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기계에 입사해 생산현장에 몸담고 라인동료들과 일한 지 벌써 7년이 되어간다. 그 7년이라는 세월동안 동료들과 서로 이해하고 아끼며 현장생활에 조금씩 적응한 만큼 변하기도 했다. 아는 게 없어서 또는 어쩔 수 없어서 변화에 따라가기만 하던 우리의 현장에 얼마 전부터 정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산라인에 컴퓨터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바로 현장통제의 산물인 ERP 시스템이 설치된 것이다. 7년간의 회사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작업자들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일해왔다. 그러나 ERP 설치된 지금 우리는 현장과 작업자들은 사람이 만든 컴퓨터의 통제와 감시속에 신바람나는 일터는 고사하고 노예가 된 더러운 기분속에 일하고 있다. 이로인해 인간적인 동료애는 사라지고 컴퓨터에 맞추어 진 노동으로 마치 로보트 같은 신세가 된 것 같다. 하루의 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우리 노동자들의 생산현장이란 사람 냄새가 나고 서로 도와가며 진짜 일 할 맛 나는 일터이어야 하는데 이젠 자본의 노예도 아닌 컴퓨터의 노예신세로 떨어졌다. 처음엔 라인에 컴퓨터가 설치된다기에 집에도 없는 컴퓨터가 현장에 설치되네 하며 철없이 좋아도 했고 “이젠 회사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때마침 회사에서 1시간의 ERP교육도 실시됐다.

1시간의 ERP교육이 끝난 후 어느 조합간부는 “ERP는 현장통제와 작업자 단속에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나는 그 당시 그 간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 말대로 그저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컴퓨터 하나가 현장을 얼마나 살벌하게 만드는지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측의 그 어떤 말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외치고 싶다 우리는 인간이다. 기계에 감시당하며 일하고 싶지 않다.

문막공장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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