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누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인간인지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아들과 함께 CBS를 인수하자마자 이 방송사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을 망가뜨렸다. 이들은 우파 정치 행동가인 바리 와이스(Bari Weiss)를 CBS 뉴스 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임명했다. 와이스는 취임하자마자 트럼프에게 더 우호적인 방향으로 뉴스 보도를 바꾸려 했다. 그 결과 많은 기자가 해고됐고, 다른 기자들도 트럼프의 입맛에 맞춰 보도하지 않으면 해고당할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 이 방송사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베테랑 기자 상당수는 아예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엘리슨 일당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통해 CNN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다. CNN에서도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보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엘리슨 일가가 인수하기 전에도 두 방송사가 객관적 보도의 모범이었던 것은 아니다. 두 방송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진보 세력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키고 폄하했다. 하지만 적어도 폭스뉴스와 달리 겉으로나마 객관적인 보도를 하겠다는 원칙은 내세웠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거대한 메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밀어붙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 토요일에는 ‘노 킹스’ 시위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던 바로 그 시간에 4시간 동안 먹통이 됐다. 메타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단순한 기술적 무능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메타의 무능 때문이라는 해명을 좀 더 쉽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브라질의 현직 대통령인 룰라는 도널드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손잡은 우파 정치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런데 룰라와 그의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도 메타의 비슷한 기술적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모두가 좋아하는 사악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살펴보자. 머스크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트위터를 인수했다. 그는 온갖 인종차별적·성차별적 게시물과 괴롭힘을 일삼는 콘텐츠를 허용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진보 성향 이용자의 계정 노출을 제한해 이들의 게시물이 널리 퍼지지 못하도록 했다.

머스크는 엘리슨과도 손을 잡았다. 앞서 트럼프는 중국 소유주에게서 틱톡을 빼앗아 엘리슨에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넘겨줬다. 틱톡은 머스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머스크>가 처음 공개되기 직전에 이 영화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머스크가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틱톡이 적어도 한동안 이 계정을 차단하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머스크는 또한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인물들을 주지사나 상원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수억 달러의 정치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처럼 천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초부유층은 정부가 자신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데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쓸 태세다. 이들이 정치자금을 이용해 이런 목적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이 주요 언론사를 장악하는 것도 정치자금 못지않게 중요하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광고가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광고 사이에 사람들이 보고 듣는 뉴스 역시 당연히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자들이 지금처럼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이들이 선거운동에 수억 달러를 기부하는 것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들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좋은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이 조항 덕분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방송이나 인쇄 매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방송사나 인쇄 매체는 제3자가 제공한 콘텐츠로 명예훼손이나 사기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스뉴스는 2020년 대선과 관련해 제3 자가 퍼뜨린 허위 주장을 방송한 대가로 무려 7억 8,7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개정하면 기존 언론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만들고, 규모가 작은 비영리 플랫폼이나 구독료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대안 언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최근 지역사회 뉴스법(Community NEW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은 지역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에 기자 한 명당 최대 2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다른 여러 주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뉴스를 지원하기 위해 소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 사람들이 보고 듣는 정보를 지배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 언론사 및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이에는 여전히 엄청난 격차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변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고 대중의 지지까지 얻는다면 다른 주로 확산할 수 있고, 나아가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어쨌든 억만장자들이 돈으로 민주주의를 사들이는 일을 진지하게 막으려 한다면 정치자금 문제만 걱정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통제한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권력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선거에 단 한 푼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출처] The Rich are Awful People, Let Me Count the Ways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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