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통일, 그들만의 거래
남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통일 논의 반대한다
50년만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이산가족 상봉. 이제 모두들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남북공동선언은 두 정상의 순수한 민족애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것일까요?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한번 봅시다. 통일의 원칙을 밝힌 1항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빨갱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단 하루 만에도 사형을 집행했던 나라, 지금까지도 적(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혐의로 사람을 잡아 가두는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있는 나라의 대표이신 분이 어찌 북한정권에서 일관되게 주장했던 통일론과 별반 다르지 않는 주장을 받아들여 적을 이롭게 하셨습니까?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지 “‘자주적’이라는 표현은 ‘신(新)자주’ 즉 외세배격이 아니라 강대국들과의 전면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의 자주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하시더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미언론인 문명자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미군더러 나가라고 했지만 그들이 당장 나가겠습니까…주한미군 문제는 우선 그들 스스로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향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지요? ‘조국의 철천지 원쑤, 미제’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말할 때는 언제고 이젠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니요?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또 남북공동선언문 2항에는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개의 국가를 존속시키는 안과, 하나의 국가 안에 지방정부를 두는 안 사이에 도대체 어떤 공통성이 있습니까?
1, 2항에 나와 있는 통일의 원칙이나 방향은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상관 없다고요? 물론 저희도 남북 두 정상이 오로지 관심 있는 부분은 ‘경제협력’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궁핍한 경제상황과 자력으로 식량조차 공급하지 못해 위기에 몰린 북한정권과 IMF 위기이후 더욱 북한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남한자본과 신자유주의의 대리자인 남한정권에게 이보다 중요한 합의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이 ‘경제협력’을 통해 체제안정도 꾀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더 이상 이산가족의 눈물을 이용하지 마십시오. 국가보안법과 주한미군 문제를 외면하면서 기만적으로‘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외치지 마십시오. 남북공동선언은 자국 체제안정을 위한 ‘정략적 합의’에 다름아님을 인정하고 민중을 위한 통일을 다시 고민하십시오. 우리가 당신들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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