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육아휴직 복직자가 근무성적평정 최하점인 ‘미흡’을 받아 승급에서 탈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육아휴직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평정 계획과 달리, 1년 치 업무량을 기준으로 한 평가 항목이 복직 두 달 차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복직 두 달 만에 받은 ‘미흡’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 소속으로 4대강 수질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연구원 A씨는 2025년 4월 27일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한 뒤 2026년 4월 28일 복직했다. 복직 후 두 달간은 인수인계를 받으며 근무했다. 그리고 7월 초,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 근무성적평정이 실시됐다. 평정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였다.

A씨는 평정 기간 중 실근무일수가 2개월 남짓인 데다, 근무성적평정 계획에도 ‘육아휴직자의 근무성적 평가에 불이익 없도록 조치’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승급 심사에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그는 9월 2일 평정 순위 중 최하등급인 ‘미흡’을 받고 승급에서 탈락했다.

국립환경과학원 홈페이지

1년 치 실적 평가 항목을 복직한 지 두 달 된 노동자에게 그대로 적용

문제가 된 것은 1년간의 업무량을 실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이다. 이 항목은 평가 항목 중 배점이 20점으로 가장 크다. 7월 7일은 부서 내 평가 순위를 확정하는 날이었다. 이날 과장은 직원들에게 업무추진실적표를 수정하라며 시료 채취 및 분석 건수를 적도록 요구했다. 해당 과제는 매주 1회 분석하는 업무다. 1년을 꽉 채워 일한 직원은 52회를 적을 수 있지만, 복귀 10주 차였던 A씨는 10회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정 항목 자체가 휴직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휴직 기간으로 인한 업무량 차이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면 승급 심사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A씨가 과장에게 질의하자, 과장은 근무평가 서류에 육아휴직 기간을 명시하라고 안내했다. A씨는 이를 휴직 기간이 평가에서 참작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결과는 승급 탈락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 “1년 일한 사람과 비교하면 평가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

승급 탈락을 통보받은 A씨는 9월 3일 과장에게 탈락 사유를 질의했다. 과장은 “1년 일한 사람과 비교하면 육아휴직자에게 적게 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9월 22일 평정자인 센터장과의 전화 통화에서는 “상대평가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센터장은 복직 후 1개월 이내면 평가에서 제외되지만 A씨는 2개월째 근무 중이어서 평가 대상에 포함되며 이는 불이익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복직 1개월 차는 평가에서 제외되는데 2개월 차는 1년을 전부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평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식 이의 신청도 사실상 막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평정 계획에는 평정 기간 중 평가공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의 신청은 공개일로부터 3일 이내에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A씨는 관련 절차를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노조 “육아휴직자 승급 탈락은 전례 없는 일”… 기후부 예산 부족 탓?

A씨는 불이익 처우에 대한 대응을 위해 노조를 찾아가 상담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국립환경과학원 내 물환경센터의 육아휴직자 처우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자가 근무평정에서 승급 탈락을 한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물환경센터 공무직 노동자의 인건비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편성으로 결정되는데 센터 측은 올해 총액인건비가 과소 책정되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센터가 인건비 예산을 맞추기 위해 육아휴직자만을 특정해 승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육아휴직자 차별에 해당하며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물환경연구소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40조(휴직자 처우)는 ‘휴직 종료 후 복직하였을 때 승급 및 기타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정상 근무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불이익 처우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A씨와의 면담에서 과장은 “인사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승급이 되면 예산이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기재부에서 인건비를 빡빡하게 책정해 내려주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연구관과의 면담 녹취록

공무원은 ‘2개월 미만’ 평가 제외, 공무직은 ‘1개월 이내’… 공무직 육아휴직 복직자 보호 규정 보완 필요성 제기

A씨의 사례는 공무직 인사관리 규정이 공무원 규정에 비해 미비하다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6년 공무직 근무성적평정 계획에는 ‘육아휴직자의 근무성적 평가에 불이익 없도록 조치’하라는 문구가 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 복직 노동자의 처우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공무직근로자 등 운영규정에는 육아휴직자의 근무성적 평정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 평정 계획에 ‘복직 후 1개월 이내면 평정 제외’라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규정대로라면 업무 복귀 한 달 차부터 정기근무성적평정 대상이 되며 한 달 치 업무에 대한 평가가 올해 승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A씨는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가 병행되는 센터 특성상 인수인계만 해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데 업무 복귀 한 달 차부터 성과를 평가받는 것은 복직자에게 과도한 업무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 제17조(근무성적평가의 예외) 1항은 연 1회 근무성적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실제 근무 기간이 2개월 미만이면 평가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근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복직자를 승급 심사의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인 것이다. 기후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공무직 운영규정이 육아휴직 복직자의 처우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도 승급 탈락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기후부 연구지원과는 인사위원회 관련 사항은 비공개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 사례 잇따라…노조 “법적 대응 검토”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기후부 공무직 육아휴직 복귀자 승급 탈락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노동위원회 진정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내에서 비슷한 육아휴직자 불이익 사례가 여러 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는 유사 사례를 수집 중이다.

최근 민간에서도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불이익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7월 이케아코리아가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강등하고 권고사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외국 기업도 국내에서 반노동 비상식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사실로 밝혀지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자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복직자 평가·승급 관행에 대한 점검 요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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