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⑩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KBS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6주전, ‘퍼블릭 엑세스’를 다루면서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놀랍게도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런데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건가”라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현실은 정말 빨리 변하고 있다. 새롭게 통과된 방송법은 이제 4월이 되면 시행되고, 그렇게 되면 다음 조항대로 KBS는 전세계 방송역사상 처음으로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을 무조건 방영해야 한다.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69조 6항).’ 따분한 이 법조항을 쉽게 한번 고쳐보자. ‘KBS는 시행령에 정해놓은 원칙에 따라 방송국이 아니라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이 법이 시행되면 반드시(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방송해야 한다.’

시행령의 내용은 이미 나와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KBS는 시청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매달 1백분 이상 방송해야 하고, 이 프로그램의 운영과 제작지원, 방송권 편성 등은 방송위원회가 정하는 규칙에 따르도록 돼 있다. 미디어 운동이 요구해온 것에 비하면 지극히 불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역사상 최초의 시민 직접제작 프로그램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도대체 이 조항은 노동운동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눈치 빠른 독자는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제 노동운동은 자신의 독자적인 주장을 이 제도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게됐다. 이를테면 현재 초점이 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류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인 노동운동 진영은 이 법 조항에 근거해 하나의 시청자로서(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시청자 집단으로서) 이 투쟁을 소개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고,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방송위원회 규칙이 민주적인 성격을 지닐 수 있도록 힘써야 하고, 실질적인 제작준비에 들어가야 하며, 제작된 프로그램이 진보적 민주노조운동의 대의에 걸맞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벅차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분명 아니다. 우리에게는 민주노조운동과 헌신적으로 함께 해온 진보적 영상 활동가들이 있으며, 새로운 TV프로그램의 모델이 될 노동영화의 성과들이 있다. 총력투쟁을 앞둔 현시점에서 이 새로운 가능성을 어떻게 미래를 위한 투쟁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 노동운동은 전례 없는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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