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매각인가 공기업화인가>
해외매각-국부유출·기반붕괴·고용불안 등 초래
공기업화-외국사례가 입증, 비용도 절반에 못 미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대우·쌍용자동차 처리문제가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채권단이 추진하는 해외매각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쪽이 공장가동 정상화, 공기업화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반면 정부·채권단은 입찰사무국을 설치한 뒤 해외매각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우자동차 정주호 사장은 3월31일 “현재로선 해외매각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노조는 정부·채권단의 해외매각방침을 사실상 한국자동차산업 포기선언으로 보고 있다.
해외매각은 무엇보다 외국자본에 수 조원의 국민혈세를 통째로 갖다 바치는 짓이라는 지적이다. 99년12월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대우자동차의 자산은 12조6천억원이고, 부채는 18조6천억원이다. 아무리 외국자본이라 해도 이 막대한 부채를 모두 떠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사 부채를 떠안겠다는 입장을 밝히더라도 인수가 굳어지면 대우자동차의 자산가치를 낮게 책정하는 등 부채탕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자본의 하청기지로 굴러떨어지면 대우·쌍용차는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대우가 과거 GM과 합작했지만 자동차산업에 늦게 뛰어든 현대보다 되레 기술력에서 뒤진 경험이 있고, 해외판매망 역시 폐기처분되거나 외국업체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의 다른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됨으로써 수입관세 등을 물지 않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외제차와 경쟁해야 하니 안전할 수 없다. 세계적 생산망을 갖춘 외국자본이 국내부품업체를 육성할 리도 없다는 것이다.
넷째 유력한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GM의 경우 악명높은 노사관계로 유명하고 다른 외국자본도 해외진출공장에서 노조파괴 및 공장폐쇄를 일삼아 왔기 때문에 매각 뒤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생계위협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해외매각을 반대하면서 노조가 내놓고 있는 대안은 공기업화다. 우선 대우자동차 워크아웃계획에도 나와있듯이 빨리 운영자금을 투입해 공장가동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출자전환으로 산업은행이 실질적 대주주가 돼 금융권, 지방정부, 협력업체, 노조로 지분을 분산하고, 특히 유상증자 등을 통해 국민에게 주식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외이사제 도입을 포함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완전하게 실현한다는 것이다.
한편 논란을 빚고 있는 비용문제도 공기업화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에 따르면 대우·쌍용차 해외매각시 총비용이 약 60조원 가량인데 반해 공기업화는 약 25조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 스페인, 브라질 등 해외매각정책을 취한 나라는 대부분 자동차산업이 몰락한데 비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공기업화 혹은 국유화정책을 써 세계적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영국은 재규어, 롤스로이스 등을 외국자본에 매각한 뒤 세계2위 자동차생산국에서 8위로 밀려났다. 이에 반해 독일은 폭스바겐을 니더작센 주정부가 대주주로 있으면서 세계적 메이커로 성장시켰고, 미국 역시 79년 크라이슬러가 도산위기에 몰렸을 때 정부, 채권은행, 지방정부 등이 지분참여를 통해 지원했고 결국 82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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