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말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안이 기획예산위원회에서 발표되기 직전 조폐공사측은 임금 50% 삭감을 전제로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것을 노조에게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부투자기관 중에서도 그리 높지 않은 임금을 받아온 조폐공사 노동자들에게 삭감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 조폐공사는 정부투자기관 중 몇 안되는 생산직이 많은 노조이다.
8월 25일부터 시작된 부분파업이 9월 1일 전면파업으로 발전하자 공사는 9월 5일부터 정부투자기관 최초로 23일간의 직장폐쇄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공사의 이러한 탄압에도 조폐 노동자들이 굴복하지 않자 10월 5일 옥천 조폐창을 폐쇄하고 그 업무를 경산 조폐창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대책은 조금이라도 조폐공사의 상황을 안다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억지인지 알 수가 있다. 조폐 시설은 국가기간산업으로 만일을 대비해서 공장을 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옥천창의 경우 만든지 10년밖에 안된 새 시설이
고 경산창은 25년이나 된 낙후설비가 있는 곳이다. 즉 새 설비를 없애고 낡은 설비를 쓰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로 원자재인 제지를 생산하는 대전창이 바로 옥천창 근처에 있기에 물류비를 고려해서도 경산창으로의 통합은 상식 밖의 결
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창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핑계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음모 외에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식을 무시하면서까지 서둘러 취해진 강경책에는 김영삼 정권 시절 출세가도를 달리던 강희복 현 사장이 김대중 정권하에서도 계속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출세욕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물론 현재의 투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로 노조 조직력이 약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30여 건의 고소고발을 당하고 있는 사장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위원장
등에 내려진 수배는 노조의 투쟁에 적지 않은 제약을 낳고 있다.
하지만 조폐노조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가뜩이나 실업의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었는데 공공부문이 이를 흡수할 유동력을 가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즉 민간기업이 정리해고를 할 때 국가가 어렵더라도 이를 흡수하고 민간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때 유능한 인재들을 민간에 이양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조폐공사 노조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발 맞추어 공공부문 연대투쟁의 선봉이 되고 공공산별 건설에도 어느 노조보다 앞장설 계획이다.
원칙 없는 구조조정이 역시나 조폐공사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조폐공사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정당한 싸움이요 새해 이 땅의 노동자와 근로민중의
삶을 걸머진 또 하나의 노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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