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섹션1

술집 접대부는 인권을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또다시 일어난 미군 범죄를 보며-

최정민 /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데드맨 워킹’이란 영화가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개봉하여 많은 감동을 줬던 영

화다. 종로의 모 극장에서 손수건을 짜가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좋은

영화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요즘 그 영화의 한 장면이 자꾸 머리에서 떠나

질 않는다.

오래 전 영화라 모든 내용이 세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영화 말미에 이런 장면이 나온

다. 사형죄로 기소된 죄수는 자신은 무죄라고 거듭 주장하지만 결국 사형대에 눕게 된

다. 목을 자르는 단두대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천만의 말씀. 최대한 안락사 시키려는

정부의 배려에 고통 없이 약물을 투여하여 죽이는 깔끔하고 심플한 사형대다. 사형대

에서 죄수와 수녀는 마지막 눈인사를 나눈다. 그 장면에서 영화는 이제서야 사형수

의 범죄장면을 등장시킨다(나도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에는 그 자는 무죄라고 생각했

다). 그와 또 한 명의 범인. 그들은 너무나도 즐겁다는 표정으로 데이트 나온 두 젊

은이를 겁탈한다.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여자를 강간하고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남자의 머리를 장총으로 날려버린다. 결국엔 고통으로 울부짖는 여자마저도 죽이고

만다. 그들의 입가에 도는 냉기 어린 미소와 섬뜩한 눈빛. 너무나 잔인해서 용서할 수

없는 죽어 마땅한…

이 영화의 감독 팀 로빈스는 어느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장면을 죽는 순간에 삽

입시킨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얘기했다. “난 그 죄수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인간인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관객들에게도 묻고 싶었다.

이런 극악무도한 인간은 죽어 마땅한 것인가. 이런 인간들은 권력의 힘에 의해, 다수

에 의해 죽어도 괜찮은 것인가.”

얼마 전 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여성이 미군전용 클럽의 접대부였다는 얘길 듣

고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났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서 일하시는 분으로부터 피

해자 대부분이 사회에서 이런 하층계급(술집 접대부, 기지촌 매춘 여성…)이기 때문에

싸워나가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피해자가 남성이거나 보통 중산

층 여성이라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싸우지 않아도 금방 여론화 될 것이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이 여성을 원치 않는 접대부 생활에, 공장을 전전하다

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집에 생활비를 대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등등의 필요

없는 수식어들을 갖다 붙여야만(실제로 지난 금요집회에서도 발언자 대다수가 위의 수

식어들을 먼저 언급하고 미군만행 규탄발언으로 이어졌다)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

이 되어버렸다. 미군에 의한 범죄는 지금까지 순결한 대한민국의 보통 여성(?)이 아

닌 특별한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문제였고 이것은 항상 그들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 내지는 그렇게 노니까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 등으로 성차별적 시각에서 왜곡되어

져 왔다. 이런 왜곡된 판단기준은 은연중에 운동진영에도 뿌리내려 있다. ‘미 제국주의

타도’와 ‘양키 고 홈’이라는 구호(말 그대로 순결하고 순수한 운동진영의 오랜 숙원)

를 위해 희생자는 ‘고귀한 민족의 딸’ 쯤으로 둔갑되어져야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성욕에 정신을 잃은 미군에 의한 술집 접대부의 희생”이라는 단

선적인 사고로는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명백히 ‘미군’에 의한 ‘한국인’의 죽음, 제3

세계에게 특히 그곳의 여성에게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제국주의와 군사주의,

그리고 초과 이윤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를 그들의 점령지로 삼으려는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그들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시각에서 이리 재단하고,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저리 갖다 붙이는 남성 우월

의 가부장제이다.

팀 로빈스가 영화를 통해서 주장하려고 했던 것처럼 나는 혹은 우리는 외치고 싶다.

어느 누구도 그 당사자가 아무리 사회에서 하찮은 직업으로 천대받는 사람이라도 함

부로 인권을 유린할 수 없다. “어느 누구나 인권은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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