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인권, 국제노동기구 기준, 민주주의 그리고 미국

샌프랜시스코에서, 앤 오닐(Anne O’neil)

이 글은 한국 양심수 전원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페, 그리고 IMF 정리해고 중단
을 요구하며 지난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앞에서 벌인 시위에 참여했
던 한 미국인 활동가가 보내온 글이다. 삭발시위까지 한 그는 양심수 석방의 정
당성 뿐만이 아니라 IMF 이후 한국에 강요되는 초국적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국
제노동진영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주-


내가 90년과 91년 광주에서 살 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왜 당신 정부는 우
리가 싫어하는 정부를 지지하죠?”라고 묻곤 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 정부도 한국 정부만큼 통제불능입니다. 혹은 더 그럴 수도 있지요. 왜냐
하면 우리 정부는 자신의 정치, 경제적 힘과 벌거벗은 군사력의 지속적인 사용
을 통해 세계민중 절대다수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과
전국 ‘오락’ 방송뉴스가 전하는 바와 같이, 이는 신무기의 ‘시험장’을 제공하거
나 미국 무기상들의 이윤 증대를 위한 것일 뿐입니다. 가령, 미국방장관 코헨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날로 증가하는 한국 실업자들
의 끔찍한 상황이 아니라, 한국이 군사장비를 더 구입할지에 관한 것이었습니
다.”
91년 광주의 어느날 밤, 시위 직후의 혼란 속에서, 술집에서 나오는 한 술취
한 남자가, 사진기를 들고 최루가스를 피하기 위해 뛰는 시민들과 ‘통제’를 위
해 파견된 전경들을 찍고있는 나를 보았습니다. 그는 위협적으로 다가와서는
작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건 당신의 오락거리가 아냐. 우리의 삶
이야.” 내 한국인 친구는 나에게 뛰라고 했지만, 나는 그와 얘기하려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가 그러한 사실을 존중하며, 미국 민중들에게 한국
상황을 가르치려고 자료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어쨌든 이를 위한 방
법을 찾고 싶어했던 것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출신 이민자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소수 외에는 한국 정세
에 관해 알거나 관심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환태평양’ 사업에서 이윤을
획득하려는 기업가들은 많지만, 이들 빼고는 서울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아는
미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북한으로부터의 막연한 ‘공산분자들의 위협(commie
threat)’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 세계지리, 혹은 냉전이 몇 년 전에 종식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이러한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직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누구도 현존질서(status quo)에 의문을 제기하
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에 기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동운동의 국제화를 위한 최근의 노력이라는 점에 있어서 미국에 희망은 있
습니다. 노동운동은 기업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전망을 국제적으로 만드
는 수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의 노동자와 조합원들도 미국을 비롯
한 전세계 노동자들과 동맹할 필요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동일
한 다국적기업의 사장과 고용주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재 한
국의 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미국과 유럽 다국적기업들은 한국의 모든 산업부문
을 최저 가격으로 인수하고 있습니다.
두달 전 국제통화기금(IMF) 협상과 실패로 끝난 노사정 논의가 진행되던 초기
에, 권영길 전민주노총 위원장은 지지를 조직하고 미국 노동자와의 공동의 관심
사를 논의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왔었습니다. 국제적인 노동운동에 관해 자세
한 정보를 얻으려면http://www.solinet.org/LEE/
labourstart.html을 보십시오. 새로운 대통령인 김대중은 한국 노동계급에 대
한 국제통화기금의 가혹한 정책에 무턱대고 찬성하려 했을 뿐입니다. 김대중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한 ‘믿을 수 있는(white)’ 위대한 희망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가요?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 미국인들은 확실히 그렇게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환상을 급속히 잃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 하에서 모든 정치범이 석방되리라고 바랬
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단지 부패한 전직 군사, 행정관료들과 교통법규 위
반자들만이 단지 소수의 이름뿐인 양심수들과 함께 석방되었습니다. 한편 노조
활동가이자 시인인 박노해 같은 진정한 용기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감금상태 중
이고, 서준식씨는 97년 10월 서울에서 인권영화제를 조직한 혐의로 여전히 기소
상태에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도 많은 정치범이 있으며, 종종 강제적이거나 왜곡된 증언때문에
그릇된 죄목으로 범죄자로 기소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인 무미아 아부-자말
(Mumia Abu-Jamal)과 MOVE의 이전 동료 성원들과 같은 경우입니다. 미국원주민
운동(Native American)의 지도자인 레너드 펠티어(Leonard Peltier)는 또하나의
유명한 사례입니다. 무미아와 레너드 펠티어를 자유롭게 하려는 활발한 정치적
조직화 시도들이 있으며, 미국의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위한, ‘여리고
98(Jericho ’98)*주)’이라고 명명된, 활발한 전국적, 국제적 운동이 진행중입니
다. 더 자세한 정보는 http://www.mumia.org에 있습니다.

*주) {{역주 – 구약성서에 따르면, 여리고는 악의 근거지로서 여호수아가
이끄는 유대인들이 일곱 번 성을 돌아 함락시켰습니다. ‘여리고 98’은 이를 따
붙인 이름인 듯합니다.}}

양심적인 미국인으로서, 나는 미국 납세자와 투표권자에게 아무 책임이 없으
며, 사적 금융기관과 투기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지불금에 기금을 사용하는 국제
통화기금의 정책에 항의해야 합니다. 동시에 국제통화기금의 정책들은 유엔이
인정한 국제노동기구 기준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나는 또한 한국 노동법과 관련
해서 주한미상공회의소가 최근 한 발언에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의
지배 이후 소위 한국의 자유화 이래 한국 정부와 관료제를 형성, 방향을 결정한
미국의 행정, 군사관료들의 조처에 기인하고, 따라서 그것의 잔학성을 영속화하
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이유에 근거한, 한국 정치범의 지속적인 수감은 용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정치적 정책결정과 경제적 발전경로의 선택이라는 이러
한 중요한 시기에, 가장 용감한 지식인들과 정치, 노동진영의 지도자들이 옥중
에서 고생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한국의 파업노동자와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고 모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라
는, 국제통화기금 정책에 대한 최근의 항의시위에서, 나는 4월 3일 지역 노동운
동가들과 함께하는 피켓시위의 일부로서 샌프랜시스코 한국영사관 앞에서 삭발
을 자원했습니다. 친구의 전기면도기를 빌려 깨끗이 밀기 전에는 가장자리가 약
간 거칠겠지만, 무엇보다도 정말 상쾌합니다, 정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