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상복 사건’에 관하여 3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duck52@jinbo.net)

2달 여를 끌어왔던 이른바‘김상복 사건’이 가칭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위)의 성명서 발표로 일단 정리가 되었다. 지난 9월 23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온라인 상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던 많은 네티즌과 활동가들은 참으로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아니 어쩌면 예상했던 결과를 지켜보아야 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명백하게 김상복씨 개인의 직위를 이용한 정치활동 탄압이었고 연구원 서정영주씨는 피해자였다. 하지만 결과는 서정영주씨가 사건을 은폐·왜곡·축소하려는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이하 노기연) 측의 2차 가해로 8년을 활동했던 공간을 떠나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으며(결과적으로 축출되었으며) 온라인 시위가 벌어졌던 참세상 플라자 게시판에는 놀랍게도 서정영주씨 개인을 인신공격하는 많은 글들이 올라와 다시 한 번 피해자를 난도질하였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 대자보 쓰고 집회 때 돌을 나르면서 죽을 때까지 운동하리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처음으로 성폭력 당했을 때, 난 그저‘내가 한 사람의 활동을 막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피해를 받았음에도 떳떳하지 못했었다. 운동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지금 생각해보면 용납할 수 없는 사건들을 난 혹시 밖으로 새어 나갈까봐 후배들 입단속 시키기 바빴고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운동의 대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 운동의 역사 속에서 내가 보였던 권위의식에 부끄럽다. 개인의 고통을 밟고 올라선 운동은 정말로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똑똑히 보았음으로… 우리는 비록 지금 밀려났지만 지금 이 사건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고,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김상복씨는 서정영주씨를 탄압한 것이 아닌가?

참세상 플라자 게시판에 100인위와 서정영주씨를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마치 운동을 말아먹는 폭도들 마냥 100인위와 서정영주씨를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너희들의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잖은 모양새를 하고는 가해를 한 당사자와 피해자가 만나서 조용조용 해결하라고 한다. 그럴 수도 없고 그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는 주장에 급기야는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서정영주씨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둥, 피해자가 왜 그렇게 당당하냐는 둥, 그러니까 이번 사건은 예민한 여성활동가인 서정영주씨가 오버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상복 이사는 명백히‘이사직 사퇴’라는 카드를 들이대며 서정영주씨에게 탄압을 가했고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지 않은 100인위 활동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면서 100인위 활동 또한 탄압하려 하였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기연과 100인위를 연관시켜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자신이 이사로 있는 조직의 연구원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이사로써 체면이 안섰다. 그래서 그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나로선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있는 동지와 논쟁할 생각이 아니었다. 논쟁을 하려는 사람은‘사퇴하겠다’는 등의 표현으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조직적 해결이란 해괴한 단어는 어디에서?

왜 나는 이번 사건이 조직적 해결을 하지 않았음으로 논쟁이 비화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것이 논쟁을 벌일 만큼의 중요한 문제인가? 조직적으로 해결을 하면 어떻고(만약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안하면 어떤가. 나는 이번 사건을 놓고 이런 식의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결단코 제 2의 가해자로 규정한다. 그들은 그런 해괴한 입장 하에서 서정영주씨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 해결의 노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서정영주씨는 거꾸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슬며시 가해자의 편을 들어준다. 왜‘조직적으로 먼저 해결하는 것이 맞다, 혹은 반드시 조직적으로만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가. 그것이 어떤 사건이건 조직 바깥으로 새어 나가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가. 왜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소리인‘3자 개입’운운하며 조직 이외의 사람이 나서는 것에 벌벌 떠는가. 결단코 조직적 해결이란 해괴한 말은 어떤 조직이라도 조직보위가 역사적 사명이라는 조폭적 활동가 혹은 가해자 측에서 사건을 호도하기 위해서 지어낸 말이라 단언한다. 조직적 해결이란 원래 있지도 않은 말이며 문제가 생겼을 때 오히려 그 문제를 더욱 곪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미 지난 6월에 있었던‘이제는 말하자, 운동사회 성폭력’토론회에서 조직적 해결과정의 문제점을 토론했던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책위 내의 조직적 분파 싸움으로 피해자의 인권은 온데간데없이 실종되며 오히려 가해자가 정치적 희생물임을 주장하며 피해자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징계를 수행하라 했

다.

이 말이 무에 잘못된 것이 있는가.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에 합당한 징계를 수행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 뒤에 따라붙었던 온갖 욕설은 마치 서정영주씨와 100인위가 운동권을 말아먹고 있는 사람들인 양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통신연대 사건까지 들먹이며 잘 나가던 조직이 붕괴 일보직전까지 간 것은 순전히 피해자인 서정영주씨와 100인위의 책임이란다. 조직이 붕괴되고 운동권이 싸잡아 욕먹는 것이 그렇게도 불안했다면 그러길래 애초부터 그런 웃기는 얘기는 왜 꺼낸 것인가. 그러길래 애초부터 가슴이 다 들여다보인다는 둥의 웃기는 얘기는 왜 하는가. 그런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에게 가해를 하고는 이제 와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 다 피해자들의 책임이라니 이 얘기야말로 정말 웃기는 소리다. 만약 정말 김상복씨가 말실수(말실수일 수 없다. 그것은‘실수’란 놈에 대한 모욕이다)했다면 정중하게 사과했어야 한다. 정치적 탄압을 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다면(의도가 아니었을 리 없다. 8년의 정치생명을 건 싸움을 의도가 분명치도 않은 말 한마디에 걸었을 리가 만무하며 평소에는 너무나 권위적이지 않은 김상복씨에게 그날 따라 없던 권위를 느꼈을 리도 더더욱 없다) 또한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자에게 어찌 해야 할 지에 대해 물어야 한다. 하지만 김상복씨와 노기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노기연의 연구원들은 100인위에서 대책위를 꾸리기

전까지는 서정영주씨의 의견에 동의하며 김상복씨 징계까지도 함께 얘기했었으나 대책위에서 사건을 전개하는 과정 돌연 입장을 바꾸어 김상복씨가 그랬을 리가 없다, 100인위 활동에 문제점을 느끼고 있으며 이후 적극적으로 제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니까 여성활동가로서 적당한 선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좌파적이고 스마트한 것이지만 그 선을 벗어날 경우 예민한 여성활동가에 조직을 말아먹는 파렴치범으로 둔갑하는 것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도 충성해 마지않는 조직과 권력을 위해서 자신의 당파성마저도 버렸다. 아니면 그것이 원래 그들의 당파성이었던가. 여성활동가들이여! 절대 선(?)을 넘어 덤비지 말지어다. 안 그럼 다쳐! □

◈ 이른바‘김상복 사건’사건 경과

9월 23일 노기연의 김상복 이사가 역시 노기연 연구원인 이황현아씨에게“100인위 활동에 문제가 있으며

100인위에서 발표할 예정인 운동사회 성폭력 가해 자 폭로명단에 운동사회 지도급 인사와 노기연

인사가 포함되어 있어, 이제 서정영주 개인활동을 넘어서 노기연 차원의 문제로 전화되었다. 명단

에 그들이 포함되어 있는 한 노기연 이사직을 사 퇴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 이것이 서정영주씨

에게 전해짐. 사건 발생.

9월 29일 노기연 운영위회의 열림. 운영위회의를 마치고 서 정영주씨 없는 자리에서 역시 노기연 연구원인

조백현씨에게“100인 위원회 활동에 문제가 많고, 조직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등 문제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서정영주 개인의 활동을 넘 어서 노기연의 문제로 전화되었다…이 문제를 가 지고 논의할 필요가 있으니 월요일 2시에 회의를 잡아라”고 함. 조백현씨가 서정영주씨에게 이것

을 전달하고 서정영주씨는“100인위의 활동은 노 기연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회의를 열자는 의

견에 찬성할 수 없다”고 함.

10월 2일 김상복 이사의 노기연 이사직 사퇴건을 가지고 회 의 열림. 김상복 이사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봐

야 한다는 것과 김이사는 노기연 이사직을 놓고 관계도 없는 개인 연구원의 활동을 제약하였으므

로, 징계위원회는 없지만 운영위를 통해 그의 행 동에 대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논의됨.

10월 4일 김상복 사건에 관한 100인위원회 대책위 구성

10월 6일 100인위‘노기연 김상복 이상의 100인위 활동 탄 압에 대한 규탄 및 공개 요구서’발표

10월 10일 참세상 플라자와 노기연 게시판에 온라인 시위 전개 10월 19일 서울여성노조에 김상복 사건 접수

10월 23일 100인위‘김상복씨의 100인위 정치활동 탄압/사건 왜곡·은폐 기도 및 노기연의 2차 가해에 대한

규탄 및 공개요구서’발표 및 노기연에 100인위 공 문 발송. 서울여성노조 공문 발송.

10월 26일 노기연 운영위회의 열림. 100인위 노기연 앞 침묵시위

10월 27일 ‘회의를 마치지 못해서 다음 회의로 연장’되었다는 노 기연의 공고 발표.

10월 31일 100인위 노기연에 2차 공문 발송.

11월 6일 노기연 운영위회의 열림. 100인위 노기연 앞 2차 침묵 시위.

11월 7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휴회를 결정했다’논 노기연의 공고 발표.

11월 13일 노기연 연구원 조백현·이황현아·한인임씨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라는 입장글

발표. 이어 조백현, 이황현아씨의 개인 입장글 발표.

11월 20일 서정영주씨‘노기연 김상복 이사의 본인에 대한 정치 활동 탄압 및 사건 왜곡에 대한 입장’발표.

11월 22일 100인위‘김상복 사건에 대한 100인위 3차 성명서 – 우리는 피배했습니다’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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