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AI 투자 거품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은 한국이었다. 10월 15일 한국의 코스피(KOSPI) 지수가 8% 넘게 폭락했다. 코스피는 이미 지난 6월 한국의 AI 투자 열풍이 정점에 달했을 때 기록한 고점에서 41%나 하락한 상태였는데, 이번 폭락으로 하락세가 더욱 심해졌다. 이날 한국의 양대 기술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도 각각 10% 넘게 떨어졌다.
이제 거품 붕괴가 중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AI 및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스타50 지수는 지난 7월 고점에서 40% 하락했다. 중국 증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CSI 300 지수도 지난 6월 이후 20% 떨어지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10월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국 증시에서 증발한 9,000억 달러를 합치면, 10월 한 달 동안 동아시아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서 사라진 ‘의제자본’은 약 1조 4,000억 달러에 달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의제자본이란 기업이 보유한 기계, 소프트웨어, 부품 등 실물자산의 가치에 대한 청구권인 주식과 채권의 시장가치를 뜻한다. 이를 의제자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주식과 채권의 시장가치가 기업이 실제로 보유하고 이윤 창출에 활용하는 자산의 가치와 크게 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개인투자자, 즉 가계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가계저축률은 높은 편이며, 특히 중국에서 그렇다. 게다가 과거 중국에서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부동산 시장은 이미 몇 년 전에 무너졌다. 이제 AI 관련 주식에 투자해 큰돈을 버는 것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제 아시아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첨단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지난 2년 동안 두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한 반도체 수요를 활용해 막대한 이윤을 거두는 듯했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미국의 거대 기술 독점기업들이 AI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버용 메모리를 절실히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초과이윤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가 반도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데이터센터용 서버 메모리를 공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증시의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차렸다. 더 이상 초과이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창신메모리가 한국 기업들이 장악해 온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 회사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2026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에서 10%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중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AI 연구소들은 이른바 ‘가중치 공개’ 모델, 즉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로 방향을 전환했다. 반도체 비용이 하락하면서 중국 AI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도 낮아졌다. 중국에서는 기업 간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와 메모리, 로봇 산업에 막대한 자본이 몰려들면서 기업들의 이윤율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중국의 투기적 투자자들도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창신메모리 자체의 주식시장 가치도 25% 넘게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 주식은 중국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2%까지 불어났으며,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를 합친 전체 주식 거래대금의 57%를 차지했다. 스타50 지수는 이미 40.4% 하락했지만, 여전히 과거 12개월 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00배에 달한다. 이는 지난 6~7월 고점 당시의 약 250배에서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미국 나스닥 기술주 지수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평론가 사드 자이디(Saad Zaidi)가 설명했듯이, 중국 기업들이 AI 하드웨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비슷한 생산시설을 잇달아 구축하면서 동아시아 공급망 전반의 이윤율이 하락했다. 공급과잉이 심해지자, 기업들은 가격 결정력을 잃었다. 동아시아 하드웨어 산업은 한쪽에서는 AI 산업 하류 부문의 자본지출 수익률이 떨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기술산업의 확장으로 이윤율이 낮아지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결과 동아시아 하드웨어 산업에 형성된 투기적 거품에 균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이디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마르크스의 이윤율 법칙을 따른다.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더라도 경제 전반에서 살아 있는 노동, 즉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한다면 결국 이윤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내가 설명했듯이, 지금까지 AI 혁신에 따른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은 거의 높아지지 않았다. 자이디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시장은 이제 상류 부문에 있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가치평가가 하류 부문의 수익성과 영원히 동떨어진 상태로 유지될 수는 없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서 내가 설명했듯이, 오늘날의 AI 투자 광풍은 19세기에 새롭게 발전하던 철도 기술에 대한 투자 열풍과 닮았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철도를 운송과 여행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신기술로 여겼다. 이에 1840년대 영국과 1870년대 미국에서는 철도회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철도 노선을 건설하면서 철도 주식에 대한 투기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결국 투자자들은 철도 건설 사업의 공급과잉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철도 관련 증권에 대한 불신도 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영국에서는 1840년대에 철도 투자 광풍이 절정에 달했다. 당시 마르크스는 “1844년 여름부터 시작된 철도 사기극에서 철도 투자자들은 평균 이윤율보다 훨씬 높은 이윤율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르크스가 이를 ‘거대한 철도 사기극’이라고 부른 것은 철도회사들이 막대한 이윤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상 수익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오늘날 미국 AI 기업들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투자자들은 철도회사 경영진이 약속한 것보다 실제 수익성이 훨씬 낮은 사업에 별다른 의심 없이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다.

이제 문제는 AI에 대한 과잉투자와 이윤 전망 악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AI 투자 광풍의 중심지인 미국으로까지 확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이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계속 향상되는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AI 개발기업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앞으로 거둘 수 있는 잠재적 이윤을 잠식하고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AI 모델 상위 5개를 모두 중국 기업들이 개발했다. 지난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사용량을 추적하는 전체 토큰의 약 45%를 중국 AI 모델이 처리하고 있다.“

아폴로캐피털(Apollo Capital)의 토르스텐 슬로크(Torsten Slok)가 지적했듯이, 인공지능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AI에 대한 기대감이 널리 확산했지만, 미국 기업들은 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AI를 통해 아무런 재무적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슬로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결국 AI의 성패는 매그니피센트 7이 아니라 S&P 493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술 부문 이외의 기업들에서는 매출 증가율이나 이윤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AI 투자를 주도하는 초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이들은 1조 달러가 넘는 자본지출을 단행했지만, 투자자본수익률(ROIC)은 분기마다 하락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AI 투자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어제(10월 28일) 알파벳의 주가는 10% 하락했다. 알파벳이 3분기 AI 관련 지출을 5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소진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인 잉여현금흐름은 전 분기의 마이너스 59억 달러에서 9월에는 마이너스 91억 달러로 악화했다. 알파벳은 이러한 대규모 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또한 지난 6월에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을 발행해 약 85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수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해 온 기존 전략에서 급격히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앤트로픽이 주식을 공개 발행해 1,500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무려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아직 이윤을 전혀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서는 실로 엄청난 시장가치다. 앤트로픽은 잠재적 주주들에게 제시한 투자설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아직 매출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성장률이 미래의 실적이나 향후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매출이 지금까지와 비슷한 속도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매출이 조금이라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도박이다.
[출처] Asian AI bubble bursts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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