석을 요구하였다.
2) 병행수입
회원국들은 국내법에서의 국제적 권리 소진의 원리을 자유롭게 구체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TRIPs협정하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도 각 회원국들은 권리소진의 원리가 국가의 사법권내에 적용되는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특히 최빈국과 같이 작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국가의 경우 병행수입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의약품의 자국내 생산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강제실시권의 행사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병행수입은 의약품의 접근성을 강화시키는 적절한 도구이다. 따라서 회원국들이 병행수입을 할 수 있도록 제 6조는 최대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회원국들이 권리소진의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인해야 한다. 유럽 연합의 경우 이러한 개발도상국들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였고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TRIPs 협정의 제 6조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의약품에 대한 차등 가격 체계로 인해 tiered priced drug이 선진국 시장으로 역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병행수입에 대한 제한을 암시하였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그룹은 차등 가격 체계는 회원국들이 병행수입을 채택하는 권리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TRIPs 협정 제 6조는 TRIPs 협정이 권리 소진의 쟁점을 분쟁조정 목적으로 처리하는데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며 병행수입을 허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3)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s)
강제실시권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강제실시권 시행에 최대의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TRIPs 협정 제 31조에 따르면 의약품이 지불 가능한 가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는 강제실시권을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제 31조에 따르면 TRIPs협정은 강제실시권이 발동하는 영역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회원국들이 따라야 할 절차상의 요구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강제실시권 발동의 영역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TRIPs 협정 제 27조 제 1항과 제 28조는 회원국들의 강제실시권 발동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의약품을 자국내에서 생산하기에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거나 공업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국내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외국 공급자에게 강제실시권을 양도하는 것을 TRIPs협정이 막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 또한 국내시장으로의 병행수입을 하기 위해 회원국들은 국내법에서의 국제적 권리소진의 제도를 채택할 수 있다. TRIPs협정 제 31조 f항은 TRIPs 협정이 외국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강제실시권을 양도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TRIPs 협정 제 31조에 규정된 절차상의 요구사항이 준수된다면 회원국들은 협정의 규정에 따라 강제실시권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강제실시권이 수출목적의 생산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TRIPs 협정이 법률적 확실성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사이의 동의에 따른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을 표명했다. 미국은 TRIPs 협정 제 31조는 제 27조 제 1항과 함께 독해할 필요가 있으며 생산물의 수입은 강제실시권의 허가를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트러스트법하에서 미국은 1941년 8월부터 1959년 1월까지 특허권이 제한되었던 107개의 판결이 있었다. 이중 13개는 소송이 제기된 건이었고 94개는 동의에 의한 판결이었다. 미국에서의 강제실시권의 시행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말그대로 수 만개의 특허'가 100개가 넘는 소송에서 강제적으로 양도되었다. 한 소송사건에서는 무려 약 1500개의 특허가 강제적으로 양도되었다. 미국의 발언에 대해 아프리카 그룹은 제 27조 제 1항과 28조는 강제실시권 발동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규정이 특허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시행되는 경우의 강제실시권 양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제 31조와 제 27조 제 1항은 TRIPs 협정의 목적과 원리의 관점에 맞게 해석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4) 차등 가격 제도 개발도상국은 차등 가격 제도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하나 차등 가격에 대한 토론이 TRIPs 협정의 규정중의 하나인 병행수입과 강제실시권과 같은 권리사용에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경우 병행수입을 인정하지만 의약품의 가격 차이로 인해 tiered priced drug이 선진국 시장으로 역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병행수입에 대한 제한을 암시하였으며 이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유연한 해석을 최빈국에 대한 예외로만 한정하려고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그룹은 차등 가격 체계는 회원국들이 병행수입을 채택하는 권리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발표했다.
5) 또다른 쟁점 a. TRIPs 협정 제 1조 제 1항
회원국들은 TRIPs협정을 국내법에서 보건 정책의 보호를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이행할 수 있다.
b. 데이터의 보호
TRIPs 협정은 새로운 화학물에만 데이터 보호를 양도한 것이며 이미 알려진 의약품의 새로운 제형이나 새로운 효용에는 보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보호는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만 양도된 것이다. TRIPs 협정 제 39조 제 3항은 동종의 약물과 관련된 2번째 이후의 승인을 평가할 때 국가의 합법적인 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c. 유예 기간(TRIPS 협정 제 65조 제 4항, TRIPs 협정 제 66조 제 1항)
개발도상국은 TRIPS Council이 협정 유예기간 연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TRIPs 협정내 포함된 가장 의미심장한 유연성 중의 하나로 개발도상국의 이행기간을 인용하면서 TRIPs 협정에 본래 유연성이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TRIPs 협정을 이행한 경험이 없는 회원국들은 TRIPs협정이 그들의 건강 관리 체도에 줄 영향에 대해 볼 수가 없었다고 하면서 이행유예기간의 연장 주장에 대해 반박을 제기하였다.
d. 위반하지 않음(Non-violation) TRIPs 협정에 근거한 non-violation 고소 규정에 대한 동의가 없다.
NGO들의 주장 1. TRIPs 협정내의 현재 존재하고 있는 안전망과 예외(강제실시권, 병행수입)의 유연성 있는 사용을 통해 공공의 건강을 지지하는 TRIPs 해석을 채택하라. 2. TRIPs 협정내의 공공 보건 안전망을 강화하여 공공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특허에 우선하는 명백한 권리를 가지도록 해라. 3.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는데 충족되어야 하는 성가진 조건과 요구를 삭제하라. 4. 보다 싼 약을 획득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에 가해지는 쌍무적인 혹은 지역적인 압력을 중단하라. 5. 공공의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분쟁 조정 조치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집행하라. 6. 의약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다 잘 공급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이 특허 양도로부터 의약품을 제외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