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환자 중증도는 높아졌지만 인력은 제자리라며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하고 투쟁을 선포했다. 노조는 이번 투쟁을 임금·단체협약을 넘어 환자 안전과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묻는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7일 서울대병원 윤덕병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력 충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축소, 숙련인력 유지와 교육 보장, 실질임금 개선 등을 요구했다. 육아휴직급여의 총인건비 제외와 서울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노조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인력 부족이다. 2024년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진료지원간호사 204명이 병동에서 차출됐고, 빈자리는 상당 부분 신규 간호사로 채워졌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환자 중증도는 높아졌지만 숙련인력은 줄었다. 노조는 이에 따라 43개 부서에 모두 99명의 인력을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본원의 3년 이상 경력 간호사 비율은 2024년 1분기 84.0%에서 2026년 1분기 69.6%로 떨어졌다. 중환자실 등 특수병동에서는 1년 미만 간호사 비율을 20%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노사 합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지난 5월 기준 신생아중환자실의 신규 간호사 비율은 57.5%, 소아중환자실은 31.3%였다.

현장에서는 이런 인력 구조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내과계중환자실2에서 일하는 곽원형 간호사는 한 근무에 투입되는 간호사 6명 가운데 독립 6개월 미만 간호사가 최대 3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숙련 간호사는 자신의 환자 2명을 돌보면서 신규 간호사가 맡은 환자까지 함께 살펴야 해 사실상 4명의 환자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곽 간호사는 진료과 구분 없이 환자를 입원시키는 이른바 ‘중앙화’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과 병동에 외과 환자가 입원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진료과 환자를 맡으면서 간호사들이 다른 병동에 처치 방법을 문의하거나 당직의사를 수소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중앙화’와 ‘병동파괴’는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동시에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노조가 공개한 한 내과 병동의 경우 지난 8월 노동자 21명에게 사용하지 못한 휴무가 287일 쌓여 1인당 평균 13.6일에 달했다. 곽 간호사는 대부분 병동 간호사의 누적 휴무가 평균 10일 수준이고 최대 35일이 쌓인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권지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은 “2024년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에도 환자 곁을 지키고 병원을 멈추지 않게 한 것은 병원 노동자들이었다”며 “환자의 중증도는 높아졌지만 이를 감당해야 할 인력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8월부터 13차례 단체교섭과 7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병원이 제대로 된 수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노조는 이번 투쟁이 서울대병원 내부의 인력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진료지원간호사 확대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의료체계가 바뀌고 있지만 필요한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서 그 부담이 현장 노동자와 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숙련된 간호사를 의료현장에 남아 있게 하고 신규 간호사를 숙련된 간호사로 만드는 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정부의 총정원제와 인건비 문제를 인력 충원의 걸림돌로 들고 있다면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6일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13일과 14일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에서 결의대회를 연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병원이 21일까지 수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2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파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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