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재산권협정은 민중건강권을 제약한다 ■
미국의 연구중심제약산업협회(PhRMA)가 우리나라를 지난해 우선협상
국(Priority Foreign Country)에서 한단계 하향조정된 우선감시국
(Priority Watch List)으로 지정해주도록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
다. 우리나라의 등급을 하향한 것은 지난해 수입완제의약품의 보험 등
재/ 보험약 마진해소/ 툭허 의약품 허가기간 단축 등 일련의 지적재산
권 보호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아직 시행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1999년 11월 25-26일 암스테르담에서는 “세계화 경제에서 필수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향상을 위한 회의 (Conference on Increasing
Access to Essential Drugs in a Globalised Economy)”라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국제건강행동(Health Action International), MSF
(M decins Sans Frontires), 기술에 관한 소비자프로젝트(Consumer
Project on Technology) 등 보건관련 3개 시민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렸
다. 개도국과 선진국간에 격차가 보건분야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의의 배경이 되었다.
암스테르담 회의에서는 지적재산권협정(TRIPs)이 의약품에 대한 접근
권을 축소하고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약품의 판매가격이 특허권 유무
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TRIPs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채택된 WTO의 협정들 가운데 하나로
WTO가입국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지적재산권 기준을 제시한 협정이다
(96년 발효되었고 개도국에게는 2000까지 유예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TRIPs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지적재산권의 국제적 통일화 작업을
포괄하고 있으며, 지적재산권에 관한 체제를 국제화시키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TRIPs이 포괄하는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며, 국제
적인 수준에서는 처음으로 비밀정보의 보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TRIPs의 특징은 각 국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해야할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협정을 위반했을 때 WTO 분쟁해결절차를 따라 무역제제가 가
능하다는 점도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의 차별점이다.
TRIPs 중 의약품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은 △ 의약
품을 특허로 보호할 것인가(제27조), △ 의약품의 병행수입의 허용 문
제 (제28조의 권리 내용 규정 및 제6조의 권리소진 규정), △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 허용폭(제31조), △ 개도국과 최빈국의 협정 이행 유
예 기간 (제65조와 제66조), △ 의약 및 농화학 물질특허 출원에 대한
특례(제70조 제8항), △의약 및 농화학 물질의 배타적인 제조·판매권
(제70조 제9항) 등이다.
의약품에 특허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특허출원일로부터 20년간 제조,
사용, 판매, 수입행위를 금지할 권리가 특허권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특허권자에게 라이센스를 받을려면 로얄티를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업자가 제 3자의 수입행위를
금하여 독점할 수 있다(병행수입금지). 따라서 같은 의약품이라도 특허
권이 인정된 국가에서의 가격이 훨씬 비싸다(위궤양치료제인 오메프라
졸은 특허가 인정되는 포르투칼보다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 인도에서 19
배가 싸다).
또 다국적 제약회사는 나라마다 다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허권이 설정된 의약품이 특허권이 만료된 의약품보다 훨씬 큰 폭의
차이를 드러냈다(58배 차이가 난 약도 있다). 이렇듯 의약품 특허인정
은 특허권자의 의약품의 독점을 인정하고 의약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가
난한 사람들의 의약품접근을 축소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1/3이 필수의약품조
차 이용할 수 없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지역에서는 절반 이상
이 가장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국제농촌진흥재단이 1999년 3월에 펴낸 “The Gene Giants;
Masters of the Universe”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대 제약회사
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1998년에 35%였다(1996년에
는 30%). 전문가들에 따르면 1998년 2970억 달러 규모이던 세계 제약
시장은 연간 7.8%씩 성장하여 2002년이면 406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세계 시장의 85%를 북미, 유럽, 일본과 라틴 아메리카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다국적 기업의 성장과 독점은 특허
의 독식과도 큰 관련이 있다. 특허제도의 변화 양상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것이 특허제도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건강하게 살 권리가 바로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access to
medicine)’의 확장과 동일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특허제도는 다국적
제약자본의 독점에 기여하고 있고 의약품가격을 상승시켜 의약품에 대
한 접근권을 축소하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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