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제약자본
저개발국의 AIDS 치료를 위한 세계펀드:
초국적 제약자본을 위한 새로운 기회?
지난 6월 25-27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렸던 유엔총회에서는 AIDS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접근을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 규정하고 특히 치료약에 대한 접근성 미비, 의료시설 및 인력의 미비, 국가 재정의 파탄 등의 이유에 의해 제3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AIDS를 치료하기 위해 국제적인 펀드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것은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승리―남아공의 강제실시와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에 대해 39개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WTO위반으로 제소했다가 국제적 압력에 밀려서 고소를 취하한 사건―을 하나의 상징으로 하는 기간의 AIDS에 대한 세계적인 치료접근성운동(Treatment Access Campaign)이 이룩해낸 성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선일 순 없듯이 이 세계펀드도 그 운영에 있어서 많은 문제와 논쟁지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각종 조직체계를 무시하고 새로이 라인을 만들겠다는 운영의 비효율성―혹은 대부분이 NGO인, 이미 그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집단들에 대한 의도적 배제 노력―은 그 문제들의 일부분일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 시기 지속적인 투쟁과 빈곤층 AIDS 환자들의 ‘목숨값’으로 만들어진 이 펀드가 제약자본의 더욱 안정적인 이윤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것 이외에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유색인종, 동성애자, 여성, 죄수, 마약 사용자, 이주 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포함하는 인종주의의 문제가 존재하나, 이 글의 논점을 벗어나므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
국제펀드와 관련된 논쟁의 지점들 중 하나는 모아진 돈으로 어떤 약을 구매할 것인가와 관련되는데, 미국은 제네릭(최초생산자의 약(브랜드)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복제품. 약물에 대해 국제적으로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가 존재하므로 효능은 거의 동일함에도 가격은 심한 경우 제네릭이 1/100 수준까지 싸다.)의 구매를 금지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가격이 1/100인 약을 사는 경우 100배로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 약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산술적 이유에서도 그러하지만, 이 펀드를 브랜드를 생산하는 초국적 거대 제약자본들―대부분은 미국에 기반하고 있는―의 ‘안정적’인 이윤축적의 도구로 사용하려 하는 의도라는 점에서 가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여전히도 물질특허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그래서 특허기간 하에 있는 약물들의 제네릭을 자국 내에서 마구 만들어낼 수 있는 브라질, 인도,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전근대성과 야만성’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바, 더욱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쟁점은 이 국제펀드의 운영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이다. UN과 회원국들은 이 펀드의 운영을 NGO, 즉 비정부기구에게 맡기겠다고 하고 있으나 수많은 NGO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국제제약협회(제약회사 대표자들의 국제적인 모임)인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바, 1세계가 전체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 이르며 사실 AIDS에 의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는 약물의 구매할 만한 경제적 여건이 없어서 제약회사로서는 어찌 개입할 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시장이다. 결국 국제펀드는 아프리카 민중들이 투여받을 약물의 가격을, 그것도 아마 선진국 수준으로 대신 지불해줄, 다시 이야기하면 1세계 민중들의 세금을 가지고 제약회사의 사적축적을 원조할 ‘초국적 제약자본을 위한 화수분’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처럼 AIDS에 대한 세계펀드는 여전히도 중요한 투쟁의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유색인종과 빈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질환인 AIDS. 이 질환의 확산을 막아보겠다고 만들어낸 펀드가 진정으로 AIDS 환자들의 보편적 인권을 웅변하는 기념물이 될 지, 역설적으로 이들을 더욱 억압하는 괴물이 될 지는 앞으로의 투쟁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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