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아웃제’ 계기로 본 연봉제

‘엿장수’ 맘대로 임금·고용 유린

일방적·자의적 평가기준 설득력 떨어져

개별계약, 노동자에 불리하고 노조 무력화

‘2∼3년간 계속 연봉이 깎이는 노동자는 퇴출한다’는 전경련의 이른바 연봉제 삼진아웃제 추진계획이 최근 언론을 타면서 연봉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연봉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평가로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동안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왔다. 사용자쪽은 생산성향상을 이유로 연봉제를 확산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연봉제가 개인별 임금차등으로 노동통제를 쉽게 하고, 개별계약으로 노조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며 임금삭감과 정리해고의 보조수단이라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연봉제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능력이나 작업성과를 인사고과라는 이름으로 사용자가 평가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의 43.2%가 연봉제가 갖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업적·능력평가에 대한 불신’을 꼽아 이를 뒷받침했다. 설령 평가위원회 설치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양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평가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상 연봉제는 사용자의 임금제도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연봉제는 이와 함께 사용자와 노동자 개인의 개별 임금계약을 통해 노조의 필요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사회권인 노동3권을 짓밟는 제도다. 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의 44.2%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고, 27.3%는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전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노동자가 사용자와 개인적으로 임금계약을 맺을 경우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는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대문에 노조를 통한 단체교섭을 하겠다는 것인데 개인별 임금교섭은 노조 무력화를 넘어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IMF 이후 연봉제가 급속도로 확산됐는데 이는 연봉제가 인건비 삭감과 정리해고의 보조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뒤 비정규 연봉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붐’이 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종전의 50% 수준으로 떨어짐으로써 연봉제가 임금삭감, 정리해고와 동시에 진행됨을 보여줬다.

나아가 최근 전경련의 한 임원이 밝힌 연봉제 삼진아웃제는 연봉제가 퇴출대상자를 뽑아 해고하는 수단을 찾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월16일 민주노총이 항의방문에 나서자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2∼3년 연속으로 연봉이 깎이는 직원들을 내부적으로 퇴출대상으로 분류해 별도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봉제의 목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연봉제는 도입될 때부터 노조와 합의를 무시하거나 작업장내 경쟁을 격화시키며 협력과 팀웍을 파괴해 결과적으로 업무능력 마저 낮추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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