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7일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 조정관을 만난 자리
에서 `일괄타결'(패키지 딜)안을 제기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미국의 결단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론과 온건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의 대북정책 책
임자에게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한국의 분명한 뜻을 전함으
로써 강경파 의회의 압력에 직면한 미 행정부를 지원한다는 성격도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미 행정부로서도 `한국의 의견’이라며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 등의 강경파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일괄타결이라는 김 대통령의 화두는 또한 그와 비슷한 `대타협(그
랜드 바겐) 등을 주장하고 있던 한-미의 대북문제 전문가들의 목소
리도 강화시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제기한 일괄타결의 범위와 대상은 아직 분명하지 않
다. 다만 “`모든 현안’을 포괄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것에 비춰보면 현재 북-미간에 협의가 진행중인 금창리 지하시설협
상과 미사일 협상 등을 한꺼번에 묶는 것을 염두에 둔 보인다. 김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협상용 지렛대로는 북-미 관계정상화와 경제
제재 완화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제안은 평소 지론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인 지난 94년 북한 핵위기가 절
정에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미국을 방문해 일관타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또 대북 제제완화와 북-미 관계정상화도 지난 6월
방미때 강조한 바 있다. 미 행정부가 핵무기 확산과 동북아 안정이
라는 외교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한국 정부 역시 남북한 화해
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이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안보현
안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게는 희망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포용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의지도 페리 조
정관에게 밝혔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
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북한이 협력하는 자세로 나오면 인센티
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설사 북한이 지하시설에서 핵무기를 개발
한다고 해도 핵무기를 만들려면 4~5년이 필요한 만큼 아직은 포용
정책을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이러한 뜻이 미국의 반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리 조정관은 임동원 청와
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불피하게 군사적 조처를 포함
한 강경책을 선택할 경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물어보는 등
`최후의 상황’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
큼 현재의 미국의 분위기는 `냉랭한’ 상태인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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