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민영화에 반대해야 할까?
정종남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karan27@hanmail.net)
거대 공기업들을 민영화(사기업화)하려는 정부정책에 노동자들이 저항하자 정부와 거의 모든 언론은 노동자들을 또다시 ‘집단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들은 마치 노동자들 때문에 경제위기가 심화되었다는 듯 말한다.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경제가 발목 잡혀 있다고 한다. 과연 민영화는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마술적 대안일까?
정부는 한국전력에 경쟁을 도입하면 전기요금이 15%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력산업을 민영화했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전기요금은 올랐다.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 민영화 후 요금이 6배나 올랐다. 민영화 이후 유일하게 전기요금이 다소 내려간 영국전력조차 약 90만 가구가 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KDI는 민영화되면 전기요금이 두 배에서 다섯 배로 뛸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경우에도 고속도로 통행료가 지금보다 4-5배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정부는 우리 나라 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적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과 물가수준을 감안한 우리 나라의 전기요금 부담은 OECD 국가의 평균보다 높다.
민영화는 국민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민영화 후 30여 차례나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민영화 된 후 작년 2월, 열흘 동안 25만 가구가 암흑에서 살아야 했다. 이 같은 사고는 급격한 인원 감축 때문이다. 전체 5천 1백여 명에서 작년에 1천 5백여 명을 감원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도 안전사고가 증가했다. 이는 고속도로의 유지, 정비, 수리에 필요한 적정 인력이 부족해 정상유지가 힘들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로 인원이 더 줄어든다면 대형사고의 위험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탈선, 출동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영국철도는 민영화가 대중교통 수단을 끔찍한 흉기로 만든 사례를 보여준다. 올해 2천 3백여 명이 정리해고를 당할 처지에 놓인 우리 나라의 철도 노동자들은 그러한 민영화에 반대해서 12월 15일 파업을 앞두고 있다.
민영화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다. 작년 5월 LG에 민영화된 데이콤은 재벌의 부채를 메우는 곳으로 전락했다. 인수될 당시 80%던 부채비율은 지금 170%로 두 배 이상이나 늘었다. 이는 LG가 투자비를 조달하기 위해 데이콤에서 돈을 빼돌려 다른 부실 계열사에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콤 노조는 신규인력채용과 LG의 투자를 요구하며 20여일 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외국의 사례로 중남미의 공기업들은 민영화 뒤 외채위기가 더 심각해 졌다. 칠레의 통신, 전기 등 흑자기업들은 매각된 후 대규모 적자를 낳았다. 이 때문에 서울대 기초전력공학연구소는 “민영화는 생산성과 직접 관련이 없다.” 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부 관료들은 민영화가 수익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예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조차 일시적이며, 대부분은 장부상의 흑자에 지나지 않는다. 민영화 초기에 투자자금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잠시동안 수익성이 오른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처럼 민영화는 효율성을 증대시키지도 따라서 경쟁력을 높이지도 못한다. 오히려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요금을 올려서 국민 부담을 키우며, 온갖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기만 한다. 간단히 말해 민영화는 다수의 평범한 국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내리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특정 부문 노동자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들의 투쟁은 다수 국민에게 이로운 ‘이타주의’인 것이다.
가진 자들이야말로 집단이기주의자들이다. 최근 연이은 부정대출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이다. IMF이후 고위관료, 정치인, 사장들은 전혀 고통을 나누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상위 10% 사람들의 소득은 주식투기나 이자소득으로 엄청나게 늘었다. 반면 한 통계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 수가 96년 7백 62만에 비해 올해 1천 29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마당에 별 효과도 없이, 실업자를 양산할 뿐인 민영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또다시 희생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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