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인터넷에서의 국가정보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20일 ‘개인정보 보호 및 건전한 정보통신 질서확립 등에 관한 법률(통신질서확립법)’을 내놓았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망의 표준화 및 인증을 포함하여 ▲도메인 관리, ▲불법·청소년 유해정보의 유통방지 및 제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책임, ▲정보통신부 장관의 자료제출 요구와 조사권 등을 인터넷 전반에 대해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골자는 인터넷에서의 ‘국가보안법’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의에서의 ‘국가정보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10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모든 컨텐츠를 내 손안에
7월말부터 계속된 이 법안에 대한 반대시위는 8월 26일(토) 급기야 정보통신부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 사건의 배후자로 찍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압수수색까지 받은 상태다.
물론, 네티즌들을 흥분시킨 것은 법안의 내용이다. 통신질서확립법대로라면, 모든 컨텐츠는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에 따라 접속자에게 볼 수 있는 정보가 선별적으로 제공된다. 만약 컨텐트 제공자가 등급을 매기지 않고 ‘청소년유해 매체물’을 제공한 경우, 5백만원의 과태료, 또는 서비스가 중지될 수 있다.
청소년유해 매체물이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판단하는 ‘모든’ 것이다. ‘불법정보’도 여기 포함되는데 불법정보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 또는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 및 기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이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6조2항)’를 말한다.
온 국민의 눈을 대신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윤리위원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다. 말하자면 관변기구인 셈이다. 또 정보통신부 장관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자료를 요청하거나 정보취급 거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법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요청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업무상황·장부 또는 서류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상황이 이쯤되면 의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조사연구팀이 ‘해외실사 종합보고서(2000.6)’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반국가·친북적 정보는 계속 규제가 되어야 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너무 오만하고 건방지다!
통신 검열반대(free.jinbo.net) 사이트를 열고 활발하게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민주노동당 정보통신위원회의 문성준씨는 “통신질서확립법은 한마디로 통신검열이다”고 못을 박았다. 덧붙여 “이 싸움은 온라인에 통제를 가해도 된다는 신념과 다른 신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어느 곳이든 국가가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이 없었다면 나타나지도 않았을 법안이기 때문이다.
안티사이트들의 반발은 생존을 건 싸움이다. 안티조선일보 사이트인‘우리모두’의 이계석씨는 “안티사이트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명예 훼손이나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 낙인찍으면 끝나는 거 아니냐. 인터넷의 비판의 기능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청소년유해정보의 근거나 판단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그것이 어디까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터넷 신문 대자보의 이창은씨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의심스럽다. 21세기라고 하는데 법안은 암흑냉전시기로 후퇴하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짓밟아버리고, 이건 보고 이건 보지 말아라 하는 법안의 발상자체가 너무 오만하고 건방지다”고 말했다.
물론 인터넷에도 포르노사이트 등 규제되어야 할 정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모두 국가에서 관리,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유아적인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국가가 관리한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포르노 사이트들을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너무나 노골적인 이 법안은 결국 인터넷의 비판기능이나 반정부 단체를 죽이는 법안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주아 기자>
가상연좌시위란?
지난 8월 26일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의 접속불능(서버다운)사태는 일종의 ‘시위’로 발생한 것임이 밝혀졌다. 가상연좌시위란 홈페이지의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름으로서 가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시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법은 최근 외국 사회단체들이 OECD 반대 등 온라인 시위를 할 때 쓰인 방법이다.
정보통신부 게시판에는 가상연좌시위 프로그램 즉, 새로고침 버튼이 계속 눌려지는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다. 정보통신부의 서버 다운사태는 온라인 시위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이를 불법이라고 한다면, 모든 집회는 불법이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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