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년 사회복지 양적팽창…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질적변화를
“위기는 기회다”
IMF를 맞으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곱씹었던 말이다. 그래서 IMF가 성장 신화 속에 묻혀왔던 사회복지 현주소를 깨닫게 할 것이며, 사회복지체제를 확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심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 실업대책을 중심으로 복지정책이 확충됐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분위기 등 ‘위기가 기회로’ 변모돼가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IMF 1년 한국 사회복지 어떻게 달라졌나?
IMF로 양산된 대규모 실업자층과 서민층의 빈곤화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복지예산 30% 확충이라는 대선공약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발빠르게 대처했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실업대책’이라는 틀 속에서 전체적으로 확충됐다.
모든 사업장에 고용보험 적용, 공공근로 사업 실시,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실업자 대출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가장 취약했던 분야가 복지였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대폭적인 변화는 상황의 절박함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과거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얼마나 빈곤했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근로나 한시적생활보호대상자 지정 등 대부분이 근본적으로 빈민을 보호하는 제도라기보단 당장의 어려움을 막는 데 급급하다는 것.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업대책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사회복지정책으로 제도화는 것을 기피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따라서 현재 사회복지 확충은 양적인 팽창일뿐 질적인 변화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건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대응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이 기회에 진정으로 국민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 결과물이 곧 참여연대 등 26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입법청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저소득실업자나 극빈층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사회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원인이나 노동유무와 상관없이 생활이 일정수준 이하인 이들의 삶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삶이란 생계뿐 아니라 의료·주거·자녀교육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국민생활의 최저선을 어디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정기간마다 저소득층의 소득·자산을 파악해 국회동의하에 그 기준선을 정한다는 정도로 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자산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 시민단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며, 이런 안전망이 확보된 속에서 현재의 실업대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이 일정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지난 여름 국회에 청원된 이 법안은 연말 보건복지부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의 성격상 내용을 놓고 반대가 거세진 않겠지만 연 2조4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걸려 있어 통과여부는 아직 미지수.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과거 고성장 저실업시대는 더이상 오지 않을 겁니다. 경기가 나아진다 해도 실업률 5%정도를 유지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죠. 정부·사회단체 모두가 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라며 법제정 필요성을 강조한다. 시민단체 한 실무자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사회복지에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 아니겠냐”고 부푼 기대를 드러낸다.
/ 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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